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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아쉽다, 코끼리도 못타고 쇼도 못본 코끼리캠프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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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15)

15일 차, 치앙마이 관광 2일 차

아침에 일어나니 햇살이 환하게 비친다. 기분이 상쾌하다. 바람은 선선한 가을 기분이 들게 한다. 숙소 앞 가게에서 파이를 굽고 있는데 코코넛 파이가 1개에 7밧이란다. 8개를 사서 커피와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1밧이 30원이니 7밧은 210원이다. 엄청 저렴하다. 커피는 숙소에서 서비스로 준다. 다른 숙소보다는 서비스가 좋다.

기사는 약속대로 9시에 도착했다. 자동차를 타고 조금 가다 잠깐 세워 기사와 함께 오늘 관광할 곳과 관광순서를 정했다. 오늘은 뿌이산, 도이스템, 코끼리농장을 관람하고 시내로 돌아와 사원을 관람하기로 했다.

미얀마 저명인사 태국 방문 행사에 미얀마 사람들이 운집한 모습. [사진 조남대]

미얀마 저명인사 태국 방문 행사에 미얀마 사람들이 운집한 모습. [사진 조남대]

자동차를 타고 조금 가자 은행이 있어 환전하러 들어가서 번호표를 뽑으니 외국인이라며 먼저 오라고 한다. 태국의 대표은행인 방콕은행이라 그런지 환경도 깨끗하고 직원들도 친절하다. 카드를 제시하여 돈을 찾은 후 태국 화폐로 바꾸고, 가지고 있던 원화도 태국 밧으로 환전했다.

조금 달리다 드라이버는 주유소에 붙어있는 슈퍼마켓에 들려 생수를 사서 얼음을 채운 아이스박스에 넣어두면서 필요할 때 먹으라고 한다. 고맙다. 주유소의 경유가 1ℓ에 25밧이다. 750원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외곽으로 나가는 차가 많아서 그런지 정체가 심하다. 편도 3차선 도로인데 걸어가는 정도의 속도로 엉금엉금 기어간다. 태국의 유명관광지라 그런지 외국인들도 많다.

우리 운전사는 이어폰을 끼고 누군가와 계속 통화를 한다. 그러다가는 또 혼자 콧노래를 부른다. 성격이 아주 낙천적이고 쾌활하다. 한 시간 정도 지체를 겪다 시원하게 잘 달린다. 태국에는 상대적으로 후진국인 미얀마 사람들이 일하러 온 경우가 많단다. 특히 치앙마이는 미얀마와 국경이 가까운 관계로 3D 업종 분야에 일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오늘은 미안마의 유명한 인사가 와서 행사를 하는 관계로 미얀마에서 일하러 온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어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거의 1시간 정도 정체를 겪은 것이다.

발에 쇠사슬 묶인 코끼리에 불쌍한 마음이....

정체 구간을 지나자 꼬불꼬불한 숲속 길을 달린다. 매사 코끼리캠프(MAESA ELEPHANT CAMP)에 11시 도착하여 천천히 둘러보았다. 입장료는 250밧이다. 이 비용에는 코끼리 쇼를 보는 것도 포함되어 있으나 오후 1시 30분에 시작하는 관계로 우리는 시간이 맞지 않아 보지 못하고 나왔다. 코끼리캠프는 오전 7시에 개장하여 8시와 9시 30분, 오후 1시 30분 등 하루에 3번 쇼를 하며, 오후 3시 30분에 폐장한단다. 코끼리 먹이인 바나나를 사서 코끼리에게 주기도 했다.

매사 코끼리 캠프에서 코끼리를 타는 관광객.

매사 코끼리 캠프에서 코끼리를 타는 관광객.

매사 코끼리 캠프에서 코끼리에게 바나나를 주고있다. 아기코끼리는 껍질을 까서 먹는다.

매사 코끼리 캠프에서 코끼리에게 바나나를 주고있다. 아기코끼리는 껍질을 까서 먹는다.

