[위험한 넷키즈] 下. 흔들리는 가치관

중앙일보

입력

한쪽이 허물어져 해골이 드러난 얼굴, 온몸이 갈가리 찢겨진 알몸 사체….

10대 넷키즈들이 꾸민 개인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면 이런 흉칙한 장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런 사이트를 갖고있는 중학생 넷키즈 L군은 “‘엽기(獵奇)적이라서 좋다’는 반응들이 많아서 신이 났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는)늘 황당하면서도 신기한 걸 찾는다”며 “대화도 어른들이 모르는 말로만 한다”고 했다.

한국심리학회 문성원(文聖媛·35)박사는 “자아 정립이 덜 된 청소년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딴 세상을 살고 있다”며 “결국 교육·정서·문화적 해악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엽기' 를 즐긴다=지난 한해 인터넷에서 가장 인기있는 검색어 순위 7위에 오른 단어 ‘노란 국물’. 3분 남짓한 분량의 컴퓨터 동영상 이름이다. 젊은 일본여성이 자신의 손을 입안에 넣어 그릇 가득 토한 뒤 다시 들이키는 역겨운 장면.

최근 크게 유행한 동영상 파일중엔 갖가지 상황에서 다양한 형태로 용변을 보는 모습들도 있다.

변태적인 체위의 동성연애 ·집단 섹스 ·수간(獸姦)등 비정상적인 성욕망을 다룬 홈페이지의 운영자 대부분도 넷키즈들.

서울지역 중 ·고등학생연합회장 張여진(17)양은 “마땅한 놀이문화를 찾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새로운 놀이문화일 뿐”이라며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자신들만의 문화를 가지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들만의 언어=8일밤 S채팅사이트에 ‘고딩만▶▶(고등학생만·옆의 기호는 웃음표시)’이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채팅방의 대화 일부.

A:우위쒸.무쟈게 짱난당. (에이씨. 짜증나는 일이 많다)
B:허걱.@@?(놀람을 표현하는 감탄사 ·왜?)
A:남친이 문자 씹었어…. (남자친구가 핸드폰 문자메시지 답장을 안했어)
B:글쿠나….ㅠㅠ. (그렇구나.흑흑)

이처럼 약어 ·은어 ·특수어가 그들만의 언어·문자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성균관대 국문학과 박양규(朴良圭)교수는 “기성세대와 단절의 골이 깊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사는 지탄 대상=“선생이면 다냐. 때리고 욕하는 게 취미냐”“학부모한테 돈 뜯는 재주만 뛰어난 X”

지난해 ‘학교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자’며 몇몇 인터넷 업체들이 개설한 ‘안티 학교’사이트에 올랐던 글이다.

결국 정보통신윤리위에 의해 폐쇄됐다. 하지만 각 학교들의 홈페이지는 여전히 이런 식의 욕설장이다. 얼마전엔 교장을 괴물로 묘사한 사진을 올린 중학생이 경찰에 적발됐다.

◇'컴퓨터 천재' 들의 항변=지난 7일 유료 폭탄사이트를 운영하다 경찰에 연행된 중3생 金모(15)군은 “폭탄을 내다판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죠”라고 되물었다.

지난해 12월 자기 홈페이지를 통해 인기연예인의 성행위 비디오파일을 유포해 구속된 元모(17)군.

그는 검찰에서 “돈 안받고 무료로 나눠줬는데 오히려 좋은 일 아니냐”고 따졌다.

지난해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적발한 해킹 ·바이러스 유포등 1백27건의 사이버테러형 범죄중 51건은 10대들에 의해 저질러졌다.

이들은 대부분 “장난 삼아”“실력을 시험해 보려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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