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추미애와 휴전 택한 윤석열···文의 당부, 1년전과 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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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석열(왼쪽) 검찰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6차 공정사회·반부패 정책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석열(왼쪽) 검찰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6차 공정사회·반부패 정책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서로 협력해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여당은 윤 총장 퇴진을, 야당은 임기 완수를 주장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거취에 대한 언급 없이 ‘협력’과 ‘개혁’을 당부한 것이다.

文의 당부, “권력기관 개혁”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의 초점은 ‘권력기관 개혁’에 맞춰져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6차 공정사회·반부패 정책 협의회에서 “권력기관 스스로 주체가 되어 개혁에 나선 만큼 ‘인권 수사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대로 서로 협력하면서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해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16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각각 ‘인권수사 제도개선 TF’와 '인권중심 수사TF’를 출범했다.

이른바 ‘검찰개혁’ 후속 조치 법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후속 조치 마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며 “특히 공수처가 법에 정해진 대로 다음 달에 출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윤 총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여권의 압박이 점점 노골화되는 가운데 윤 총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文‧秋 만남 전날, 물러선 尹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우선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의 ‘3자대면’ 전날인 21일 밤 대검찰청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날 대검은 “대검 감찰과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이 자료를 공유하고 필요한 조사를 하라”고 밝혔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추 장관이 “대검 감찰부에서 중요 참고인을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한 지 사흘 만에 이에 대해 협조적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에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여권에게 사퇴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간 여권이 사퇴 압박의 명분으로 추 장관과의 불협화음을 내세운 탓이다.

앞서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검찰총장)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이렇게 일어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우희종 서울대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에서 여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을 언급하며 “윤씨에게 빨리 거취를 정하라는 국민 목소리”라며 사퇴를 압박했다.

1년 전 文은 달랐다

1년 전 기류는 정반대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5일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두고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부르며 덕담을 건넸다. 이에 전임 총장에 비해 다섯 기수 아래인데다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파격 발탁된 윤 총장에 대한 대통령의 전폭적 신임을 대외적으로 알리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019년 7월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019년 7월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결국 지난해 11월 청와대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 대통령은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검찰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총장’에 대한 신임이 아닌 ‘시스템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검찰 내부, “尹총장 버텨야”

검찰 내부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출범을 앞둔 엄중한 시기인만큼 검찰총장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현직 검사는 “검찰개혁 후속 조치 입법은 형사 사법 시스템 전체의 변화”라며 “이런 상황에서 총장이 나가면 검찰은 물론 시스템이 망가진다. 개인이 아니라 전체를 위해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현직 검사 역시 “친여권 검사가 총장이 되면 더 나은 검찰인가”라고 되물으며 “검찰 내부에서는 (총장이) 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이라고 전했다. 윤 총장은 자신이 전격 사퇴할 경우 검찰 조직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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