농장 여기저기에는 코끼리 우리가 있는데 그곳의 코끼리는 모두 발 하나를 쇠사슬로 묶어 놓았다. 풀어 놓으면 관람객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기도 하겠지만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미 코끼리는 바나나를 주면 통째로 먹는데 새끼 코끼리는 껍질을 까서 먹는다. 코끼리 쇼도 보고 코끼리를 타보려고 했으나 점심시간이라 쉬는 관계로 타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시간에 따라 요금이 다르지만 15분 동안 두 사람이 타는데 800밧이다. 덩치가 큰 코끼리지만 두 사람을 태우고 언덕길을 올라가기가 쉽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와서는 코끼리 쇼를 보고 코끼리를 타고 한 바퀴 돌아봐야 하는데 우리는 다른 일정이 있어 그러지 못하고 그냥 코끼리캠프를 한 바퀴 돌아보고 나왔다.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과 푸른 들판은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된다. 시원한 바람을 쐬며 시골길을 달리니 기분이 상쾌하다. 잠깐 주유소에 들러 화장실 볼일을 봤다. 12인승 승합차에 5명이 타고 가니 편안하다. 베트남과 달리 차량에 비해 오토바이가 많지 않은 데다 클랙슨 울리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느긋한 국민성과 불교에서 오는 자비의 정신 등으로 인해 그런 것인가? 여기도 경유가 1ℓ에 26밧이다. 우리 화폐로 780 원 정도다.

'왓 프라탓' 황금탑 오르니 치앙마이가 한눈에

'왓 프라탓 도이수텝'에 있는 황금탑.

'왓 프라탓 도이수텝'에 있는 황금탑.

 '왓 프라탓 도이수텝'에 걸려 있는태국 왕과 왕비 사진.

'왓 프라탓 도이수텝'에 걸려 있는태국 왕과 왕비 사진.

꼬불꼬불한 산길을 1시간 30분 정도 올라가니 해발 1000m의 수텝산에 있는 ‘왓 프라탓 도이수텝’에 도착했다. 300여 계단을 올라갔으나 경사가 별로 급하지 않아 힘들지 않았다. 황금색의 화려한 불탑을 한 시간 정도 걸쳐 관람하였다. 탑이 산 중턱에 있어 치앙마이 비행장과 시내가 훤하게 보인다. 많은 관람객으로 붐빈다. 사찰 내부를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며, 반바지 입은 사람은 비치된 옷으로 갈아입고 들어가야 한다.

사찰에 들어가기 전에 소변을 보려고 입구 옆에 아주 허름하고 지저분한 화장실에 들렀는데 그곳에서도 화장실 입장료를 받고 있다. 동남아지역에서는 화장실에 들어갈 때는 대부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의 공공시설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은 엄청나게 깨끗한 데다 규모도 크고 또 무료다.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

사원 관람을 마치고 내려와 자동차를 타고 산 위쪽으로 올라가다 운전사에게 좋은 식당 있으면 안내해 달라고 했더니 숲속에 전망 좋은 레스토랑으로 데려다주었다. 3시 반이 지난 시각이라 그런지 식당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 조용하다. 쌀국수를 시켰다. 엄청나게 굵은 아름드리나무들이 우거진 숲속에 있는 식당에서 해물이 들어간 쌀국수를 먹는 맛이 환상적이다. 여행 와서 쌀국수를 오래 먹으니 이제 특유의 향도 익숙해져 잘 먹고 매콤한 음식에 중독이 된 것 같다. 땀이 쫙 난다.

몽족마을 카페서 커피 한잔, 행복감에 빠지다

뿌이산 몽족마을 위쪽에 있는 카페.

뿌이산 몽족마을 위쪽에 있는 카페.

뿌이산 몽족마을 위 카페에서 내려다 본 마을 전경.

뿌이산 몽족마을 위 카페에서 내려다 본 마을 전경.

식사를 마치고 뿌이산 기슭의 몽족 마을을 찾아가기 위해 차량 두 대가 겨우 비켜갈 수 있는 꼬불꼬불하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한참 올라가다 다시 내리막길을 기어가다 싶을 정도로 겨우 지나갔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난 길의 상태는 좋지 않아도 방문객이 많은지 차량 통행도 빈번하다. 좁은 주차장에 차량이 많아 주차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을 입구로 들어가자 길 양쪽으로 가게가 쭉 늘어서 있다. 태국 정부에서 여름 별궁을 건설할 때 수텝 산에 흩어져 살던 산악 민족을 한 곳으로 모아 고랭지 채소를 재배시킬 목적으로 깊숙한 산골에 살 곳을 마련해준 곳이라 한다. 원주민들이 직접 만든 물건이나 수예품, 공예품, 과일 등을 주로 판매하거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마땅히 구매할 만한 물건은 없다.

