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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 음악회, 취소 관객에 선물…코로나 불안 위로하는 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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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온라인으로 중계한 이응광 방구석 클래식. 네이버 V라이브 캡처

26일 온라인으로 중계한 이응광 방구석 클래식. 네이버 V라이브 캡처

 “지난주부터 공연이 6개 취소됐어요. 생계를 100% 연주로 해결하는 성악가로서 참 난감했죠.”
바리톤 이응광(39)은 26일 저녁에 작은 공연장에서 관객 없이 노래하고 영상으로 찍어 온라인으로 중계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바그너 가곡, 한국 가곡 등의 노래를 부른 즉석 미니 콘서트였다.

스위스 바젤 오페라에서 활동했던 이응광은 지난주 계획됐던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공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주최의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비롯해 다음 달 공연까지 모두 취소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었어요. 공연장에는 아무 공연도 열리지 않고, 사람들은 음악 들을 곳도 없잖아요.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는 연습한 것도 아깝고, 그리고 놀면 뭐해요?” 그가 출연료 없는 '영상 공연'을 한 이유다.

전례 없는 코로나 19 여파로 수많은 공연이 취소됐다. 문화가 사라진 한 달이 예상되는 중에 이처럼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대관령 겨울 음악제는 23~25일 세 개의 공연을 취소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등이 함께하는 ‘피스풀 콘서트’를 비롯해 슈베르트 가곡 ‘겨울 나그네’를 무용과 함께 재해석한 공연 등이었다. 취소한 공연을 예매했던 관객에게 100% 환불을 하는 것은 물론, 음악제 사무국은 선물 하나를 더 준비했다. 예매 관객에게 음악회 프로그램 책자를 보내주기로 한 것. 원래는 공연장에서 1만원에 판매하는 책으로, 다음 달 11일까지 주소를 남긴 예매자에게 1권씩을 보내준다.

대관령 겨울 음악제 사무국의 박혜영 팀장은 “공연 날짜가 임박해서 취소를 했던 터라 작게나마 보상을 하는 것이 예의라 판단했다”며 “공연이 취소되는 것뿐 아니라 여러 가지 나쁜 뉴스만 들리는 때에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취소된 공연들은 예매율 70% 이상을 기록하며 관심을 받았다.

이응광은 “저보다 더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연주자들도 온라인 공연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다들 위축되고 공포를 느끼는 불안의 시대에 음악인들이 함께해준다는 의미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는 동영상 공연의 제목 ‘방구석 클래식’에 해시태그 #어게인스트 코로나 바이러스(AgainstCoronavirus)를 붙이고, 연주자들의 릴레이가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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