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과학자 모임 이끄는 대덕클럽 신성철 회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7면

"대덕은 단순 연구단지에서 세계적인 과학산업단지로 거듭나야 합니다."

대덕연구단지 중견 과학자 모임인 대덕클럽 신성철(51.KAIST 물리학과 교수.사진) 회장은 대덕연구단지 30주년을 맞아 대덕의 비전을 '세계와 경쟁하는 연구단지'로 제시했다. 신회장은 "발명과 발견의 진원지로서 신산업을 창출하는 선도지로 자리매김하고 창의적이고 학제 복합형 인력양성의 산실로 인정받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대덕 설립 30주년을 평가한다면.

"국내 연구단지의 대표주자라는 사실에 이견이 없다. 지난 30년간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적인 연구단지와 비교할 때 기술의 사업화 면에서 뒤처진다. 기술만 갖고는 세계로 나서기 어렵다는 의미다. 사업화 잠재력을 일깨우는 노하우가 부족하다. 연구자와 비즈니스맨 사이의 간격이 멀기 때문이다. 이제 한단계 뛰어넘을 시점이다."

-대덕이 도전해야할 과제는.

"우선 출연연구소의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 그동안 기초부터 상업화 기술까지 '올라운드 플레이'를 펼쳐오다 기초는 대학에, 상업화 기술은 기업으로 이전 중이다. 출연연은 대학이 못하는 학제 복합형 대형 프로젝트와 에너지 등 공공 기술연구에 매달려야 한다. 이와함께 연구.개발에서 상용화로 이어지는 선순화 사이클을 가속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산.학.연.관의 긴밀한 협력체제가 필수다. 또 세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재 외국 연구원은 전체의 1%(약 2백명) 수준이다. 외국의 유명 기업이나 연구소가 대덕에 오지않는 이유는 대덕의 비즈니스 환경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지방과학 지원에 적극적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없지않지만 지방분산에 찬성한다. 그러나 돈만 가면 안된다. 사람이 가야 한다. 돈과 장비의 문제는 선진국을 추격하는 단계다. 이제 아이디어를 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통독 이후 동독의 과학을 키우기 위해 라이프치히 인근에 분소를 설치했다. 그러나 소장직만큼은 유럽 전체에서 가장 촉망받는 미세구조 전문가를 앉혀 외국학자들이 저절로 모이게끔 만들었다. 따라서 단시일 내에 미세구조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소로 거듭날 수 있었다."

-대덕의 도약을 위해 현정부에 바란다면.

"30년 전만 해도 대덕은 유배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 3백달러에도 미래를 내다보는 지도자의 혜안이 있어 오늘날 한국의 과학기술로 발전했다. '제2의 과학기술 입국'이라는 비전에 걸맞은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