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前기자 영장 청구하나…기각시 수사 제동, 고민 깊은 수사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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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 전권을 쥐게 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모 전 채널A 기자 구속영장 청구를 밀어붙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중앙지검 수사팀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견해와 기각 시 수사의 정당성까지 의심받을 수 있어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12일 검찰 내부에서는 이 지검장이 지휘하는 수사팀이 이 전 기자에 대한 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더 우세했다. 이 전 기자 측도 영장 청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전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에 대해 '사실상 수용' 입장이 밝히자 검사들은 같은 날 오후 수사팀이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추 장관이 '무리'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역대 두 번째로 지휘권까지 발동한 상황에서 수사팀이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조만간 신병 확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었다.

윤 총장의 사실상 지휘 수용 직후 법무부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대검의 한 간부는 "추 장관이 수사팀에게 '수사에 속도를 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공은 수사팀에 넘겨진 것"이라며 힘을 실었다.

수사팀의 바람대로 이 전 기자에 대한 영장이 발부될 경우 이 전 기자에 대한 조사와 동시에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서도 소환 통보를 할 수 있다. 수사에 속도가 붙게 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지난 2월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지난 2월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수사팀은 윤 총장이 지휘라인에 배제된 지 4일째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있다. 영장 기각 시 수사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수사팀이 망설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영장이 기각될 경우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대검 차장과 부장검사 5명으로 구성된 대검 지휘협의체는 수사팀에 수차례 보완지시를 내렸다. 지난달 18일 채널A 기자의 녹취록을 받아 본 대검 실무진도 만장일치로 강요미수죄 범죄 성립이 어렵다고 결론 냈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되면 중앙지검 수사팀이 고스란히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될 경우에는 심의위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심의위는 기소 여부나 수사 계속 여부, 수사의 적정성 등을 논의한다.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고 난 뒤,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에 수사중단 권고까지 하는 바람에 해당 수사팀은 마무리 처분을 앞두고 애를 먹고 있다.

윤 총장도 사실상 지휘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 동시에 같은 취지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수사팀에 보내 '경고'했다. 윤 총장은 수사팀에 수사 전권을 진 동시에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가 신청한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는 조만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모 전 기자가 신청한 심의위도 심의위 소집 여부를 결정하는 부의위를 앞두고 있다. 이르면 13일 중 부의위가 열릴 수 있다.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양측에서 신청한 심의위는 따로 열리되, 같은 시간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표 측은 "수사가 계속돼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심의위에 제출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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