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봉쇄조치 완화할까 말까? 각국 엇갈린 대응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일 소독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이탈리아 시에나 피아제 델 캄포 광장.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의 봉쇄 조치로 광장이 비어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일 소독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이탈리아 시에나 피아제 델 캄포 광장.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의 봉쇄 조치로 광장이 비어있다. [EPA=연합뉴스]

유럽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완화 조치를 두고 엇갈린 대응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스위스·독일 등은 봉쇄 완화 방안을 내놨지만 영국·프랑스 등은 봉쇄를 풀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20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 진원지로 지목되는 이탈리아에서는 몇몇 사업이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5월3일까지 봉쇄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서점·문구점·유아용품점 등 일부 상점은 지난주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지난달 중순 이탈리아·프랑스·오스트리아와의 국경을 폐쇄했던 스위스도 제네바 칸톤주에 있는 5개 국경 검문소를 부분 개방했다. 개방 시간은 주중으로 제한하며 주말에는 폐쇄한다.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경제 시장은 이미 활동을 시작하는 분위기다. 독일 정부는 “5월 3일까지 봉쇄를 유지한다”면서도 소규모 상점의 영업 재개를 허락했다. 이에 따라 면적 800㎡ 이하의 상점은 이날부터 영업이 가능하다. 또 봉쇄가 풀린 다음날인 5월 4일부터는 등교도 단계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독일 내무부는 종교 모임 금지 조치도 조건부 허용할 방안을 고려 중이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봉쇄 완화 조치가 이르다는 입장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17일 “봉쇄 완화는 이르다”며 “제2의 정점(second peak)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제2의 정점이 올 경우 보건과 경제에 가장 큰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성급한 봉쇄 완화 조치가 다시 바이러스를 기하급수적으로 퍼지게 할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면 다시 바이러스가 확산할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 확산은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부 국가가 봉쇄 제한을 완화했다고 해서 감염증이 끝난 것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염증을 종식시키려면 바이러스 억제를 위해 개인·지역사회·정부가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각국이 봉쇄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검사와 확진자 추적, 접촉자 격리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실질확진자가 처음으로 감소하며 확산세가 주춤하는 조짐을 보였다. 안젤로 보렐리 이탈리아 시민보호청장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실질확진자수는 10만8327명으로 전날보다 20명 줄었다. 이탈리아에서 완치자와 사망자를 제외한 실질확진자 수가 줄어든 것은 지난 2월 21일 첫 확진자 발생 후 처음이다. 일일 신규 확진자수도 2256명 증가해 하루 확진자가 1만명에 달했을 때와 비교해 확산세가 둔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