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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미술품 가치평가, 법 개입 자제해야" 조영남 무죄 확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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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대작' 사건으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이 5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림 대작' 사건으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이 5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열린 공개변론에서의 호소가 통한걸까.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가수 조영남씨의 사기죄에 대해 무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조씨는 2016년부터 끌어온 ‘그림 대작(代作)’을 둘러싼 법정 공방을 무죄로 마무리하게 됐다.

조씨는 2009년부터 평소 알고 지내던 화가 송모씨에게 1점당 10만원 정도 돈을 주고 그림을 그리게 했다. 주로 조씨의 기존 콜라주 작품을 회화로 그려오라고 하거나,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주고 송씨 임의대로 그려오게 하는 방식이었다. 조씨는 이런 방식으로 송씨 등에게 2016년 3월까지 200점 이상의 그림을 건네받아 미세한 덧칠과 서명을 추가해 판매했다. 그림 중에는 1점당 1000만원이 넘는 금액에 팔린 것도 있었다.

조영남 공개변론 [대법원 유튜브 캡쳐]

조영남 공개변론 [대법원 유튜브 캡쳐]

검찰은 조씨가 ‘조수의 도움을 받아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그림 구매자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지만 이를 행하지 않은 점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알리지 않음’으로써 사람들이 ‘이건 조영남이 그린 그림’이라는 착오에 빠지게 했고, 비싼 그림 구매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1심 유죄→2심 무죄, 2년여 만에 나온 최종 결론은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그림 작업이 주로 송씨 등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은 미술 작품 거래에서 가치 있는 정보이고, 조씨는 이를 사전에 알릴 의무가 있지만 알리지 않아 구매자들을 속였다”며 조씨의 사기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1심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8년 8월 2심 무죄를 받은 조영남씨 [중앙포토]

2018년 8월 2심 무죄를 받은 조영남씨 [중앙포토]

반면 2심은 조씨에게는 죄가 없다고 봤다. 송씨 등은 이 사건에서 기술적인 보조자일뿐이고 조씨가 아이디어 제공부터 색칠 및 그림 완성까지 홀로 했다는 '친작(親作)' 여부가 구매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실제 구매자들이 조씨의 그림을 구매한 동기는 다양했고, 조수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2심 법원은 “작품 구매자들은 그림의 진품 여부는 일반적으로 확인하고자 하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작가가 그렸는지 여부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중요도가 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미술 작품 가치평가, ‘사법자제 원칙’ 지켜야”  

조영남 '그림 대작' 공개변론 참석하는 주심 권순일 대법관 [연합뉴스]

조영남 '그림 대작' 공개변론 참석하는 주심 권순일 대법관 [연합뉴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먼저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 이유 중 ‘저작권법 위반’ 부분은 형사소송법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당초 검찰이 조씨를 기소할 때 ‘사기죄’만 적용하고 저작권법 위반은 적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고심에 와서 저작권법 위반을 주장하는 것은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뜻이다. 불고불리의 원칙은 법원은 검사가 기소한 내용만을 심리ㆍ판결한다는 원칙이다.

또한 대법원은 조씨가 그림 구매자들에게 조수가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미술 작품에 위작 여부나 저작권에 관한 다툼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 등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 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의 “조수를 이용하는 제작 방식이 미술계 관행에 해당하는지, 일반인이 이를 용인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은 법률적 판단의 범주가 아니다”라는 판단의 연장 선상이다. 지난달 28일 공개변론에서 김선수 대법관도 “작품에 조수를 사용했냐 여부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된다면 어디까지가 적법한 조수 사용이고 어느 선을 넘으면 위법한 대작 화가가 되느냐”고 조씨를 기소한 검찰에 묻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대법원에서 구별 기준을 판단해주리라 믿고 있다”고 답했다.

조영남 공개변론 [대법원 유튜브 캡쳐]

조영남 공개변론 [대법원 유튜브 캡쳐]

지난달 공개변론장에 나와 직접 최후 진술을 했던 조씨는 이날 상고심 법정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상고심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공개변론에서 조씨는 “예로부터 화투를 갖고 놀면 패가망신한다 했는데 제가 너무 오랫동안 화투를 갖고 놀았나 보다”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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