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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토마토 밭이 물 위에? 인레호수, 넌 환상이었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20)

20일차, 인레호수와 인데인 빌리지 관광

거대한 호수에 아침 햇살을 받으며 달리니 환상적이다. 7시 40분쯤 보트 선장이 숙소로 픽업하러 와서 자동차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 보트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기름을 넣고 준비를 한 후 구명조끼를 입으니 담요를 하나씩 준다. 8시경 보트는 좁은 수로를 통해 호수로 나간다. 아침 햇살을 옆에서 받으며 배는 달린다. 툭툭툭 엔진 소리를 내며 신나게 간다. 내 마음도 덩달아 신난다. 갑자기 시야가 확 넓어진다. 좁은 수로에서 넓은 호수로 나온 것이다. 바다처럼 넓다.

인레호수에서 관광객을 싣고 달리는 보트. [사진 조남대]

인레호수에서 관광객을 싣고 달리는 보트. [사진 조남대]

인레호수는 875m 높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북으로는 22km, 동서로는 11km나 되는 거대한 호수다. 이 호수 주변에는 인따족 10만 명이 수상 가옥을 짓고 살아간다고 한다. 여러 수로에서 나온 조그만 보트들이 관광객을 태우고 호수 가운데로 경쟁하듯 달려나간다. 아침 이른 시각에 호수를 달리니 바람이 차갑다. 그래서 담요를 하나씩 준 모양이다. 담요를 온몸에 감고 멋진 호수를 감상한다.

한참을 달려 나오니 좌우에 집들이 보인다. 좌측 하늘에서는 밝은 태양이 우리를 반긴다. ‘환상적이다’는 말을 이럴 때 쓰면 적절할 것 같다. 물새들은 보트 소리에 놀라 물을 딛고 날아오른다. 보트는 우리 두 사람만 태웠다. 어떤 보트는 5∼6명, 또 다른 보트는 혼자만 태우고 가는 것도 있다. 손을 흔들어 본다. 저쪽 보트의 사람들도 반갑게 흔들어 준다. 어부는 한발로 노를 저으며 그물을 걷는다.

인레호수에서 발로 노를 저으며 고기를 잡는 어부.

인레호수에서 발로 노를 저으며 고기를 잡는 어부.

보트는 신나게 달리다가 은세공이나 민속품을 판매하는 수상가옥으로 된 가게에 뱃머리를 댄다. 한번 둘러봐도 사고 싶은 물건은 없다. 그냥 둘러보고 배로 내려왔다. 물 위에는 토마토 농사를 짓는 밭이 엄청 넓게 펼쳐져 있다. 지금은 겨울이라 토마토 농사를 짓지는 않는다. 수면에는 물안개가 자욱하다.

수많은 수로를 통해 나온 보트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린다. 두 번째로 실크와 직물을 파는 곳을 들렸다. 우리가 가자고 하지도 않았는데 선장 마음대로 간다. 물 위에 집을 짓고 연 줄기에서 실을 뽑아 염색해 그 실로 짠 스카프, 가방, 옷 등의 특산물을 판매하는 곳이다. 연 줄기에서 가느다란 실을 뽑아내는 과정과 베틀에서 직물을 짜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상품을 선전한다. 보트들이 대부분 들리는 코스인 모양이다. 그냥 구경만 했다.

인레호수에서각종 민예품을 판매하는 가게.

인레호수에서각종 민예품을 판매하는 가게.

인레호수 민예품 가게를 배경으로 서 있는 작가 부부.

인레호수 민예품 가게를 배경으로 서 있는 작가 부부.

둥근 금덩어리에 절을 하는 사연은?

