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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e바이크 타고 달리다, 바간의 붉은 석양 속으로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22)

22일 차, 바간 관광
느긋하게 일어나 어제 만났던 선희 씨와 함께 숙소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도 푸짐하게 차려준다. 그동안 조식을 제공하는 숙소에서는 겨우 빵과 커피 한잔과 바나나가 전부인데, 이곳은 빵과 밥과 달걀부침, 파인애플, 수박, 주스 등은 기본으로 준다. 그리고 추가로 더 달라면 준다. 식당의 종업원은 모두 가족으로 구성된 것 같다. 식당 벽에는 할머니부터, 어머니 등 친척의 가계도와 사진이 게시되어 있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한국인은 4일 전 미얀마 만달레이로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왔는데, 미얀마 남단까지 가 태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라고 한다. 집 짓는 일을 한다고 하는데, 겨울철이면 일이 별로 없어 자전거를 타고 세계 곳곳을 여행한다고 한다. 자전거도 평범한 자전거가 아닌 거의 누워서 타는 자전거라고 한다. 한국 사람을 많이 만나지만 취미가 참 다양하다.

아침 식사 후 내일 만달레이로 갈 버스표를 예약했다. 오전 9시 출발이며 요금은 1인당 9000짯이다. 만달레이에서 여행하다가 공항에 갈 때 동행이 있으면 비용을 아낄 수 있으므로 선희 씨와 같이 가기로 했다. 젊은이들은 해외여행을 오면 가능한 한 택시나 보트 등을 탈 때 숙소 등에서 동행인을 구해 함께하려고 한다. 부킹닷컴에 들어가서 만달레이의 선희 씨가 예약한 숙소를 검색했으나 마땅한 방이 없어서 인근의 호텔을 예약했다.

e바이크를 타고 아내와 바간을 이곳저곳 다녔다. [사진 조남대]

e바이크를 타고 아내와 바간을 이곳저곳 다녔다. [사진 조남대]

50달러 항공권,예약 미뤘더니 239달러로

방으로 와서 만달레이는 별로 볼 것이 없다고 해 하루 정도 더 여행하고 25일 방콕으로 가는 항공권을 예약하기로 했다. 그러나 핸드폰의 스카이스캐너로 예약을 시도했으나 잘 되지를 않는다. 노트북을 켜고 다시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50달러 하는 항공권이 있어 부킹을 시도했으나 잘되지 않아 전원을 껐다가 다시 시도했더니 그사이 비용이 올라갔다. 출발을 앞두고 임박해서 예약하니 가격도 비싸다. 선희 씨의 도움을 받아 겨우 예약했다. 세금 등을 포함하여 두 명이 239.7달러다. 많은 것을 배운다. 미리미리 예약하거나 좀 여유를 갖고 예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바이크를 빌려 주변을 돌며 연습해보았다.

e바이크를 빌려 주변을 돌며 연습해보았다.

방콕으로 갈 모든 준비를 마치고 12시경 숙소를 나와 길 건너 e바이크 대여소에서 5000짯 주고 빌린 다음 처음 타보는 것이라 잠깐 주변을 돌며 연습을 해 보았다. 운전할 만했다. e바이크는 조그만 크기의 오토바이로 기름 대신 충전을 해 운행한다. e바이크를 타고 큰길을 따라 20km 정도 달렸다. 커피를 마시고 싶은 데다 점심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관광객 여러 명이 앉아 있는 식당이 보여 e바이크를 세우고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많이 먹어봤지만 최근 며칠 동안 못 먹었던 쌀국수를 시켰다. 쌀국수가 그동안 먹었던 것보다 좀 더 품위 있어 보였지만 매운 고춧가루를 넣지 않아 맛은 별로다. 맥주 한 캔을 시켜 둘이 마시니 시원하고 너무 행복하다.

점심을 먹고 한참을 쉬면서 여유를 즐기다 3시가 좀 지나서 레스토랑을 출발해 숙소 근방으로 돌아왔다. 재래시장이 있다고 해 구바간 시장을 향해 달렸다. 시장은 5시에 폐장한다고 해 4시경에 도착했더니 벌써 문을 닫은 가게도 많이 있다. 시장은 좁은 골목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있다. 채소, 과일, 옷, 특산물 등 가지각색의 가게가 있다. 한번 쭉 둘러보았다. 마땅히 살 것도 없고 또 관광객이 별로 보이지 않아 썰렁하다.

바간 재래시장의 풍경.

