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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대신 '빵빵' 드라이브 인 공연, 코로나 시대 대안될까

중앙일보

입력

21일 호주에서 열린 드라이브 인 콘서트. 600여명이 관람했다. [연합뉴스]

21일 호주에서 열린 드라이브 인 콘서트. 600여명이 관람했다. [연합뉴스]

이달 9일(현지시간) 저녁 독일 서부의 이저론. 한 공원에서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크리헬(31)의 독주회가 열렸다. 공원에는 간이 무대가 세워졌고 그 앞에는 차 100대가 주차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열린 ‘드라이브 인’ 콘서트였다. 차 한 대당 입장 가격은 32유로(약 4만3000원). 성인 2명까지 함께 탈 수 있고 어린이는 동승 인원으로 세지 않았다. 최근 유럽 무대에서 떠오르는 신인인 크리헬은 베토벤 소나타 17번과 리스트 나단조 소나타를 들려줬다. 그의 연주는 스피커를 타고 전해졌고, 차 안에서 주파수를 맞추면 오디오에서도 나왔다. 독일의 라디오 방송국인 WDR 3는 “세계 최초의 드라이브 인 피아노 독주”라는 제목으로 이 공연을 중계했다. 크리헬은 “평생 기억하게 될 연주였다”고 소감을 남겼다.

'세계 최초 드라이브 인 피아노 독주회' 바로보기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공연이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드라이브 인 콘서트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빌보드지는 19일 “군중과 밀착해 모이지 않고도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드라이브 인 콘서트는 가장 최신의 혁신적 해결책”이라는 기사를 싣고 미국 전역에서 준비 중인 드라이브 인 콘서트의 리스트를 소개했다.

지난달 24일 덴마크에서 열린 드라이브 인 공연.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덴마크에서 열린 드라이브 인 공연. [연합뉴스]

해외의 드라이브 인 콘서트는 현재 팝 가수들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컨트리 가수인 키스 어번이 15일 테네시에서 의료진에게 감사하는 깜짝 드라이브 인 공연을 연 데 이어 다음 달까지 미국 각 지역에서 대중 가수들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기획사 라이브네이션은 이번 여름에 미국 40개 지역의 야외극장 주차장에서 공연을 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가수 이승철이 23일 드라이브 인 공연을 열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드라이브 인 콘서트는 관심사다. 영국의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는 9월 런던의 북부 공원에서 드라이브 인 오페라를 열 계획이다.

국내의 드라이브 인 공연은 주로 지자체 주도로 열리고 있다. 진주시립교향악단, 서초구, 용인문화재단이 지난달부터 드라이브 인 콘서트를 열었다. 특히 서초구가 주최하는 서리풀 드라이브 인 콘서트는 이달 말까지 서초구청 야외 특설무대 주차장에서 계속된다. 연주가 끝나면 박수 대신 비상 깜빡이를 일제히 켜고, 사람이 없어 소음을 내도 되는 장소에서는 클랙슨을 울리며 공연을 즐기기도 하는 새로운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현재의 드라이브 인 콘서트는 기존 공연들의 공백을 메우는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앞으로 언택트 시대가 자리 잡으면 새로운 공연 형식으로 정착될 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현장감과 음향이다. 황병준 사운드엔지니어는 “지금은 새롭고 재미있는 시도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음향 수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될 것”이라며 “공연의 사운드를 전파하는 안테나가 가까이에 있어 라디오 방송보다도 잡음이 덜할 수는 있겠지만 기존 방송국만큼 좋은 기계를 쓸 수는 없다. 드라이브 인 콘서트를 담당하는 엔지니어와 프로듀서의 실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적절한 티켓 가격,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도 드라이브 인 콘서트 정착의 또 다른 관건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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