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인정 불구 장기이식은 급감

중앙일보

입력

장기이식을 활성화하기 위해 1년 전부터 뇌사인정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장기이식 건수는 오히려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 2월 9일 뇌사인정법에 따라 국립장기이식센터를 만들어 뇌사자로부터 기증받은 장기를 일률적으로 관리해 오고 있다.

6일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1999년 한 해 동안 1백65명이었던 뇌사자 장기이식이 뇌사 입법화 이후 지금까지 53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현재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예년에 비해 두배나 늘어 간장의 경우 6백51명, 심장 1백18명이 대기하는 등 장기의 수급불균형이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

국내 최다 장기이식기관인 서울중앙병원의 경우 99년 30명의 뇌사자로부터 간을 기증받았으나 지난해에는 13명에 그쳐 간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2백여명에 이르고 있다.

간장질환자 K씨(서울 도곡동) 는 "간 이식을 하지 못하면 올해를 넘기기 어렵다고 병원측에서 얘기하고 있지만 갈수록 기증자를 구하기가 어려워 속만 태우고 있다" 고 말했다.

뇌사자 장기기증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국가가 장기분배에 대해 독점적 권한을 행사하면서 장기를 떼어낸 병원에 실익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중앙병원 장기이식센터 코디네이터 하희선씨는 "뇌사판정과 장기적출을 담당한 병원의 환자에게 장기가 분배되지 않으므로 병원이 적극적으로 나서 장기기증을 권유하지 않고 있다" 고 털어놨다.

현재 이들 병원엔 국가에서 지급하는 30만원 상담료가 전부다.

까다로운 절차도 문제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간호사 김복려씨는 "뇌사자 장기이식을 위해선 가족임을 입증하기 위한 호적등본까지 떼어와야 한다" 며 "애써 설득한 가족도 절차가 복잡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고 지적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김소윤 수급조정팀장은 "현재 뇌사판정과 기증절차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장기적출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특정병원에만 이익이 돌아갈 소지가 있어 검토하지 않고 있다" 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