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르지만…이정후 이대로면 아버지따라 MVP?

중앙일보

입력

'바람의 손자' 이정후(22·키움 히어로즈)가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급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7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키움 이정후가 3점 홈런을 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7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키움 이정후가 3점 홈런을 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KBO리그 4년 차인 이정후는 데뷔 시즌부터 타율 3할 맹타를 휘두르더니 매 시즌 발전하고 있다. 올해는 8일 현재 기준으로 어느 시즌보다 가장 높은 개인 타율(0.358)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 3위에 올라있다. 9홈런, 42타점, 장타율 0.609, 출루율 0.423 등 타격 주요 지표에서 고르게 활약하고 있다. 특히 팀 승리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 3.74로 투수와 타자 통틀어 3위에 올라있다. 결승타는 7개나 쳐서 나성범(NC 다이노스·9개)에 이어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홈 경기에서는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4번 타자로 나왔다. 부담감이 컸을텐데 아랑곳하지 않고, 4-6으로 지고 있던 7회 말 무사 주자 1, 2루에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스리런포를 날렸다. 올해 장타력이 상승하면서 어느새 베테랑 타자들이 맡는 해결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정후는 "휘문고 시절 이후 처음으로 4번 타자로 나갔지만, 의식하지 않고 평소랑 똑같이 타석에 들어섰다. 오랜만에 4번 타자를 맡아서 재미있었다. 중요한 상황에서 꼭 치고 싶었는데 홈런이 나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아직 정규시즌이 60% 정도 남았지만 이정후는 MVP 후보로 꼽히고 있다. 지난 2017년에 각종 신인상을 휩쓸었고, 2018~19시즌에는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도 MVP를 받았다. 이제 이정후가 도전으로 삼아야 할 상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MVP 정도다.

1994년 프로야구 정규시즌 MVP 이종범(왼쪽)과 한국시리즈 MVP 김용수가 시상식이 끝난후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4년 프로야구 정규시즌 MVP 이종범(왼쪽)과 한국시리즈 MVP 김용수가 시상식이 끝난후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정후가 올해 정규시즌 MVP가 된다면 지난 2008년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이후 최연소 MVP 수상자가 된다. 당시 SK 와이번스 소속이었던 김광현은 만 20세였다. 프로 데뷔 2년 만에 MVP가 됐다. 이정후는 또 KBO리그 최초로 부자(父子) MVP가 될 수 있다. 이정후 아버지 이종범(50)은 지난 1994년 해태 타이거즈 시절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다. 당시 타율(0.393)·도루(84개)·안타(196개)·득점(113개) 등에서 1위를 기록했다. 타율과 함께 타격 3대 지표인 홈런은 19개, 타점은 77개였지만 타율, 도루, 안타 등의 기록이 압도적이었다.

올 시즌 MVP를 놓고 경쟁자가 많다. 타자 중에서는 멜 로하스 주니어(30·KT 위즈)가 눈에 띈다. 로하스는 타율 0.374(2위), 19홈런(1위), 52타점(1위), 83안타(2위), 출루율 0.426(3위), 장타율 0.707(1위) 등으로 주요 타격 지표 최상위권에 올라있다. 지난 5월부터 슬럼프 없이 꾸준한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어 유력한 MVP 후보다.

투수 중에서는 좌완 에이스 계보를 잇고 있는 구창모(23·NC 다이노스)가 앞서고 있다. 구창모는 8승(1위), 평균자책점 1.48(2위), 탈삼진 82개(1위)로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넘보고 있다. 이정후가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MVP가 되려면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4할에 가까운 타율, 최다 안타 등 화제가 되는 기록이 있어야 한다.

이정후는 이달 들어서 타격감이 떨어진 모습이었는데, 불과 며칠 만에 살아났다. 그는 "전력분석팀에서 올 시즌 초반 타격감이 좋았을 때와 최근에 좋지 않았을 때의 타격폼을 비교하는 영상을 만들어줬다. 최근에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그런지 타석에 섰을 때, 오른쪽 어깨가 많이 내려가 있었다. 그 부분을 수정하니 공이 잘 맞고 있다"고 말했다. 갈 길이 먼 이정후는 다시 고삐를 조였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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