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바빠? 돈 좀 보내줘" '메신저 피싱' 1분기만 128억 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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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지금 뭐해? 많이 바빠? 바쁜 거 아니면 톡 해줘”

가족이나 친구를 사칭해 카카오톡 같은 SNS를 이용한 ‘메신저 피싱’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언택트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하면서 전형적인 언택트 범죄인 메신저 피싱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피해규모도 늘고있는만큼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올해(1~4월)만 약 128억원(3273건)의 메신저 피싱 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피해액이 2018년엔 37억원(1662건), 지난해엔 84억원(2416건)을 고려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메신저 피싱 사기범과의 실제 대화 내용. [사진 방송통신위원회]

메신저 피싱 사기범과의 실제 대화 내용. [사진 방송통신위원회]

선배·대출 담당·부동산 계좌 송금 부탁 주의 

메신저 피싱은 카카오톡 등으로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하며 금전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인 수법이다. 스마트폰의 액정 파손이나 충전기 파손, 공인 인증서 오류 등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어 PC로 메시지를 보낸다며 접근한다. 이어 긴급한 송금이나 선배에게 빌린 돈 상환, 대출금 상환, 친구 사정으로 대신 입금 등 다급한 상황을 연출한다. 특히 본인이 아닌 선배ㆍ대출 담당자ㆍ부동산 등 다른 사람의 계좌로 송금할 것을 요청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문화상품권의 핀 번호를 요구하거나 스마트폰에 원격 제어 앱 설치를 유도하는 등 새로운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문화 상품권은 “문화 상품권 구매 후 핀 번호를 보내주면 구매 대금을 보내주겠다”고 속이는 식이다. 또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지 않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팀 뷰어’ 등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게 해 해당 휴대폰을 직접 제어하거나 개인 정보를 탈취해 온라인 결제에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 스마트폰 계좌 이체나 온라인 상품권 구매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카드 정보와 비밀번호를 요구한 뒤 이를 이용해 범인이 직접 상품권을 구매하기도 한다.

보이스 피싱이 메신저 피싱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보이스 피싱이 메신저 피싱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피해 신고 112, 공인 인증서 노출시 118  

메신저 피싱을 예방하기 위해선 실제 가족ㆍ지인이 맞는지 직접 전화로 통화해 확인해야 한다. 또 긴급한 상황을 연출하더라도 전화로 확인 전에는 절대 송금을 해선 안 된다. 특히 가족ㆍ지인 본인이 아닌 타인의 계좌로 송금을 요청할 경우 의심해 봐야 한다.

메신저 피싱으로 피해를 본 경우엔 즉시 112에 신고하고 공인 인증서가 노출된 경우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118 ARS(4번→1번)를 통해 공인인증서 분실ㆍ긴급 폐기를 요청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피해자의 명의가 도용당한 경우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서 운영하는 명의도용방지서비스(msafer.or.kr)에 접속해 가입 사실 현황을 조회해 보는 것이 좋다.

방통위 관계자는 “메신저 피싱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며 “SNS 등으로 개인 정보나 금품을 요구받을 경우 누구든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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