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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 감염자 무서운 이유···"최장 45일간 바이러스 퍼뜨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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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는데도 기침‧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지 않는 ‘무증상 환자’들이 증상이 있는 환자들보다 더 오랜 기간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무증상 감염자가 코로나19 2차 확산의 복병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무증상 환자, 19일간 바이러스 분출 #최장 45일간 분출, 항체도 잘 안생겨 #국내환자 30% 무증상, 해외선 80%도

22일(현지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충칭의과대의 황아일롱 박사 연구팀은 최근 의학 전문지 ‘네이처 메디신’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게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영상.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영상. [중앙포토]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 37명의 바이러스 분출 기간 중간값(통계 집단의 관측값을 크기순으로 배열했을 때 전체의 중앙에 위치하는 수치)은 19일에 달했다. 증상이 있는 경증 환자보다 약 4.7일 더 길었다. 바이러스 분출 기간이 무려 45일에 달하는 무증상 감염자도 있었다.

연구팀은 “조용한 확산자(silent spreaders)의 출현으로 코로나19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바이러스 분출이 반드시 다른 사람을 코로나19에 감염시키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또 이번 연구 결과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의 항체 보유 수준은 유증상 감염자보다 훨씬 낮았다. 무증상 감염자 37명의 항체 보유 수준은 유증상 감염자의 15%에 불과했다. 또 무증상 환자의 40% 이상이 퇴원하기 전부터 이미 항체를 상실했다. 이는 무증상 감염자의 면역 반응이 더욱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충칭의대 연구팀은 총 180명의 코로나19 감염자를 연구했는데, 이 중 20% 이상이 무증상이었다.

그동안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는 감염병 확산의 최대 변수로 여겨져 왔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방역 당국은 물론 환자 본인도 감염 사실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전염시킬 수 있어서다. 이런 와중에 무증상 환자의 바이러스 분출 기간이 유증상 환자보다 더 길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온 것이다.

무증상 환자의 수가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20~30%는 확진 당시 무증상이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무증상자가 유증상자보다 전염력이 높지는 않지만, 무증상기에 전염력이 상당히 있다고 본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앞서 해외에선 무증상 감염자가 확진자의 80%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호주 연구진이 한 크루즈선 탑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감염자 128명 가운데 108명(81%)이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미국 플로리다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감염 급증세가 무증상 감염자와 관련 있다고 밝혔다.

모니카 간디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현존 전염병 대응 체계와 환자 치료는 유증상 감염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무증상 감염자는 코로나19 대응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충칭의대 연구팀은 “무증상 감염자 대응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코로나19 검사 확대, 위생 강화 등 코로나19 통제 정책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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