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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양말 벗어야 입장! 미얀마 사찰 갈 땐 맨발로 가세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21)

21일차, 올드 바간의 파고다 관람
야간 버스를 타고 새벽 4시경 바간에 도착했다. 우리보다 고급 버스인 JJ 버스를 타고 오는 여자분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10여 분 기다리자 JJ버스가 도착했다. 겨우 하룻밤이 지나고 만났는데도 반갑다. 주차장에서 택시비를 흥정하고 있는데, 젊은 한국 청년이 아는체 한다. 호텔 방향도 비슷해 동행하기로 했다. 4명이 1만2000원을 주기로 하고 해돋이를 본 후 숙소에 가기로 하고 일출 포인트로 향했다.

젊은이들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보도 많고 영어도 잘할 뿐 아니라, 택시비나 숙박비 등 다른 비용 흥정도 잘한다. 부럽다. 10여 분을 달려 새벽 4시 40분에 일출 포인트에 도착했다. 날씨가 차갑고 아직 일출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택시 안에서 1시간 이상 기다리다가 5시 40분경 바로 옆 언덕으로 올라가자 벌써 많은 사람이 와 있다.

저 멀리 야트막한 산이 불그스름해진다. 바간 시가지가 다 내려다보인다. 시내 곳곳에는 황금색과 검은색, 붉은색 등 가지각색의 탑이 산재해 있다. 숲과 가옥과 탑이 어우러진 바간 시가지는 새벽이라 그런지 너무나 조용하고 평화롭다.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부러운 생각도 든다.

바간 시내 하늘로 떠오르는 벌룬. [사진 조남대]

바간 시내 하늘로 떠오르는 벌룬. [사진 조남대]

수많은벌룬이 바간 하늘로 떠오르는 풍경을 배경으로 한 장 찍었다

수많은벌룬이 바간 하늘로 떠오르는 풍경을 배경으로 한 장 찍었다

하나 둘 하늘로 떠오르는 벌룬에 환호성

여명이 붉어지자 북쪽 마을에서 열기구인 벌룬(balloon)이 떠오른다. 하나 둘 떠오르던 벌룬이 갑자기 20여 개나 하늘로 올라 여명을 받으며 서서히 시내 쪽으로 이동한다. 각양각색의 커다란 벌룬이 떠 있는 풍경이 장관이다. 관광객들은 일출보다는 벌룬에 더 관심이 보이며 환호성을 울린다. 바간 시내 주변은 야트막한 야산만 보일 뿐 대평원이다. 따라서 거의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다. 낮게 깔린 구름에 가려진 태양이 한참 지난 후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예상하지 못했던 벌룬의 장관을 보아 너무 기분이 좋고 태양을 보니 큰 행운을 얻은 것 같았다.

벌룬과 일출 감상을 마치고 어제 예약한 숙소로 와서 확인해 보니 우리 숙소는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게 돼 있다. 숙박비를 22달러로 올려주기로 하고 좀 더 좋은 방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또 하루만 예약했던 숙박기간도 하루 더 연장하였다. 이른 아침인데도 체크인해 방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준 데다, 이전에 묵었던 어떤 숙소보다 푸짐하게 아침을 차려준다. 아침 메뉴도 빵과 주스, 커피, 달걀부침, 파인애플 등 다양하다. 더 달라고 하면 또 가져다 준다. 서비스가 좋으니 부킹닷컴에 후기가 잘 올라와 있는 모양이다.

낭우지역의 대표적 사원인 '쉐지곤 파야' 전경.

낭우지역의 대표적 사원인 '쉐지곤 파야' 전경.

물에 비친 '쉐지곤 파야'를 촬영하는 관광객.

물에 비친 '쉐지곤 파야'를 촬영하는 관광객.

숙소에 가방을 가져다 놓고 9시에 출발하는 1일 투어를 1인당 15달러를 주고 신청했다. 같이 온 선희 씨는 피곤하다며 좀 쉬었다가 오후에 관광하겠다고 해 우리 부부만 떠났다. 5명이 한 팀이 되어 밴을 타고 영어 가이드와 함께 올드 바간 일원에 산재해 있는 파고다를 관람했다. 20대 독일 청년 2명과 50대 일본 남자 1명과 우리 부부다.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올드 바간에서 북동쪽으로 5km 떨어진 낭우지역의 대표적 사원인 ‘쉐지곤 파야’다. 입구에서 입장권을 보여달라고 하기에 호텔에 두고나왔다고 거짓말을 했더니 그냥 들어가라고 한다. 사찰에 들어갈 때마다 신발과 양말까지 벗고 들어가야 하는데 독일인은 그런 정보를 알고 왔는지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왔다. 일본인은 운동화를 신고 와서 매번 벗는 것이 귀찮아 호텔과 멀지 않은 곳이니 다시 돌아가 슬리퍼를 신고 오겠다고 한다. 그러자 가이드는 우리보고 호텔로 다시 가 신발도 갈아 신고 입장권을 가지고 오라고 한다.

