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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할머니 물음에 회계문제만 퉁친 文, 이게 철학 빈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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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국민공부방 제1강 '우리 시대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국민공부방 제1강 '우리 시대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1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8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관련 발언을 또다시 비판하며 “한 달 만에 나온 대통령 발언이라면 최소한 이 부분이 들어갔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 대통령이) ‘아이 캔 스피크’ 이용수님이 내는 목소리에 정면으로 응답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영화로, 최근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용수 할머니를 실제 모델로 했다.

그는 “운동권 목소리가 정작 현실에 존재하는 할머니들의 진짜 목소리를 가려 버렸다. 정작 이용수님이 던진 메시지는 슬쩍 뭉개 버리고 그냥 ‘회계실수’ 정도로 퉁치고 넘어가려 한다”며 “즉 대통령의 발언이 ‘우리 편 지키기’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철학의 빈곤’이란 이런 것을 가리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피해 가지 않고 저 메시지를 정면으로 받았을 것”이라며 “참모라는 사람들이 굳이 이런 것까지 일일이 설명해줘야 알아듣나. 아니, 이렇게 설명해주면 알아는 듣나”라고 덧붙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정의연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번 논란은 시민단체의 활동 방식이나 행태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일각에서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논란과 시련이 위안부 운동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시민단체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진 전 교수는 전날 국민의당 주최 강연에서 “(문 대통령이) 이번 윤미향 사태에 대해서도 얘기했는데 얘기한 게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남이 써준 연설문을 그냥 읽는 거고 탁현민(청와대 의전비서관)이 해준 이벤트를 연출하는 의전 대통령이라는 느낌이 든다, 자기 의견이 없다”고 말했는데, 이후 그의 발언을 놓고 청와대 전·현직 참모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특히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과거 문 대통령이 직접 연설 원고를 수정하는 사진을 올리며 진 전 교수의 발언을 “뇌피셜(근거 없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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