다음에는 ‘빠웅도우 파야’라는 사원을 들렀다. 꽃 파는 여인들이 선착장까지 나와서 사라고 권유한다. 여기 사람들은 파고다나 사찰을 들릴 때는 대부분 꽃을 불상에 바친다. 입구에 들어서자 신발과 양말까지 벗으란다. 오가는 복도는 새똥과 각종 흙먼지 등으로 지저분하다. 그래도 사찰에 들어갈 때는 신발과 양말까지 벗어야 들어갈 수 있다. 호수 내에 있는 파고다인데 상당히 규모가 크다. 많은 사람이 와서 기도한다.

본당에는 조금 특이한 5개의 불상이 안치되어 있다. 불상이라기보다는 둥근 금덩어리로 보이는데 이는 현지인들이 기도하면서 불상에 금박을 너무 많이 붙여서 원래 모습과 달라졌기 때문이란다. 이런 내력을 모르는 관광객들은 부처님을 모셔 놓지 않고 이상한 것을 안치해 놓았다고 할 것 같기도 하다. 이 불상에 대해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에 의하며 옛날 우기에 큰물이 들어 범람을 피하고자 불상을 배에 실어 옮기는 도중 전복되어 잃어버렸는데 절로 돌아와 보니 물에 빠졌던 불상이 원래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사원은 추앙을 받고 있으며, 매년 18일간 빠웅도우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관람을 마치고 미얀마 돈인 짯이 필요할 것 같아 사원 입구에 있는 환전소에서 155달러를 환전하니 23만5000짯을 준다. 1달러는 1516짯이다. 은행에서 운영하는 환전소라서 그런지 더 좋은 환율로 계산해 주는 것 같다. 1000짯은 800원 정도다.

다음은 '인데인 빌리지'에 들렸다. 보트에서 내리자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파고다가 있는 곳에 가려면 오토바이를 타야 하는 모양이다. 오토바이 한 대에 한 사람씩 두 사람이 가는데 4000짯을 달란다. 가는 길도 모르는데 걸어갈 수도 없어서 두 대에 나누어 타고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 양옆 숲속에는 벽돌로 된 수많은 파고다들이 허물어져 방치되어 있다. 숲이 우거진 황톳길을 10여 분도 채 가지 않아 '인데인 파고다'가 보인다. 1999년에 고고학 유적 협회에 의해 주변에서 확인된 파고다는 총 1054개나 된다고 한다.

‘인데인 파고다’ 에 다양한 모양으로 세워져 있는 불탑.

‘인데인 파고다’ 에 다양한 모양으로 세워져 있는 불탑.

 ‘인데인 파고다’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작가 부부.

‘인데인 파고다’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작가 부부.

우거진 숲속 길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자 탑들이 한 곳에 밀집되어 있다. 이곳의 파고다는 아직까지 건축 시기를 비롯한 모든 것이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비문에 의하면 BC 273년∼232년 ‘스리 담마 소카’ 왕이 세웠다고 한다. 큰 탑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작은 탑이 빙 둘러가며 서 있다. 이런 형태의 탑들이 수백 개는 될 것 같다. 각 탑 안에는 부처가 모셔져 있다. 탑의 모양과 색깔도 가지각색이다. 황금색, 회색, 검은색 등 다양하다. 외국 관광객들이 즐비하다. 주변의 나지막 한 산 중턱이나 정상에도 황금색 탑이 세워져 있다.

오토바이 운전사는 조금 더 위의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탑과 인레호수 등이 잘 보인다면서 갈 것을 권유한다. 그러면서 2000짯을 달란다. 많은 금액이 아닌 것 같아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갔다. 금방 도착했다. 탑이 있는 지역뿐 아니라 호수 주변이 훤하게 내려다보인다. 멋지다. 정말 좋은 뷰 포인터다. 한참 동안 사진을 찍으며 감상하다 내려오면서 조금 전에 본 인데인 빌리지를 너무 조급하게 본 것 같아 다시 한 번 더 들렸다. 다시 둘러보아도 탑의 숫자와 규모가 엄청나다.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는 잘 몰라도 그 옛날에 깊숙한 산골에 이런 규모로 탑을 쌓았다는 것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10∼20m 높이의 탑이 수백 개가 밀집되어 세워져 있다니 감탄스러울 뿐이다.