가게를 한 바퀴 둘러보고 전망이 좋은 카페가 있다는 팻말이 있어 마을 위쪽으로 올라갔더니 동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멋진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전망이 확 트인 데크에 앉아 커피를 마시니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다. 마을 꼭대기 카페에서 원시림으로 둘러싸인 마을과 우리의 가을 하늘처럼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녹슨 지붕으로 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너무나 평화스러워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이런 곳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한동안 머무르다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위기에 취해 좀 더 머물고 싶은데 일행은 벌써 쉬엄쉬엄 내려간다.

6시가 되니 벌써 해가 지고 어둠의 그림자가 마을을 감싼다. 우리를 태운 차는 이제 공항으로 향한다. 일행 중 한 명인 순희 씨가 어머니의 병환으로 귀국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려오는 길에 치앙마이 대학 내부를 통과하여 지나왔다. 상당히 큰 캠퍼스라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는 치앙마이 대학 뒷문으로 들어가서 정문으로 나왔다. 그러면서 비공식적이지만 치앙마이 대학을 졸업했다는 등의 농담을 하는 사이 7시경 공항에 도착하여 순희 씨를 전송하기 위해 내렸다.

15일 동안 동행한 순희와 아쉬운 이별

우리는 공항 안으로 들어가 환송을 하려 했으나 치앙마이 공항은 일반인들은 내부로 들어갈 수 없게 되어있어 바깥에서 순희 씨가 입국장으로 들어가는 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쓸쓸하다. 순희 씨도 뒤를 돌아보면 더 아쉬울 것 같아 그런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냥 입국 심사대 쪽으로 들어가 버린다. 보름 동안 참 재미있게 함께 지냈는데 갑자기 헤어진다니 매우 섭섭하다. 특히 동갑내기 친구 광표 씨는 더 아쉬워한다.

시내로 나와 분위기 있고 괜찮은 레스토랑에 도착하여 쌀국수가 아니 좀 더 값비싼 음식을 시켰다. 네 명이 그동안 주로 먹던 쌀국수 대신 이름은 잘 모르지만 품위 있어 보이는 음식과 맥주를 시켜 맛있게 먹었지만, 가격은 2만 5000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가격이 저렴하여 참 매력적이다. 오는 길에 파파야, 멜론, 아보카도와 같은 과일을 사서 숙소 정원 테이블에서 맥주와 함께 맛있게 먹으며 낭만을 빠져들기도 했다.

내일은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타고 치앙라이로 이동하여 거기에서 관광하기로 했다. 치앙라이에서 며칠 관광을 하다 육로로 미얀마로 넘어갈 계획이다. 이제 육로를 통해서 국경을 이동하는 것도 지난번 라오스에서 태국으로 들어올 때 한번 해보았기 때문에 별로 걱정이 안 된다.

치앙마이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해발 1000m의 수텝산에서.

치앙마이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해발 1000m의 수텝산에서.

순희 씨가 귀국하는 관계로 저녁부터 경희가 총무를 맡기로 했다. 경희는 태국 돈 2200밧과 미화 25달러와 동전 얼마를 인수했다. 지금까지 각자 700달러를 갹출했지만, 비용이 더 필요하여 태국 돈 3000밧을 더 내기로 했다. 나는 ATM기에서 6000밧을 인출했지만, 수수료는 별로 들지 않았다.

순희씨의 귀국으로 나는 짐을 챙겨 경희가 있는 방으로 옮겼다. 오늘 저녁부터 경희와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양 팀장과 광표씨 둘이서만 이제 한방을 쓰게 되었다. 그동안 대부분 더블 침대가 두 개가 있는 방이라 남자 3명이 한방에서 자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으나 이제 그런 불편을 덜게 되었다. 양 팀장과 광표 씨는 우리 부부가 합방하게 되어 좋겠다며 놀린다.

이제 우리의 배낭여행도 서서히 본 괘도에 올라 재밌고 별 불편함 없이 잘 지낸다. 우리의 즐거운 배낭여행은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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