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철씨네 '열린 공부방' 만들기]

중앙일보

입력

중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을 둔 김수철씨 댁 거실에는 컴퓨터 2대가 나란히 놓여 있고, 가운데는 커다란 책상이 차지하고 있다.

TV와 비디오는 안방으로 치웠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만 남겼다. 마치 도서관이나 독서실같은 분위기다.

"아이들이 각자 방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는 것이 불안해 자꾸 드나들다 아예 거실을 서재로 만들어 함께 쓰고 있다" 고 김씨가 설명한다.

처음에는 불편해 하던 아이들도 엄마.아빠와 같이 책을 읽거나, 숙제하다 모르는 것을 물어볼 수도 있다며 좋아하고, 아빠는 아이들로부터 컴퓨터 정보를 전해받는 등 기대 이상으로 효과가 있다는 자랑도 덧붙인다.

형제들과 방을 함께 쓰는 것이 보편적이던 부모세대와 달리 자녀가 한둘인 요즈음 아이들은 각자의 방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형제들끼리 방을 같이 사용하던 때가 오히려 아이들 정서발달에 좋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국 클린턴 정부 국무부 인권차관보를 지낸 고홍주 박사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섯 형제가 모두 하버드.예일을 다니고 박사나 의사로 활동하게 된 비결에 대한 질문에 "그리 부유하지 않았던 우리 집은 교수를 지내신 선친과 어머니, 다섯 형제가 모두 함께 가족실에서 공부를 했는데 그것이 성장하면서 형제 모두에게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고 답했다.

그만큼 가족이 함께 공부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건축가 김진애박사는 '이 집은 누구인가' 란 책에서 어릴 때 형제들과 같이 쓰던 방에 대한 추억을 소중히 여겨 자신이 설계한 집의 아이들 방도 함께 쓰려고 했으나 아이들의 반대에 부딪혀 방 가운데를 책장으로 분리해줬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인덕대학 건축학과 최경숙 교수는 "요즘은 과도한 공부.인터넷 등 여러가지 사회적인 분위기로 부모와 자녀가 점점 더 고립화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며 "이를 풀어가는 방법으로 아이들과 공부방을 같이 만들어 써보는 것도 좋을 것" 이라고 조언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