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흡연과 연관성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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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의과대학(Harvard Medical School)의 '캐런 래서(Karen Lasser)' 박사팀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미국인들이 다른 미국인들에 비해 2배 가까이 더 많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미국의학협회지(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래서박사팀은 15세에서 54세의 미국인 4411명을 상대로 지난 1991년~92년 사이 실시한 조사 결과를 근거로 '조사 표본이 된 미국인들이 피운 담배의 거의 절반가량을 정신질환자들이 피웠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래서박사팀은 정신질환을 광범위하게 정의했는데, 기분이 나쁘고 이유없이 자신을 책망하며 의욕이 없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심각한 병인 중증 우울증과 극단적으로 기분이 좋은 조증에서 극단적으로 기분이 나쁜 울증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조울증(bipolar disorder), 불안이 엄습하여 숨이 막힐 것 같은 상태가 되는 병인 공황증, 그리고 알콜남용, 약물의존, 반사회적 성격, 정신분열증, 망상증을 포함하고 있다.

래서박사는 "정신질환이 사람들을 담배광고나 니코틴중독에 잘 빠져들게 만듦으로써 흡연을 유발하는 것 같다"고 보고하면서, "그러나 다른 연구들은 정신질환이 흡연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의 방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고 흡연이 정신질환을 일으키는지도 모르며 래서팀이 발견한 것이 이 반론과 확실하게 양립하기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흡연이 정신적,정서적 문제의 한 원인이라며 흡연과 정신질환을 관련시키는 연구도 있어 주목받고 있다. 미국소아과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의 2000년 11월호에는 흡연이 10대청소년들의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실렸다.

미국소아과학회지는 담배를 피우는 10대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10대보다 4배 가까이 더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학협회지에 12월초에 발표된 한 연구는 10대흡연자들이 성년초기에 불안증에 걸리기 쉽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 연구는 불안증이란 것은 공황증이 엄습하는 것과 고소공포증을 포함한다고 정의했다. 이 두 연구의 연구자들은 니코틴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는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미국정신의학회지(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는 정신분열증을 가진 흡연자들 다수에게 있어서 흡연은 정신분열증의 발병에 앞서서 나타나는 행동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하버드의대의 연구는 한 의학 보고서에서 정신질환을 가진 흡연자의 33%가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보고했고, 그들이 약물과 알콜까지 끊을 수 있다면 그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는 비율과 거의 비슷한 비율로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함으로써 금연하도록 애써보라고 격려하고 있다.

흡연을 하나의 기호나 버릇이라고 주장하며 흡연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애연가들도 있다. 하지만 흡연이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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