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귀뚜라미 동났다…코로나 시대, 이유있는 낚시 인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야외활동이 위축된 중에도 유독 인기 있는 활동이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자연스럽게 되는 낚시다.

밀집·밀폐·밀접의 3밀과 무관 #코로나시대에 맞는 취미로 각광 #알래스카인, 자급자족 낚시 나서 #일본도 이달초 은어 낚시 해금

영국 이코노미스트 6월 최신호에 따르면 미국 알래스카에서는 대표 어종인 훌리건 낚시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매년 봄 알래스카 인들은 식량과 기름의 원료로 쓰이는 훌리건(북태평양 빙어의 일종)을 낚기 위해 그물을 들고 강둑에 모인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물자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훌리건 낚시는 더욱 주목받게 됐다. 훌리건은 팬에 볶거나 훈제·통조림으로 즐길 수 있는 대표 먹거리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영향으로 밀집, 밀접, 밀폐를 피할 수 있는 낚시가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알래스카 주민이 낚시한 물고기. [트위터]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영향으로 밀집, 밀접, 밀폐를 피할 수 있는 낚시가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알래스카 주민이 낚시한 물고기. [트위터]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 사재기 탓에 식료품점 진열대가 텅 비었을 때 알래스카 사람들은 자급자족을 위해 낚시를 택했다"면서 "일부 상점에서 고객들이 살 수 있는 고기의 양은 제한됐지만, 훌리건 어획에는 제한이 없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많은 낚시터는 폐쇄돼 있지만 일부 지역 호수는 개방돼 있고 물고기도 풍부하다.

SNS 상에서 공유되는 알래스카 대표생선인 훌리건 조리법. [트위터]

SNS 상에서 공유되는 알래스카 대표생선인 훌리건 조리법. [트위터]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A)는 "낚시는 야외 활동이면서도 2m의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활동"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치명적인 '3밀(밀폐·밀집·밀접)'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낚시는 탁 트인 강가나 바다에서 이뤄진다. 다른 낚시꾼과의 간격을 유지해야 낚싯줄이 엉키지 않으므로 자연스럽게 '거리 유지'가 된다. 물고기를 놀라게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침묵 속에 낚시한다. 따라서 침이 튈 염려도 없다. VOA는 "낚시는 정신건강에 좋고 추억 만들기도 되면서 안전 면에서 뛰어나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코로나 이후 낚시 인기는 급격히 높아졌다. 보트와 어업 재단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낚시 정보를 얻기 위한 웹사이트 방문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낚시 요령에 대한 온라인 검색은 300% 이상 늘었다. 낚시 면허 검색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지역 언론인 KATV에 따르면 미끼 매장을 운영해온 스티브 스펜서는 "35년간 운영하면서 지금 같은 상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봄철은 항상 바빴지만, 올해는 평소보다 3~4배 더 바빠졌다는 설명이다. 미끼로 쓰이는 지렁이 가격도 오르고 귀뚜라미는 아예 동났다.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세계 낚시 도구 시장은 2020년~2024년 28억6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기간 시장 평균 성장률은 4%로 예측됐다.

일본 일부 지역에서도 은어 낚시가 6월 1일부터 해금되면서 낚시꾼들이 몰리고 있다. [트위터]

일본 일부 지역에서도 은어 낚시가 6월 1일부터 해금되면서 낚시꾼들이 몰리고 있다. [트위터]

일본에서도 낚시는 3밀(3密)을 피할 수 있는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 일본 가나가와 현의 사가미 강에서 은어 낚시가 해금돼 새벽부터 많은 '강태공'들이 모여들었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탓에 한때 해금이 아예 안 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일본 내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면서 해금됐다. 교도통신은 "오는 10월 14일까지 은어 낚시를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사가미 강 낚시 포인트에는 사람들이 4m 간격으로 서서 허리까지 물에 잠긴 채 낚시를 즐겼다. 연간 30일은 은어 낚시를 즐긴다는 요코하마시의 회사원 시가 겐이치는 "많이 낚진 못했지만, 기분은 좋았다"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김지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