인레호수에서 롱넥을 하고 각종 직물을 짜고 있는 원주민 3대.

인레호수에서 롱넥을 하고 각종 직물을 짜고 있는 원주민 3대.

부둣가로 오토바이를 타고 내려와 다시 보트를 탔다. 되돌아오는 길에 롱넥마을을 들렸다. 마을이라기보다는 롱넥을 한 할머니와 엄마와 딸처럼 보이는 여자 3대가 베틀에 앉아 직물을 짜고 있고, 내부에서는 각종 옷과 스카프와 손지갑과 롱넥 모형의 목각 등 민속품이다. 집은 땅에 지어 놓았으나 토마토는 호수 위에 두꺼운 부초를 띄워놓고 그 위에서 재배한다. 겨울철이라 아직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토마토 농장은 넓게 펼쳐져 있다.

낮이 되어 보트가 많아지니 수로도 복잡하다. 배는 코브라처럼 머리를 쳐들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신나게 달린다. 물보라가 햇빛에 반사되어 무지개가 생긴다. 좁은 수로에서 넓은 호수로 나오니 시원하다. 호수 주변 야트막한 산 군데군데에는 황금색 탑들이 보인다. 호수에는 검은 가마우지와 흰 갈매기가 보트 소리에 놀라 날아오른다. 어부들은 호수 곳곳에서 한발로 노를 저으면 두 손으로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는다. 대단한 묘기처럼 보인다. 그물을 쳐놓고 긴 막대기로 호수 물을 내리치며 고기를 잡기도 한다.

인레호수에서멋진 자세로 고기를 잡는 어부.

인레호수에서멋진 자세로 고기를 잡는 어부.

작은 배로 갈아타고 수상가옥 골목골목 누벼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선장이 수상 마을 동네에 들어가서 작은 배로 노를 저으며 골목을 돌아보지 않겠느냐고 물어본다. 비용은 2만 짯이라고 한다. 1만5000짯에 둘러보기로 하고 마을로 들어갔다. 2~3명이 탈 수 있는 조그만 배로 갈아타고 수상 마을 골목골목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수상 마을의 풍경이 아기자기하고 너무나 평화롭게 보였다. 100여 호 되는 주민들은 호수가 고향이고 어머니다. 호수에서 태어나 자라고 학교 다니고 성장해서 또 호수에서 토마토 농사짓거나 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간다. 호숫물로 목욕하고 수영하고 또 거기에서 배설까지 한다. 먹는 물은 물통이 있는 것으로 보아 생수를 마시는 것 같다. 채소를 씻는 것도 호수에서 한다.

인레호수 수상마을 풍경.

인레호수 수상마을 풍경.

선장이 거주하는 수상마을 가정집의 내부(1층) 모습.

선장이 거주하는 수상마을 가정집의 내부(1층) 모습.

선장이 사는 수상마을 가정집의 침실(2층) 모습.

선장이 사는 수상마을 가정집의 침실(2층) 모습.

수상 마을 투어를 마치고 선장 집을 방문하고 싶다니까 흔쾌히 수락해 준다. 물 위에 세워진 2층으로 된 목조주택인데 한 층이 20평 정도 되어 보인다. 1층은 거실 겸 식당이고 2층은 침실이다. 화장실은 1층 거실 옆에 밑이 뚫려있어 볼일을 보면 호수로 떨어진다. 집을 둘러보고 거실에 앉으니 커피와 케이크와 토마토를 내온다. 정말 고맙다. 아버지를 모시고 9개월 된 아들과 아내와 함께 산다고 한다. 커피도 우리 입맛에 맞고 토마토는 수상 농장에서 직접 기른 것이라는데 당도가 높아 맛있다. 고마워서 꼬마 아들에게 5000짯을 주고 나왔다.

수상마을 선장 부인과 아들.

수상마을 선장 부인과 아들.

