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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1년2개월 만에 사의, 민주당 내 정의용·강경화 교체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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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24시간 만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사의를 밝혔다.

“남북 돌파구 마련할 인사 기용을” #청와대, 북한 군사도발 압박 시점 #당장 교체는 모양새 안 좋아 고심

김 장관은 17일 오후 기자실을 찾아 “저는 남북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남북관계의 악화와 관련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마침 북한이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을 방영하던 순간이었다.

김 장관은 지난해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난 직후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아이디어 많은 현장 이론가’로 꼽히는 그가 냉각기로 접어드는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해 주길 기대했다고 한다. 같은 해 4월 8일 취임한 후 그가 “아직 시간이 있다.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배경이다. 하지만 결국 4·27 판문점선언의 상징(연락사무소)이 재로 변하는 수준까지 악화됐고, 그로서도 결국 취임 1년2개월 만에 ‘백기’를 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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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권 내에선 최근 외교안보 라인 책임론이 높아지던 상황이었다. 남북관계에 국한시켜 놓고 보면 지난 2년간 허송세월을 했다는 인식에서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 정상회담 20주년 기념사에서 대북 유화 메시지를 띄운 다음 날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다 북한이 17일 청와대의 대북특사 제안을 거부했다는 담화까지 발표하는 상황까지 이르자, 현 외교안보 라인으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더불어민주당 내 외교통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년을 아무것도 못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올 초부터 독자적으로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한 건 노선 전환을 밝힌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챙겨 보겠다는 대통령 의지를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통일부가 받치지 못하면 교체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눈치를 너무 봤다는 주장도 있다. 한 의원은 “비유를 들자면 (미국이) 집에 못 하나 박는 것도 상관했으니까 안보실이 끌려다녔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한 민주당 의원도 “지금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주요국 대사 등을 보면 북·미 대화를 추동하기 위한 인사들”이라며 “지금은 북·미 대화에서 남북관계로 전환하는 시기라고 본다면 ‘통일’에 방점이 찍힌 인사들로 외교안보 진용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라인 교체가 북한을 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을 맡고 있는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긴급 전문가 간담회에서 “그동안 대북 포용정책을 잘못했으니 문책하라는 건 아니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교체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군사도발까지 예고하는데 외교안보 라인을 교체하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후임자가 마땅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새 사람이 보직을 맡더라도 임기가 채 2년이 되지 않는데, 이를 위해 후보군들이 신상이 낱낱이 드러나는 인사청문회를 감내하려 들지 않는다는 거다. 그런데도 김 장관이 사의를 밝힌 건 문 대통령에게 운용의 여지를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 악화에 반응한다는 의미도 있다.

야당에서는 정부 대북정책 대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여야,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대북안보정책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용수·윤성민·김홍범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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