바간 재래시장의 풍경.

e바이크를 타고 부파야 파고다까지 가는 길을 석양을 바라보며 달렸다. 파고다에 오르니 일몰 때 강에 비치는 태양이 멋있을 것 같아 뱃요금이 얼마냐고 물으니까 1만2000짯 달란다. 너무 비싸다고 했더니 8000짯까지 해 주겠다고 한다.

이와라디 강변에서 바라 본 '부 파야' 파고다.

이와라디 강변에서 바라 본 '부 파야' 파고다.

이와라디강 배 위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

이와라디강 배 위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

5시 반이 넘자 태양은 서쪽 하늘 아래쪽에 걸려 있다. 젊은 선장은 콧노래를 부르며 배가 메여 있는 선착장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선착장에는 자기 아버지가 배를 지키고 있다가 우리를 안내한다. 배는 우리 두 명만 태우고는 일몰 보기 좋은 장소를 찾아갔다. 20여 척 이상의 배가 시야를 가리지 않게 자리를 잡고 있다. 강에 비치는 태양은 너무 멋있다. 야트막한 산 주변은 옅은 구름이 끼어 있지만 태양을 완전히 가리지는 못한다. 붉은 태양의 빛이 강물에 반사되어 강물도 불그스름하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으니 사람들이 배를 타고 강으로 몰려오는 모양이다. 배에서 내리면서 1만짯을 주면서 2000짯은 팁이라고 하니 고마워한다.

온종일 e바이크를 타고 돌아다녀서 그런지 목이 말라 부둣가에서 코코넛을 사서 즙을 마시니 너무 맛있다. 돌아오는 길은 해가 뉘엿뉘엿해서 선선하다. 시원한 바람을 쐬며 오는데 금방 어두워진다. e바이크의 라이트 켜는 방법을 몰라 겨우 한쪽 깜빡이만 계속 깜박거리며 어두운 길을 달렸다. 여기 도로는 중앙선도 없는 도로인 데다 바깥쪽은 포장도 안 되어 있고 차량과 바이클이 같이 다니는 도로인 관계로 매우 위험하다. 해외여행 와서 사고를 당하면 낭패이니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침에 e바이크를 빌렸던 장소에 와 키를 반납하고 숙소에 오니 아침에 널어 두었던 내의와 청바지 등이 잘 말랐다. 그동안 햇볕이 없어 빨래하기가 어려웠던 청바지도 오랜만에 말렸다. 선희 씨와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돈이 부족할 것 같아 환전소에 가니 1달러에 1520짯으로 바꾸어 준다. 은행이지만 달러를 좀 싸게 쳐주는 것 같다. 지난번 인레호수 부근 파고다 옆에 있던 환전소에서는 1550짯으로 바꾸어 주었다. 거기보다 거의 30짯을 적게 준 것이다.

파고다,또 파고다....사원 보다가 질릴 정도

어제처럼 선희 씨를 여행자 거리에서 만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다 식당에 들어갔다. 여행자 거리에는 각국의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미얀마 요리 3가지와 맥주를 시켜 시원한 야외에서 식사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2시간에 걸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한 후 오늘 오전에 항공권을 예약할 때 선희 씨가 많이 도와준 데 대한 보답으로 식사비 1만8000짯은 우리가 지불했다.

미얀마 바간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너무 많은 파고다를 보아 파고다에 질릴 정도다. 수백 년 전에 이렇게 많은 사원을 짓는다는 것은 엄청난 경비와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름답고 멋진 유적이 예산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유적이 너무 많아 그런지 대부분이 보수도 하지 못하고 무너진 채 방치된 것이 안타깝다. 올드 바간에는 수도 없이 많은 탑과 사찰이 있다. 마을 곳곳뿐 아니라 도시 전체에 탑이 산재해 있다.

현지인들은 꽃을 구입해 부처님 앞에 바치거나 금박지를 사서 부처상에 붙이고는 엎드려 절을 하면서 기도를 한다. 외국인 관광객도 시주를 하기도 한다. 대부분 사찰에 들어갈 때는 신발과 양말까지 벗은 다음 맨발로 파고다 안에 들어가야 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들락거려서 모래나 먼지 등이 많아 깨끗하지 않지만 괘념치 않는다. 미얀마인의 부처님을 향한 존경심은 대단하다. 대부분 집이나 가게 등에 작은 부처상을 모셔놓고 음식과 과일, 꽃 등을 바친다.

오늘은 더운 날씨에 e바이크를 타느라 먼지가 많은 도로를 돌아다녔다. 그렇지만 쉬엄쉬엄 다녀서 그런지 오랜만에 여행하면서 여유를 가져본다. 행복하다.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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