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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몽니에 송현동 땅 입찰0곳"…대한항공, 권익위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한항공 노동조합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송현동 부지 자유경쟁 입찰을 촉구했다. 뉴스1

대한항공 노동조합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송현동 부지 자유경쟁 입찰을 촉구했다. 뉴스1

서울시 상대로 권익위에 민원 제기

서울 송현동 땅을 매각하려는 대한항공이 서울시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며 국민권익위원회를 찾았다. 지방자치단체가 그 땅에 공원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아무도 땅을 안 사간다는게 민원의 요지다.

대한항공은 “서울시 행정절차의 부당함을 알리고 시정권고를 구하기 위해서, 지난 11일 오후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보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국민권익위원회까지 찾아가 민원을 넣은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심각해진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1분기 대한항공은 56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대한항공은 서울 송현동 48-9 일대 대지를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이 땅은 경복궁·광화문이 지척이라 유동인구가 풍부하고 안국역 1번 출구가 바로 앞이라 교통도 편리하다. 매각 의향을 밝히자 알짜 투자설명서를 받아 가거나 인수 의사를 타진한 곳이 15곳에 달한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대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이 10일 마감한 예비입찰에서, 매각입찰의향서(LOI)를 제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새 서울시가 문화공원으로 지정을 추진하고 강제수용 의사까지 표명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신청한 배경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 중인 대한항공. 연합뉴스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 중인 대한항공. 연합뉴스

“서울시 때문에 유동성 확보에 악영향”

대한항공이 제출한 고충 민원 신청서는 서울특별시장(피신청인)이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일련의 행정절차 진행을 중단하고,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동산을 매각하기 위한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가 특정 부지에 문화공원을 조성하려면, 필요성과 공공성이라는 2가지 요건이 필요한데, 송현동 부지는 이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대한항공의 논리다. 고충 민원 신청서는 ‘송현동 부지 인근에 공원이 여러 개 존재하기 때문에, 꼭 대한항공이 소유한 땅에 반드시 공원을 지어야 할 필요성이 없고, 대한항공이 기존에 추진했던 부지 활용 방식과도 큰 차이가 없어 공공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기재했다.

오히려 서울시의 계획이 법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이 신청서의 요지 중 하나다. 서울시는 토지대금을 분할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토지보상법상 토지 가격 지급은 일괄보상이 원칙’이라며 ‘서울시가 공사 착수 시점을 조정하면 대지 보상금 지급 시기는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서 서울시는 11일 “대금을 일시에 지급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코로나19 확산 국제선 운항이 크게 감소한 인천국제공항. 뉴스1

코로나19 확산 국제선 운항이 크게 감소한 인천국제공항. 뉴스1

대한항공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고충 민원까지 제기한 건 그만큼 유동성 확보가 시급해서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이 불발하면 기내식 사업부 등 일부 사업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현금을 최대한 많이 빠르게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산정한 보상금액(4670억원)이나 지급 시기(2022년)는 시기적으로나 금액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재원 확보 등을 이유로 언제든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도 상당한 부담”이라며 “한시가 급박한 상황에서 서울시 행정절차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절박한 심정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하소연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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