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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평생 목에 링을 끼고 사는 롱넥마을 여인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17)


17일 차, 치앙라이 관광

6시 반부터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제 만나기로 약속한 송태우 운전사가 숙소에 와 있었다. 시간 맞춰 와주니 믿음이 간다. 덩치가 큰 데도 아주 순박해 보인다. 커피 한잔을 하며 우리가 준비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짐을 챙겨 관광을 떠나기에 앞서 숙소가 깨끗하고 마음에 들어 오늘 하루 더 머물겠다고 하자 빈방이 없어 안 된다고 한다. 어제 저녁에 미리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너무 방심한 것이 실수였다. 우리가 묵은 게스트하우스는 인터넷에 등록이 되어있어 예약이 잘 되는 것 같다. 할 수 없어 여행용 가방과 배낭을 숙소에 맡겨두고 오늘 저녁은 주말인 관계로 예약이 어려울 것 같아 어제 저녁에 봐 두었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다. 방 2개에 900밧인데 예약금으로 400밧을 내야 한단다. 숙소를 예약하고 관광을 떠났다.

화이트 템플의 멋진 은빛 사원. [사진 조남대]

화이트 템플의 멋진 은빛 사원. [사진 조남대]

화이트 템플 불상은 마치 살아있는 듯 

8시 20분쯤 숙소를 출발해 화이트 템플까지는 20여 분 정도 걸렸다. 입장료로 1인당 200밧을 냈다. 아침 이른 시각인데도 벌써 엄청난 관광객이 입장해 있다. 화이트 템플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사찰하고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건물의 기와와 벽면 등 모든 부분이 은백색으로 되어 있으며, 벽면에 도자기 등으로 장식이 되어있어 특이하다.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을 반사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중앙 법당에는 세 명의 부처가 앉아 있고 그 앞에 앉아 있는 스님은 꼭 살아 있는 것처럼 만들어져 있다. 머리칼이나 살갗에 노란 솜털까지 나 있어 스님이 실제로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만하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다만 어떤 장소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아쉬웠다. 현지어와 영어로만 설명이 되어있어 자세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좀 애석했다. 1시간 정도 관람하고 롱넥마을로 향했다.

20년도 더 된 것 같은 송태우는 오르막이나 과속을 할 때는 덜덜거리면서도 잘 달린다. 그러나 매연을 엄청나게 내뿜는다. 덩치가 큰 운전자가 옴짝달싹하지 못할 정도로 좁은 운전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우리나라의 다마스와 같은 트럭인데 뒷부분에 사람이 마주보고 앉을 수 있도록 양쪽으로 좌석을 만들어 놓았다. 70~80km 정도의 속도로 달린다. 달릴 때 뒷좌석에서는 이야기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럽다. 도시가 깨끗하고 유럽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롱넥마을은 큰길로 가다 동네로 들어가 비포장도로를 1시간 정도 달리자 나타난다. 대나무와 야자수 및 바나나 나무 등으로 둘러싸인 곳에 마을이 있다. 입장료가 1인당 300밧이다. 나뭇잎 등으로 만든 집에 각종 민속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줄지어 있다. 산속에 있는 자연부락이다. 목각이나 종, 실로 짠 작은 가방 등을 판매한다. 별로 살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관광객은 그냥 둘러본다.

목에 링을 끼운 채 직물을 짜고 있는 롱넥마을 여인.

목에 링을 끼운 채 직물을 짜고 있는 롱넥마을 여인.

어린 소녀의 목에도 무거운 링이   

자연부락과 민속품을 판매하는 마을을 지나자 마지막 부분에 긴 링을 목에 건 여인들이 베틀에 앉아 직물을 짜면서 자기들이 만든 각종 옷과 머플러 그리고 민예품 등을 판매한다. 나이 많은 여자도 있지만 15∼16세 되는 소녀도 있고, 심지어 5~6세 되는 아이도 롱넥을 하고 앉아있다. 롱넥 뿐 아니라 다리에도 놋쇠로 된 링을 끼고 있다. 마을에 들어갈 때 롱넥이 전시되어 있어 무게를 달아보니 2.5kg이나 된다. 이 무거운 것을 목에 걸고 평생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불쌍하고 측은한 생각이 든다. 여성들이 목에 거는 롱넥은 6세부터 3년마다 총 여섯 번을 갈아 끼워 주는데 그 이후에는 평생 벗지 않는다고 한다.

태국 초등학생들이 견학을 왔는지 단체로 관람을 한다. 나이도 어린 여자 아이가 직접 만든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간절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이 너무 애처로웠다. 입장료를 내서 그런지 같이 사진 찍는 데 대한 거부감 같은 것이 없으며, 옆에 와서 사진을 찍으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무릎 밑 장딴지에도 롱넥 모양처럼 생긴 고리를 끼고 있어 종아리가 통통하다. 다리에 끼는 것은 처음 본다.

목과 종아리에 링을 한 채 직물을 짜고 있는 롱넥마을 소녀.

