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최숙현 겪은 비극 없도록”…경북 운동부 3930명 전수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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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 [최선수 가족 제공]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 [최선수 가족 제공]

경북교육청이 6일부터 17일까지 경북 지역 370여 개 학교 운동부 학생 선수 3930명을 대상으로 인권 실태 점검에 나선다. 초·중·고 학교 운동부 학생 선수들이 (성)폭력에 시달리거나 인권 침해를 받는 일이 없는지 살피는 점검이다.

경북교육청, 6~17일 학교 운동부 학생 인권실태 점검 #학생 때부터 가혹행위 당한 최 선수 극단 선택이 계기 #대구지검 “최대한 공정하고 신속하게 사건 처리 예정”

 경북교육청이 인권실태 전수조사에 나선 것은 최근 고(故) 최숙현 선수가 가혹 행위 탓에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계기가 됐다. 고 최 선수가 운동부 시절부터 감독과 팀닥터 등으로부터 폭행에 시달려 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유사한 사례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경북교육청은 지난 3일 학교 체육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포항교육지원청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학생 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방식과 스포츠 (성)폭력 예방 대책, 학생 선수의 인권 보호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은 “최 선수의 사망 사고와 관련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이번 학생 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 운동부 내 잠재한 학생 선수 인권 침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부산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직장운동부 숙소에서 고 최숙현 선수가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문자메시지를 가족에게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북 경산시 경북체육고등학교를 졸업한 최 선수는 2017년과 2019년 경북 경주시청 직장운동부에서 활동하다 올해 초 부산시청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연합뉴스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연합뉴스

 최 선수의 유족과 지인 등은 “최 선수가 경주시청 소속으로 활동하던 당시 감독과 팀닥터(운동처방사), 일부 선배로부터 폭언·폭행 등 가혹 행위를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최 선수가 모은 녹취록도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최 선수는 ‘체중이 늘었다’는 이유로 새벽 시간 빵 20만원어치를 억지로 먹고 토하고를 반복한 적이 있고, 하루는 ‘복숭아 1개를 몰래 먹었다’는 이유로 뺨을 20회 이상 맞고 가슴·배를 차였다고도 전해졌다.

 최 선수의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은 지난 2일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원회에서 “나는 폭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팀닥터의 폭행을 말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닥터 A씨는 이날 인사위에 개인 사정을 이유로 나타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A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주시는 최 선수와 관련해 A씨를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3일 “즉각 경주시체육회 직장운동경기부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감독에 대한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으며, 폭행 당사자인 팀닥터에게는 경주시와의 직접적인 계약관계는 없었으나 사후 추가조사 후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주시는 법률 검토를 거쳐 8일이나 9일쯤 A씨를 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주 시장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해체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최 선수 폭행 의혹과 관련해 대구지방검찰청이 사건을 맡아 수사하고 있다. 앞서 경주시청 소속 트라이애슬론 감독과 팀닥터, 선수 2명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2일 오후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운동부 감독 A씨가 인사 청문회가 열리는 시 체육회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A씨는 지난달 26일 부산에서 숨진 고 최숙현 선수의 전 소속팀 감독으로 최 선수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뉴스1

2일 오후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운동부 감독 A씨가 인사 청문회가 열리는 시 체육회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A씨는 지난달 26일 부산에서 숨진 고 최숙현 선수의 전 소속팀 감독으로 최 선수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뉴스1

 경북 경주경찰서는 지난 3월 11일 검찰로부터 고소장을 넘겨받아 최 선수와 감독 등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를 해왔다. 경찰은 감독은 사기, 아동복지법 위반, 강요, 폭행 등 혐의로 팀닥터와 선배 선수 2명은 폭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구지검 경주지청이 사건을 송치받았다가 지난달 1일 대구지검으로 사건을 이첩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고인에게 애도를 표한다. 최대한 공정하고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추가 피해자들이 오는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번 기자회견에 나설 추가 피해자들은 최 선수가 가혹행위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거나 직접 폭행, 폭언을 당했던 인물들이다. 대한철인3종협회도 같은 날 오후 4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경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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