코코넛쥬스 마시고  원기 회복  

그래서 우리는 오늘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오느라 입장권을 끊지 않고 왔다면서 다음 사찰에 들어갈 때 끊겠다고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오전 내내 파고다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한 다음 점심 후 가이드가 코코넛 열매 한 개를 사줘 마셨더니 피곤한 것이 사라졌다. 오후에는 관광하면서 가이드와 친해져 사진 촬영하기 좋은 장소에 가면 우리 부부에게 사진도 찍어주는 등 친절하게 해 줘서 기분이 한층 좋아졌다.

‘쉐지곤 파야’는 미얀마를 최초로 통일한 아노리타 왕이 건설하기 시작해 1085년 짠시타 왕에 의해 완공되었다. 바간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아름답고 우아한 건축 양식은 훗날 미얀마에 건설되는 많은 파고다의 표본이 되었단다. 황금색으로 지어진 거대한 사원은 규모 면에서도 엄청날 뿐 아니라 너무나 아름다워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바간 옆 에야와디 강변에 있는 ‘부 파야’는 언뜻 보면 종 모양처럼 생겨 ‘표주박 모양의 탑’이라고도 불린다. 이 탑은 바간 유적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바간 초기 ‘퓨쇼티’(162~243)왕이 세운 것이라고 한다. 그가 왕이 되기 전 ‘부’라고 하는 덩굴식물이 강둑을 타고 올라와 걷잡을 수 없이 온 마을로 퍼져나가자 주민들의 근심거리가 되었다. 이때 청년 퓨쇼티가 이를 활로 쏴 모두 제거했다고 한다.

그것을 계기로 퓨쇼티는 타무다릿 왕의 딸과 결혼하게 되고, 훗날 왕이 되어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었던 장소를 기념해 탑을 세웠다는 것이다. 원래 있던 탑은 1975년 지진에 의해 강으로 떨어져 나가 현재의 모습은 그 이후 재건된 것이다.

다음으로 간 곳은 ‘마누하 파야’다. 경전 필사본을 건네주지 않아 아노라타 왕과 전쟁을 치러야 했던 따톤 왕국의 마누하왕은 결국 포로로 잡혀 와 여생을 민가바 마을에서 보냈다고 한다. 이 사원은 마누하 왕이 1059년 세운 것으로 다른 사원과 매우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

좁은 벽면에 거대한 불상이 꽉 들어차 있다. 정면에서도 부처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어 공간과 불상의 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이는 포로로 끌려온 마누하왕이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사원 뒤로 돌아가면 27.5m의 거대한 와불이 있는데, 역시 공간을 꽉 채우고 있어 갑갑한 느낌이다. 경내에 놓인 시주함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시주를 해야 할 만큼 크게 만들어 놓은 것이 특이하다.

‘아난다 파야’는 바간 유적을 통틀어 가장 잘 보존된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사원이다. 1105년 건설된 이 사원은 인도 벵골지방의 사원 양식과 비슷한데 당시 인도는 무슬림 세력이 확장하면서 불교가 설 자리를 잃어 많은 승려가 주변국으로 이주해야 했다. 첨탑은 1990년 건립 100주년을 맞아 금으로 도금했다. 사원 내부에는 동서남북 각 방향에 따라 9m의 대형 입불상을 모시고 있다. 가사 자락을 늘어뜨린 입불상은 미얀마에서도 흔치 않은데, 이는 부처의 자비를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에야와디 강변에 있는 종처럼 생긴 '부파야'.

에야와디 강변에 있는 종처럼 생긴 '부파야'.

'아난다 파야'에 있는 9m의 대형 입불상. 좁은 벽면에 거대한 불상이 꽉 들어차 있는 '마누하 파야'.

'아난다 파야'에 있는 9m의 대형 입불상. 좁은 벽면에 거대한 불상이 꽉 들어차 있는 '마누하 파야'.

탑 위에서 바라 본 환상적인 일몰

하루 관광을 거의 마칠 무렵 해넘이 광경이 아주 멋진 곳으로 안내해준다고 해 따라갔더니 많은 탑이 군데군데 운집한 들판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넘이 장면을 구경하기 위해 곳곳에 있는 탑에 올라가 있다. 가이드가 안내한 탑은 한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기어서 겨우 올라갈 정도로 좁고 어두운 계단으로 돼 있었다. 올라가 보니 벌써 관광객이 많이 와 있어 겨우 난간에 걸터앉을 수가 있었다. 앞이 확 트여 있어 아무런 장애물이 없다. 광활하게 펼쳐진 대지에 키가 작은 나무가 있고 멀리 야트막한 산으로 태양이 넘어가려 한다. 미얀마까지 와 이런 멋진 광경을 구경할 수 있다니 행복하다. 온대지를 붉게 물들인 태양은 서서히 산 너머로 떨어진다. 멋진 광경에 관광객들은 탄성을 자아낸다. 핸드폰으로 무수히 사진을 찍는데 이런 외진 곳에서 경희의 회사 후배를 만났다. 참 대단한 인연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 사람이 없는 곳은 없다.

밤이 깊어 가자 그 많던 여행객이 하나 둘 가게에서 사라진다. 우리도 미지의 땅인 미얀마에서 맥주를 마시며 취해간다. 기분이 좋다. 우리 부부가 자력으로 바간까지 와서 맥주를 마시다니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오늘 바간 시내 주요한 파고다를 대부분 둘러 보았기 때문에 내일은 이바이크를 빌려 타고 시내를 둘러 보아야겠다.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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