목과 종아리에 링을 한 채 직물을 짜고 있는 롱넥마을 소녀.

1시간 정도 둘러보고 식사 시간이 되어 운전사에게 식당으로 데려달라고 하니 호숫가에 있는 멋진 곳으로 안내를 해 준다. 주변 경관이 아주 아름답다. 아직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식당이지만 꽤 괜찮게 꾸며 놓았다. 메뉴판은 태국 글로 되어있어 고르기가 쉽지 않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누들이 제일 안성맞춤이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지만 맛있다. 누들과 맥주로 허기와 목마름을 해소했다. 조금 더운 날씨인 관계로 마시는 맥주 한잔이 꿀맛이다. 1시간 정도 여유롭게 식사를 하며 쉬다가 12시 반 경에 다음 장소로 출발했다. 운전사를 포함해 다섯 명이 맥주와 식사를 한 총비용이 570밧이다. 1만7000원 정도니 얼마나 저렴하고 좋은가?

식사를 마친 다음 운전사는 녹차 밭으로 안내해 준다. 오는 도중에 검문소를 거쳤다. 태국 북쪽인 미얀마 국경 쪽으로 오니 그런 모양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경찰도 반갑게 인사를 한다. ‘심심하다’라는 말도 안다. 큰 녹차 밭이라고 하는데 나는 보성의 대한다원이나 제주도 오설록 등을 이미 구경한 터라 별로 크거나 멋있다는 것이 실감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지방에 오면 꼭 들르는 관광지인 모양이다. 전망대 쪽으로 가니 녹차 밭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넓게 펼쳐진 녹차밭.

넓게 펼쳐진 녹차밭.

원숭이들, 먹이 주면 달려와 받아먹어

다음은 원숭이농장으로 갔다. 산 밑에 있는 넓은 사찰인데 원숭이가 100여 마리도 더 되어 보인다. 관람객도 많이 있다. 땅콩이나 바나나를 주면 달려와서 맛있게 먹거나 먹이를 갖고 나무 위로 올라간다. 사찰에 대문이나 울타리도 없는데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면서 도망가지 않고 내부에서 모여 사는 것이 특이하다. 구입한 바나나를 원숭이에게 주며 한참을 구경하다 나왔다.

원숭이농장에서 바나나를 주고 있는 장면.

원숭이농장에서 바나나를 주고 있는 장면.

차는 계속 북쪽으로 달렸다. 1월 중순인데 벼를 심어놓은 곳도 보인다. 서울은 영하의 날씨이지만 여기는 더워서 양산을 쓰고 다녀야 할 정도다. 여행하기는 아주 적절하다. 우리나라에 비해 도로의 신호등이 많지 않은 것이 특이하다. 길 양 옆으로 마을이 있는데도 신호등이 없다. 길을 건너려면 도로를 무단 횡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걸어 다니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이동수단이 자동차나 오토바이다. 그래서 횡단보도가 없는 모양이다.

우리를 태운 송태우는 포장된 쭉 곧은 길을 2기통 오토바이처럼 덜덜덜 하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쉬지 않고 잘도 달린다. 4차선의 한적한 도로다. 갈림길이 있는 곳에만 가끔 신호등이 있다.

우리가 타고 다닌 낡은 송태우.

우리가 타고 다닌 낡은 송태우.

양귀비 재배하던 골든 트라이앵글

1시간 정도를 달려 3시 30분에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 도착했다. 태국과 라오스와 미얀마 세 나라 국경 사이에 강이 흐른다. 과거에 마약 생산과 유통으로 유명한 곳이라서 그런지 아직도 거리와 상가에는 관광객으로 붐비고, 큰 사찰과 조형물들이 태국의 국력을 말해 주는 것 같다. 출입국관리소도 있다. 강변 높은 곳에 서서 세 나라를 내려다본다. 메콩강 바로 건너편은 라오스다. 거기에도 큰 사찰이 보인다. 미얀마와 국경 사이에는 좀 더 작은 강이 흐르지만 삼각주 끝부분이라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호수 옆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는 일행.

호수 옆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는 일행.

메콩강변의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임을 알리는 간판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는 일행.

메콩강변의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임을 알리는 간판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는 일행.

우리가 골든 트라이앵글까지 온 것은 육로를 통해 미얀마로 갈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주변에 있는 여행사와 출입국관리소와 관광 경찰에게 태국 매사이에서 미얀마로 갈 수 있는지, 그리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 문의한 결과 가능하다고 한다.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온 터라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안심이 된다. 희망이 솟는다.

4시 50분 다시 치앙라이를 향해 출발했다. 2시간 정도 걸려 6시 40분에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찾아 식사를 하고 내일도 아침 8시에 송태우 기사와 만나 매사이까지 같이 가기로 하고 수고비로 900밧을 주기로 했다. 저녁 식사하고 숙소에 짐을 들여놓은 다음 마사지를 했다. 비용은 1인당 200밧이다. 여행 경비가 부족하여 1인당 3000밧을 더 냈다.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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