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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치앙라이에선 미얀마 못간다고? 이게 무슨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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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16)

16일 차, 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로 이동

치앙마이 버스터미널의 전경. [사진 조남대]

치앙마이 버스터미널의 전경. [사진 조남대]

번역 앱 덕에 쉽게 차표 구매

어제 아침 숙소 앞 가게에서 구매했던 코코넛 파이를 오늘도 커피와 함께 먹으려고 했으나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숙소 주인아주머니에게 이야기했더니 가게 주인이 병원에 가야 하는 관계로 파이를 팔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 조금 지나 다시 알아보고 나서 구매할 수 있다고 해 6개를 주문했더니 어제 만들어 놓은 식은 것이다. 비록 금방 만든 것은 아니지만 따뜻한 커피와 함께 맛있게 아침 식사를 했다. 식사 후 3일 밤을 지낸 숙소에 어제 2000밧을 지급했기 때문에 하루 치 숙박비 1000밧과 파이값 42밧을 지급한 다음 잘 쉬다 간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도로변으로 나와 송태우를 타고 치앙마이 버스터미널에 갔다. 200밧 달라는 것을 깎아 150밧 주었다.

창구에서 승차권을 구매하려고 했으나 금방 출발하는 것은 매진되고 11시 30분 출발하는 버스표밖에 없다고 한다. 예약을 하지 않아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 것이 안타까웠다. 창구 여직원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컴퓨터의 한·태국 번역 앱을 연다. 대단한 서비스다. 앱 덕분에 의사소통이 잘 되어 쉽게 표를 구매했다. 이곳은 외국 여행객이 많다 보니 각국의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모양이다. 다음부터는 예약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1인당 190밧을 주고 표를 샀다.

치앙마이서 우연히 만난 아들 친구의 부모

치앙마이 터미널에서 우연히 만난 아들 친구의 부모(왼쪽 두분)와 함께.

치앙마이 터미널에서 우연히 만난 아들 친구의 부모(왼쪽 두분)와 함께.

치앙마이 시가지 곳곳에 산재한 옛 성곽.

치앙마이 시가지 곳곳에 산재한 옛 성곽.

표 구매한다고 줄을 서 있는데 어떤 한국 여자가 경희를 툭 친다. 아들 규연이의 고등학교 친구인 석철이 엄마란다. 부부가 2개월 동안 동남아 여행 중인데 태국 치앙마이에 와 있다는 이야기는 카톡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버스터미널 승차권 발급 창구 앞에서 만나다니. 참 대단한 인연이다. 아들 친구 부부와 우리 일행은 악수를 한 후 여행 이야기를 한동안 하다 헤어졌다.

치앙라이까지는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표를 구매하고 나자 2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250밧 주고 송태우를 빌려 1시간 구시가지 주변을 쭉 돌아보았다. 구시가지는 오래된 도시여서 많이 허물어지기는 했지만, 부분적으로 성곽이 보이고 성곽을 따라 10여m 정도 넓이의 물이 흐르는 해자가 설치되어 있다. 대부분 가옥은 단층 슬레이트나 함석지붕으로 되어있으며, 가게마다 외국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관광 수입이 대단히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되고 낡은 송태우는 매연이 심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시커먼 연기가 확확 뿜어져 나온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건강에 아주 해로울 것 같다. 쉬지 않고 1시간 정도 시내를 돌아다니다 10시 반에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서도 시간이 남아 바로 옆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 좀 쉬다가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 먹을 간식을 구매했다.

버스는 우리나라의 45인승 일반 버스와 비슷하다. 승객을 가득 채운 다음 출발 시각보다 조금 늦게 시동을 걸었다. 3분의 1은 관광객이고 나머지는 현지 주민이다. 버스는 60km 정도의 일정한 속력으로 달린다. 왕복 2차선 또는 4차선 도로를 차량이 많지 않음에도 천천히 여유롭게 달린다. 우리가 보기에는 좀 답답하고 느리다 할 정도의 속도다. 앞차가 천천히 가더라도 추월도 하지 않고 그 뒤를 그냥 따라간다.

원시림 우거진 치앙라이 가는 길

치앙마이 옛 궁궐 주변에 설치했던 해자.

치앙마이 옛 궁궐 주변에 설치했던 해자.

며칠 전 라오스와의 국경도시인 훼이싸이에서 밤길을 달려 치앙라이를 거쳐 치앙마이로 왔었는데, 그때는 어두워 주변 경치를 구경하지 못했다. 오늘은 낮에 다시 가며 보는 풍경은 원시림으로 우거진 야트막한 산길을 꾸불꾸불 수많은 굽이를 돌아 달린다. 도중에 높은 곳은 낮추고 굽은 곳은 펴는 도로공사를 하고 있어 30분 이상 지체되었다.

2시간쯤 달린 후 정류장에서 한번 쉬었다. 태국은 어디를 가나 대부분 화장실은 3밧 정도의 요금을 받는다. 베트남과 라오스도 요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휴게소 화장실에 비하면 시설도 낡은 데다 좌변기도 없어 쪼그리고 앉아 볼일을 봐야 하는 곳도 많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휴게소 화장실은 깨끗하고 무료인 데다 손 드라이까지 있는 세계 최고의 시설이다.

