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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음악회는 공짜? 유료화 되면 얼마까지 낼 수 있나요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 19로 문화계의 주류가 된 무관중 온라인 콘서트. 지금까지는 대부분이 무료로 제공됐다. [중앙포토]

코로나 19로 문화계의 주류가 된 무관중 온라인 콘서트. 지금까지는 대부분이 무료로 제공됐다. [중앙포토]

20일 오후 3시 세종문화회관이 온라인 콘서트의 유료화 모델을 실험한다. 송영민(피아니스트), 김덕우(바이올리니스트) 등 연주자 5명이 출연하는 실내악 공연을 무관중으로 온라인 생중계하면서 자발적 후원을 받는다. 한 ID당 최소 후원금은 3000원. 이 금액 이상으로 자신이 원하는 만큼 후원할 수 있다.

물론 후원금을 내지 않아도 공연은 볼 수 있지만 후원자는 이 공연의 실황 음원, 추후 공연의 티켓 할인의 혜택을 받는다. 후원금은 연주자 출연료, 공연 중계비로 사용할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 오정화 공연기획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프로그램이 중단된 기간이 길어지면서 수익모델을 찾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무관중 콘서트는 그동안 무료이던 온라인 공연 콘텐트의 유료화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한 시도다. 코로나 19의 세계적 확산 이후 온라인 문화 콘텐트는 하나의 대세가 됐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베를린 필하모닉을 필두로 뉴욕필, 런던 심포니, 카네기홀, 뉴욕 필하모닉, 빈 국립 오페라, 영국 국립 극장 등 전통적 공연장과 공연 단체가 온라인에 무료로 공연을 공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무료 공연에 대한 경각심이 나오고 있다. 무료 영상이 일반화하면 출연료, 무대 사용료, 인건비를 포함한 제작비 충당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호주 매체인 컨버세이션은 이달 4일 무료 온라인 공연에 대한 경고의 칼럼을 게재했다. “무대가 사라진 예술가들이 관객에 대한 지속적 노출의 절박함이 있지만 결국엔 독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 매체는 “공연계는 뉴스 보도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언론사들은 처음에 무료로 온라인 뉴스를 공급했기 때문에 최근 10여년간 유료화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료 콘텐트를 제공하면서도 노골적으로 돈 문제를 거론한 곳은 미국의 공연 단체들이었다. 뉴욕필과 메트 오페라는 무료로 공연을 공개하는 동시에 온라인 사이트에 팝업 창 또는 별도의 페이지를 만들어 후원을 요청했다.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 등 유명 성악가들이 ‘노래는 계속돼야 한다(The Voice Must Be Heard)’ 시리즈에서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했다.

KBS 교향악단의 기부 콘서트. [사진 KBS 교향악단]

KBS 교향악단의 기부 콘서트. [사진 KBS 교향악단]

세종문화회관의 20일 콘서트는 국내에서의 시도 중 하나다. KBS 교향악단은 지난달 21일 공연의 티켓 판매에서 ‘자발적 기부’을 실험했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객석 띄어 앉기로 열린 이 콘서트는 티켓 구매자가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후원할 수 있었다.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모든 좌석은 위치에 상관없이 10만원이었지만 구매자가 재량껏 할인율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청중 1000여 명은 최소 1만원 후원을 했다.

KBS 교향악단은 이렇게 모은 1374만원을 8일 국경없는의사회에 전달했다. 청중 한 명당 1만원 조금 넘는 금액을 후원한 셈이다. KBS 교향악단 측은 “공연이 없는 동안엔 무료로 공연 영상을 공개했지만 처음으로 실제 무대에서 공연하면서 기부와 후원이라는 의미를 살려보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예술의전당도 지난달 20일부터 공연을 위한 자발적 후원금을 모은다. ‘코로나로 수입이 사라진 예술가 1만명에게 무대를 만들어준다’는 목표로 시작해 현재 1인당 1만원부터 후원금을 모집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이 불특정 다수에게 후원금을 모집하고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처음 해보는 캠페인이라 쉽지는 않다. 기본 목표치는 3000만원 정도로 잡았다”고 전했다.

무료 콘텐트에서 벗어나는 유료화 시도는 당연하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더 늦기 전에 해야할 일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무료 티켓을 배포한 후 유료 티켓 판매에 타격을 받았던 경험이 이미 있다. 가격 책정, 결제 방법 등을 민관이 같이 연구해 비즈니스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콘텐트의 유료화 저항에 대한 심리적 저항은 만만치 않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이 무료 광장 콘서트에서 높은 개런티를 요구했다는 기사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홍 교수는 “의미와 수단 면에서 설득력을 갖춰야 유료화가 제대로 성공한다”고 했다.

청중의 자발적 기부는 실제로 일어난다. 캐나다의 노바 스코티아라는 오케스트라는 지난달 13~18일 공연을 취소하면서 “하지만 연주자들에게 급여는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정기공연 회원 60%가 전액 환불받을 수 있었던 티켓 값을 오케스트라에 기부했다. 미국의 산타 페 오페라단 또한 다음 시즌을 모두 닫아야 했지만 100만 달러의 ‘티켓 미환불 기부’를 끌어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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