여기 사람들은 호수에 부초를 띄워놓고 그 위에 토마토 농사를 짓는다. TV의 세계테마기행에서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다. 부초의 두께가 거의 1m는 되는 것 같다.

3시경 보트 투어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좀 쉬다가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나오는데 아침에 만났던 한국 여자 두 분이 호텔에서 100여m 정도 떨어진 곳에 ‘뷰 포인터’라는 식당에 가면 새우 요리가 맛있다고 추천을 해주어서 가보았다. 추천한 새우 요리와 꼬마 새우튀김과 두부 요리에 맥주 한 병을 시켰다. 4만9000짯이다.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레스토랑에서 한참 동안 여행일지를 정리하며 쉬다 호텔로 돌아왔다.

인레호수에서 부초를 띄워 놓고 농사를 짓는 풍경.

인레호수에서 부초를 띄워 놓고 농사를 짓는 풍경.

바간행 야간 버스 타고 수십 구비의 산길을 달리다

7시 30분이 되자 툭툭이가 바간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까지 픽업하기 위해 호텔로 왔다. 툭툭이는 여러 호텔을 돌아다니며 버스표를 예약한 관광객들을 태우고 정류장에 내려준다. 야간 버스는 정원이 30명이다. 화장실도 실내에 있다. 탑승할 승객이 모두 승차했는지 출발시각보다 10분 일찍 7시 50분에 출발했다.

버스가 출발하자 실내등을 모두 끈다. 취침 분위기다. 지난번 베트남 닌빈에서 사파까지 갈 때는 2층 침대 버스였는데 오늘은 1층이지만 좌석 밑으로 다리를 쭉 뻗고 탈 수 있게 되어있다. 좌석도 뒤로 젖히면 거의 누울 수 있다.

버스는 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지 털털거리며 천천히 간다. 출발한 지 30여 분 지나자 산길로 접어들었다. 높이 올라왔는지 귀가 먹먹하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버스와 트럭과 승용차가 줄지어 간다. 짐을 가득 실은 트럭이 힘겹게 올라가니 뒤따라가는 버스는 천천히 따라갈 수밖에 없다.

1시간 반을 달리더니 잠시 쉰다면서 저녁을 먹을 사람은 식사를 하라고 한다. 높은 산 속에 정차했는지 쌀쌀하다. 30분을 쉬고 10시에 출발했다. 그동안 자면서 오느라 몰랐는데 계속 오르막길을 올라왔는지 이제는 계속 고갯길을 내려간다. 일부 구간은 비포장인 데다가 엄청난 높이의 절벽이 깎여져 있는 것으로 보아 구부러진 길을 펴는 공사를 하는 모양이다. 어두운 산길인데도 차량의 불빛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절벽 저 아래를 보니 차량의 불빛이 3층으로 보인다. 엄청난 고불고불한 고갯길인 모양이다.

대형 화물차들이 반대편 차선에서 올라오니 코너 길에서 교행이 안 되는지 차량 행렬이 지나가고 난 다음에야 출발한다. 아마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터널을 뚫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에 큰 화물차가 천천히 내려가니 버스도 보조를 맞추느라 과속을 못 하여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 위쪽을 봐도 몇 구비의 차량 불빛이 보인다.

새벽 2시 30분에 잠이 깨어 눈을 뜨니 버스가 정차해 있다. 운전기사가 쉬는 시간인 모양이다. 10여 분 쉬다 또 달린다. 이제 평지라서 많이 흔들거리지는 않는다. 버스 안 공기가 차갑다. 에어컨을 켠 것은 아닐 텐데 왜 그럴까? 경희는 옆에서 자주 기침을 한다. 감기 걸리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좌석이 불편하고 털털거리고 추운 데도 잠이 온다는 것이 이상하다. 조금 더 달리다 정차하더니 여행객들이 내린다. 또 좀 쉬었다 가나 보다 했는데 벌써 종점에 도착했다고 한다.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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