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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통 방역' 악수 생략한 비건·강경화…“매우 중요한 시기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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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1미터 정도 떨어진 상태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1미터 정도 떨어진 상태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방한 첫 공식 일정으로 8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했다.

美 국무부 "6피트(ft) 거리 유지" 요청 #조세영, "방위비분담금, 조속 합의 노력"

비건 부장관은 “여기까지 안전하게 오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매우 협조적으로 세부사항들을 처리해줬다”며 “모든 것이 복잡했지만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는 매우 훌륭하게 일을 처리했고, 모두가 매우 건강하게 여기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비건 부장관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에 방문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우리는 방문단의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 화답했다. 이어 “그럼에도 추가적인 검사를 받는 등 노력해준 것에 고마움을 표한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3시쯤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비건 부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은 ‘철통 방역’ 속에 이뤄졌다. 우선 공항 도착 뒤 예정에 없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한국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격리 면제를 허가해줬지만, 미국이 자체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라고 한다. 비건 부장관을 포함한 4명의 일행은 전원 음성 판정을 받은 이후에야 6시간 만에 서울 땅을 밟았다.

외교부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비건 부장관의 공식 일정도 엄격한 방역 속에서 진행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8일 오전 9시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와 함께 외교부 청사를 찾은 비건 부장관은 마스크를 쓴 채 모습을 드러냈다. 강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을 뿐, 강 장관과 1m 이상 거리를 둔 채 서 있었다.

국무부 측은 한국 당국자들에게도 방한 기간 중 “비건 부장관과 6피트(약 1.8m) 이상의 거리 두기를 지켜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악수도 전면 금지됐으며 취재진도 한두 명으로 최소화했다. 해리스 대사도 악수 대신 강 장관과 팔꿈치를 맞부딪히며 '코로나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반가움을 표현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8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8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강 장관 예방을 마친 비건 부장관은 곧바로 이어 조세영 1차관과 제8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진행했다. 미 측에서는 비건 부장관과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미미 왕 전략보좌관, 해리스 대사 등 4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교착 상태인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과 미국이 추진하는 주요 7개국(G7) 확대 구상, 반(反)중국 경제블록 구상인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참여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

조 차관은 전략대화를 마친 뒤 "한·미방위분담금 협정과 관련해 양측은 가급적 조속한 시일 내에 상호 수용 가능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도 "한·미동맹에 대해 질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미국은 한반도를 방어할 것이며 이런 헌신을 계속할 것이라고 확언하고 싶다"며 "미군과 미 정부는 한국과 굳건한 파트너십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를 오늘 다시 확인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에 보내준 보호 및 진단장비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한국은 (방역에 있어서) 칭송받을 만 하다"고 평가했다.

이후 비건 부대표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 수석대표협의를 가졌다. 이 본부장은 대북 관련 사안에 있어 비건 부장관의 카운터파트다. 이 본부장은 지난달 17일 미국을 방문해 비건 부장관과 회동을 갖고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논의를 한 바 있다.

반미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 정문 앞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다영 기자

반미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 정문 앞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다영 기자

김다영·백희연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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