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윤석열, 추미애 지휘 일단 수용…檢 내부선 "사퇴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이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책임지고 자체적으로 수사하게 됐다"고 밝힌 데 대해 "만시지탄(晩時之歎·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서 탄식함)이나 국민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수용’인가, ‘사실상 거부’인가 #대검 입장발표 놓고 해석 분분

표면적으로는 장관과 총장의 갈등이 일단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검이 지휘 '수용'을 직접 밝히지 않았고, 총장이 지휘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이나 불복소송 등 법적 절차를 검토할 여지는 남아있는 만큼 실상은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추 장관은 9일 오전 10시 입장문을 내고 "이제라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오전 8시 40분 대검은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 쟁송절차로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 상태가 된다"이라고 밝혔다. 대검은 이런 내용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도 공문을 통해 전달했다.

이를 놓고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형성적 처분이라는 표현을 썼다. '처분이 내려지는 순간 받아들이는 사람의 의사와 관계없이 효력이 발생하는 처분'이란 의미다. 윤 총장이 수용해서가 아니라 지난 2일 추 장관이 지휘 서면을 내린 자체로 지휘권 박탈 효과가 발생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수용' 의사를 직접 밝히지는 않은 것을 두고는 총장 사퇴만은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검이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 지휘를 박탈당해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한 것 또한 사퇴할 뜻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밝힌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3일 전국 고검장·검사장 긴급회의에서 "수사지휘가 윤 총장의 사표로까지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의견이 나온 상황이다. 일선 검사들이 "정치권의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총장이 물러나게 되는 것은 시기로도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낸 만큼 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2005년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이 대검청사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중앙포토]

2005년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이 대검청사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중앙포토]

15년 전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자 김종빈 검찰총장이 '수용' 직후 항의의 표시로 사표를 낸 바 있다. 당시 장관의 지휘 수용은 총장이 수사팀을 지켜주지 못하는 모양새가 돼 김 전 총장의 선택은 불가피했다고 보는 것이 법조계 시각이다.

대검은 '쟁송절차로 취소되지 않는 한'이라는 가정도 달았다. 추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이나 불복소송 등 법적 절차를 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겨뒀다. 하지만 실제로 관련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추 장관의 지휘 이후 일주일째 입장 발표를 유보해온 윤 총장이 뒤늦게 수용 입장을 밝힌 배경을 놓고 일선 검사들의 해석이 분분하다. 윤 총장은 지휘가 내려온 순간부터 자신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작위(不作爲)를 통해 수용하는 모양새로 가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3일 고검장 회의에서도 부작위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검사들은 "장고 끝에 악수"가 아니냐며 "어차피 '백기 투항'이면 지휘 서면이 내려온 직후에 수용 의사를 밝히는 게 나을 뻔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검의 간부는 " 총장이 고심 끝에 법률적으로 위법하나 수용 여하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일 뿐”이라며 "'백기 투항'이라고 보는 것은 섣부르다"고 달리 해석했다.

정유진·강광우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