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까지는 대부분이 산길이다. 높지는 않지만, 산을 넘어가는 관계로 도로가 구불구불하다. 중간의 몇 군데의 도시와 또 달리는 도중에 손님이 있으면 정차하는 완행버스다. 산이 야트막해 저 멀리까지의 경치를 볼 수 있다. 태국은 길거리의 중요한 곳에 황금색의 액자에 왕의 사진을 넣어 세워져 놓았다. 왕이 존경의 대상인 모양이다.

우리 버스는 거의 4시간을 달려 치앙라이 2 터미널을 거쳐 3시 반에 치앙라이 1 터미널에 도착했다. 2 터미널에서 1 터미널까지는 8km로 15분 정도 소요되었다. 치앙라이 1 터미널에 도착한 다음 숙소를 찾기 위해 터미널 주변을 돌아다녔다. 주변에 게스트하우스가 많이 있지만, 대부분은 빈방이 없다고 한다. 한참을 찾아다니다 경희가 인터넷을 통해 찾은 게스트하우스로 가기 위해 길을 건너가 보았지만, 빈방이 1개밖에 없거나 예약이 꽉 찬 상태다. 거의 1시간 반을 이리저리 찾아다니다 방 하나에 700밧 하는 방 2개를 구했는데, 정원도 있고 시설이 좋은 데다 아침 식사까지 제공하는 것이었다. 많이 돌아다니며 찾은 보람이 있어 지금까지의 숙소 중 가장 시설이 좋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 기분이 좋다.

치앙라이 꽃 축제가 열리고 있는 공원 풍경.

치앙라이 꽃 축제가 열리고 있는 공원 풍경.

오는 도중에 간식은 좀 먹었지만, 게스트하우스를 구하려고 돌아다닌 데다 아침을 파이 하나와 커피 한잔으로 먹어 배가 고프고 지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쌀국수를 먹었다. 식사를 맛있게 하고 허기를 채운 다음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가르쳐준 야시장과 꽃 박람회장을 찾아갔다. 가는 도중에 내일 관광할 곳을 알아보기 위해 여행사를 방문하여 확인해 본 결과 입장료를 제외하고 교통수단과 여행사 수고비로 3000밧을 달라고 한다. 그래서 가까이 있는 터미널로 가서 송태우 기사를 직접 만나 협상했다. 2000밧 달라는 것을 1500밧을 주기로 하고 내일 아침 8시에 우리 숙소로 와서 픽업하기로 했다. 송태우가 낡아 좀 피곤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싼 맛에 계약하였다.

우리가 치앙라이로 온 것은 주변의 관광지를 구경하려는 것도 있지만, 매사이를 통해 육로로 미얀마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여기 여행사에 들어가 문의해 보니 잠깐 국경을 넘어 미얀마를 둘러볼 수는 있어도 육로로 국경을 넘어 미얀마로 갈 수는 없다고 한다. 육로를 통해 미얀마로 가는 것이 안 된다는 야기를 들으니 아주 황당하다. 일단 내일 주변을 관광한 후 또 일정을 협의해 보기로 했다.

관광객이 북적거리는 치앙마이 야시장

치앙라이 야시장 모습.

치앙라이 야시장 모습.

치앙라이 꽃 축제장에서 민속복장으로 단장하고 공연을 하는 주민들.

치앙라이 꽃 축제장에서 민속복장으로 단장하고 공연을 하는 주민들.

야시장을 둘러보았으나 특별한 것은 없고 관광객만 북적거린다. 규모는 별로 크지 않은데 관광객이 많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꽃 축제하는 곳을 찾아가 봤다. 공원을 꽃으로 단장한 다음 주변에 각종 음식과 음료수와 과일 등을 판매하는 매장을 만들어 놓고 무대 위에서는 가수를 초청해 노래를 부르거나 민속공연을 하고 있다. 우리도 점심을 늦게 먹은 관계로 목이 말라 시원할 음료수를 사서 마시며 공연을 보았다. 공연 내용은 지역 주민들이 나와 민속춤을 추는데 좀 유치할 정도의 수준이다.

오늘 많이 걸은 관계로 피곤하여 마사지를 받기로 하고 들어갔다. 비용은 1인당 1시간 반에 300밧이다. 피곤한 탓인지 마사지를 받는 동안 코를 심하게 골아 마사지하는 종업원이 막 웃었단다. 마사지는 그동안 받은 것 중에 가장 잘하는 것 같다. 시원했다.

마사지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자 11시 반이 되었다. 내일은 8시에 송태우가 픽업하러 오기로 하여 7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준비를 해야 한다. 미얀마 여행과 관련해서는 서로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는 시간 관계상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과 나머지는 여행 일정을 좀 더 늘려 처음 계획처럼 다녀오자는 의견이 있는데 조율해 봐야겠다.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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