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추경안에 ‘20억 화상모니터 예산’···“원격의료 초석 놓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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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가 코로나19로 치매안심센터 휴관이 장기화하자 비대면 진료와 방문간호 서비스를 융합한 '치매 원격 정밀 검진'을 시작했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사진 강동구]

서울 강동구가 코로나19로 치매안심센터 휴관이 장기화하자 비대면 진료와 방문간호 서비스를 융합한 '치매 원격 정밀 검진'을 시작했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사진 강동구]

보건복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해 편성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화상진료시스템 지원사업비’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원격의료의 초석을 놓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구체적인 지원사업 추진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화상진료 사업비 20억 편성 

2일 복지부에 따르면 화상진료시스템 지원사업비 20억원 등 모두 1조542억원 규모의 3차 추경예산안이 지난달 초 국회에 제출됐다. 해당 지원사업은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5000곳에 화상진료·처방이 가능하도록 모니터를 지원하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상으로는 ‘대면진료’가 원칙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인 지난 2월 24일 의료기관을 통한 감염을 막으려 전화상담·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해줬다.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넉달여간 이뤄진 전화상담·처방 건수는 45만3937건에 달한다. 한 달 평균 10만건이 넘는다. 5909
곳의 의료기관이 참여했다.

이런 현실에서 복지부는 전화상담·처방의 정확도를 높이려 화상진료시스템 지원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원격의료 자료사진. 프리랜서=김성태

원격의료 자료사진. 프리랜서=김성태

일선 의료현장에선 벌써 논란 

하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벌써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의원급 병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행방안도 없이 모니터부터 내려보내려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솔직히 원격의료의 초석을 두려 하는 것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 속 수입에 일정 부분 도움될 것”이라거나 “대면진료에 따른 감염위험을 줄일 수 있다” 등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뉴스1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뉴스1

순탄치 않았던 국회 논의과정 

화상진료시스템과 관련한 국회 논의과정은 일단 순탄치 않았다. 앞서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화상진료가 대면진료 원칙과 상충할 수 있는 데다 원격의료 제도의 도입 여부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복지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통해서다.

이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화상진료시스템 지원사업은)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기반)시설의 효과가 될 수 있다”며 “관련 법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같은 당의 신현영 의원도 “비대면 진료 부분에 2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화상통화(진료) 장비를 지원하는 것은 ‘한시적 허용이 아닐 수 있다’라는 국민적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뉴스1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뉴스1

정부, "코로나19 상황서 불가피" 

이에 대해 복지부는 코로나19 비상상황 속 화상 진료시스템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감염 우려가 있는 환자들이 병원에 오지 않고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 속 (추진이) 불가피하다. 이미 40만명이 전화상담을 이용했다. 좀 더 진료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모니터를 보면서 진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시범사업 과정에서 임상정보와 환자 편익성, 문제점 등의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확인해볼 기회라는 게 박 장관의 설명이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활동가 등이 5월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로나19 이용한 원격의료 추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활동가 등이 5월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로나19 이용한 원격의료 추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의협, "원격의료 중단하라" 

추경 예산안은 복지위를 거쳐 현재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간 상태다. 상임위 논의 과정서 화상진료시스템 관련 예산이 깎이거나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부대 의견으로 삭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달렸다고 한다.

의사협회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격의료를 두고 협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최근 비대면 진료 대상자를 재외국민까지 확대했다. 의사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원격의료를 위한 원격의료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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