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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구진 "한국, 거리두기 덕분에 3800만명 감염 피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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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각국에서 시행된 봉쇄정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는데 상당한 효과를 냈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과 영국에서 잇따라 발표됐다. 한국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조치에 3800만 명이 감염을 피할 수 있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공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잔디밭에 2m 간격으로 경계선을 그려넣었다. 사람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진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공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잔디밭에 2m 간격으로 경계선을 그려넣었다. 사람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진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BBC에 따르면 과학저널 네이처지는 이날 미국 버클리 콜롬비아대학교(UC버클리) 연구진과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동시에 게재했다.

두 연구진은 각각 다른 데이터와 분석모델을 이용해 봉쇄령이 내려지지 않았을 때의 감염률과 사망률을 추정했다. WP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면서 “전례 없는 봉쇄령이 경제에 타격을 줬지만 코로나19의 기하급수적 확산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됐다”고 풀이했다.

“한국, 봉쇄령으로 3800만명 감염 피해”

UC버클리 연구진은 한국과 미국·프랑스·중국·이탈리아·이란 등 6개국의 감염자 수를 봉쇄 전후로 나눠 분석했다. 자택 대피령, 대형모임 금지, 점포운영 일시중지, 여행 금지 등 나라마다 봉쇄정책의 수위는 달랐다.

봉쇄령이 내려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한 남성이 텅빈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봉쇄령이 내려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한 남성이 텅빈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분석 결과 이들 6개국은 봉쇄 조치로 약 5억3000만명의 감염을 막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 추정치에는 감염이 됐는데도 모른 채 넘어가는 무증상 감염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6200만명은 검사를 통해 코로나19 확진자로 분류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별로 보면 봉쇄 조치가 전혀 없었다면 한국 3800만명(확진1150만명), 미국 6000만명(480만명), 중국 2억8500만명(3700만명), 프랑스가 4500만명(140만명), 이란이 5400만명(500만명), 이탈리아가 4900만명(210만명)이 각각 감염됐을 것으로 분석됐다. 2020년 통계청 집계 기준 한국 인구수가 5178만명인 것에 비춰보면 10명 중 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8일 기준 실제 한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는 1만 1814명이다.

2월 24일 신천지 집회 전면금지 및 시설 강제폐쇄 경기도 긴급행정명령 시행에 따라 폐쇄된 신천지 집회 시설. 입구에 폐쇄 안내문이 붙어있다. [경기도]

2월 24일 신천지 집회 전면금지 및 시설 강제폐쇄 경기도 긴급행정명령 시행에 따라 폐쇄된 신천지 집회 시설. 입구에 폐쇄 안내문이 붙어있다. [경기도]

연구진은 인구통계·사회경제·문화·건강상태 등에 따라 봉쇄조치 효과에 차이를 보였으며, 확진자 수는 코로나19 검사 대응 수준에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춰볼 때 한국과 프랑스에서 봉쇄조치의 효과가 가장 강력했다고 주장했다.

연구를 이끈 솔로몬 시앙 팀장은 WP에 “봉쇄령 등 강력한 이동제한 조치가 없었다면 코로나19는 확산 초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을 것”이라며 “코로나19는 전파력이 강하기 때문에 봉쇄 정책이 유독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진은 ‘학교’를 대상으로 한 봉쇄령은 큰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교실 내 학생 수 줄이기, 마스크 착용 등 위생 환경이 보장된다면 학교 개방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학교 내 전파 위험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23일 중국 우한에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우한고속도로가 텅 비어 있다. [중국 신화망, 슝치]

지난 1월 23일 중국 우한에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우한고속도로가 텅 비어 있다. [중국 신화망, 슝치]

“유럽, 봉쇄령이 310만명 목숨 구해”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연구진도 이날 네이처에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을 포함해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웨덴 등 유럽 11개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추이를 분석한 결과 봉쇄령 이후 감염률은 평균 82% 감소했고, 310만명이 생명을 구했다는 것이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봉쇄령이 해제되면서 앞으로 감염자 수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국가에서의 코로나19 감염 건수는 각국 전체 인구의 약 3~4%에 불과하다”며 “지금은 대유행의 시작일 뿐이다. 집단면역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예방조치를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2차 유행은 예견된 일”이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브레시아에서 병원 직원이 방호복과 마스크 차림으로 환자를 옮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브레시아에서 병원 직원이 방호복과 마스크 차림으로 환자를 옮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두 연구진은 모두 “각국의 봉쇄 정책이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적이었다”면서도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히는 등 부작용을 낳았다”는데 동의했다. 그러면서 한 국가의 문을 영원히 걸어 잠그는 등 공격적인 봉쇄 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코로나19 검사, 접촉자 추적, 자가격리 등 경제 활동을 어느 정도 정상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일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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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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