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두배 확대방안 ‘솔솔’···의료계 “코로나 틈타 칼 꽂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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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연일 지역감염 확진자가 나오는 8일 오전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얼음조끼(냉 조끼)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에서 연일 지역감염 확진자가 나오는 8일 오전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얼음조끼(냉 조끼)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국내 의과대학의 입학정원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서둘러 선을 긋고 있지만, 세부 방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복지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새로운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자원인 의료인력을 장기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가 강력하게 반발해온 만큼 진통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해찬 대표.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해찬 대표. 임현동 기자

10년간 4000명 더 늘릴 방침 

9일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의대정원을 4000명 더 늘리는 방안을 두고 계속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역 내 중증·필수의료 공백해소를 위한 지역의사 3000명을 비롯해 역학조사관 등 특수분야 의료인력 500명, 제약 등 응용분야 연구인력 500명이다.

또 이번 자료에는 공공의대 설립내용도 담겼다. 폐교한 전북 남원의 서남대 의대 정원(49명)을 고려해 전북지역에 한 곳을 설립한다는 구상이다. 전남지역에 현재 의대가 없는 만큼 앞으로 이 지역까지 추가로 의대가 신설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증원안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말 불거진 ‘의대정원 500명 확대’보다 상당히 구체적으로 다듬어졌다.

폐쇄된 서남대병원 의과대학 부속병원. 뉴스1

폐쇄된 서남대병원 의과대학 부속병원. 뉴스1

14년간 묶인 의대정원 3058명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연 3058명으로 동결돼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입시학원 발표를 보면 정원이 한해 300명 이상 늘어나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의학전문대학원의 학부 전환에 따른 선발로 ‘3058명’의 틀 안에서 정원이 조정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국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3명(한의사 포함)에 머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 수준이다. 한의사를 제외하면 1.8명가량(OECD 평균 3.4명)이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버텍스코리아 중회의장에서 '첩약 급여화, 선결과제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열린 한방첩약 급여화 관련 범의약계 긴급 정책간담회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버텍스코리아 중회의장에서 '첩약 급여화, 선결과제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열린 한방첩약 급여화 관련 범의약계 긴급 정책간담회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정원 확대 민주당 총선공약 

의대정원 확대는 더불어민주당의 지난 4·15 총선 공약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보건·의료 핵심공약으로 의료인력을 확충, 공공·지역의료 체계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공약은 지역의사 3000명으로 구체화했다. 지역의사는 특별전형 방식이다. 지방의대가 장학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뽑는다. 지역에서 일정 기간 필수의료에 복무해야 한다. 의무복무 규정을 어기면 그동안 줬던 장학금을 회수하고 의사면허는 취소·중지된다. 당·청은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을 막고, 지방 의사 인력난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한다지만 의사가 억지로 근무하게 할 수는 없지 않냐”며 “현 정부 정책 여건상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의료계 등에 칼 꽂는다"는 의협 

하지만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의사협회가 강력하게 반발해온 만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의사협회는 코로나19의 혼란한 상황을 틈타 정부가 의료계의 등에 ‘칼’을 꽂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복지부는 지난 5월 말 ‘500명 확대’ 문제가 불거졌을 때처럼 일단 선을 긋고 있다. 복지부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지역별·분야별 의사 인력 부족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왔다”며 “의대 정원 증원은 의료계, 교육계 등 다양한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 등과 논의한 뒤 결정할 사안이다.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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