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의 김장 담그기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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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바뀌어도 주부들에게 김장은 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걱정거리다.

그러나 요즘은 메이커에서 만들어 파는 포장김치가 보편화하면서 슈퍼마켓이나 식품점에서 이를 구입해 겨울을 나거나 ´김장투어´ 란 김치메이커의 행사에 참여해 여행도 즐기면서 김장을 해결하는 영리한(?) 주부도 등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 손맛´ 을 고집하며 피곤함을 감수하는 주부도 많다.

´김장은 내 손으로´ ´포장김치로 나기´ ´이왕이면 김장투어´ 를 계획하고 있는 본사 주부 통신원 세명의 김장 담그기 전략을 들어봤다.

◇ 김장은 내 손으로=일산 신도시에 사는 김영순(42)씨. 결혼생활 17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자신이 직접 김장을 담가왔다.

워낙 두 아들이 엄마의 김치만을 고집하는 데다 본인도 김치만은 자신의 손맛이 담긴 것을 먹이고 싶은 열성파 주부다.

올해도 일찌감치 인근 할인점에 들러 김장재료 가격을 살폈더니 총 12만6천5백원(배추 20포기 기준)이란 계산이 나온다.

배추는 한포기에 1천원으로 지난해보다 많이 싸졌다. 그런데 고추값이 30% 정도 올라 전체 김장비용은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단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생굴과 생새우를 듬뿍 넣다 보니 다른 가정보다 비용이 조금 많이 든다고.

김씨는 "김장을 하는데 이틀 정도는 꼼짝없이 몸고생을 해야 하지만 오랜만에 동네 친구들과 김치를 담그며 함께 나누는 시간이 더없이 좋다" 고 말한다.

◇ 포장김치로 나기=연초 전업주부에서 취업전선에 나선 이경희(37.서울 광진구 광장동)씨는 여름부터 집에서 먹는 김치를 남편과 두 아이의 이해를 얻어 포장김치로 바꾸었다.

워낙 일이 바빠 김치 담글 시간을 내는 것이 버거웠다고.

처음엔 이것저것 사 먹었는데 얼마정도 지나니 입맛에 맞는 김치를 찾을 수 있었고, 그 김치를 맛있게 먹는 노하우까지 생기더라는 것이다.

떨어지기 1주일 전에 구입해 자신의 냉장고 안에서 조금 더 익히면 식구들도 자신이 담근 것인지 착각할 정도라고 한다.

요즘은 N사 5㎏단위 포장을 1만8천원에 구입해 2주일 정도 먹다가 남은 것은 김치찌개로 해결한다. 겨우내 먹으려면 30㎏가 필요한데 총비용은 10만8천원.

이씨는 "직접 담그는 것보다 값도 싸고 포장단위도 크지 않아 좋다" 며 "다만 아이들에게 미안해 가끔 겉절이김치로 엄마의 맛을 유지하고 있다" 고 귀띔했다.

◇ 이왕이면 김장투어=그동안 시댁과 친정에서 김장김치를 공급받아 온 김유경(35.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 올해는 왠지 양가에 미안한 생각에 자신이 해결할 것을 선언했다.

그러나 막상 손에 익지도 않은 김치를, 게다가 많은 양을 한꺼번에 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큰 부담이 됐다.

인터넷에 들어가 김치담그는 법을 찾던 중에 김치공장에 가 김장을 담그는 김장투어란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이번엔 이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4인가족이 겨우내 먹을 양(30㎏)을 담그는데 참가비용은 12만원. 미리 준비해논 각종 김장 재료로 속을 버무려 넣기만 하면 끝. 따로 기호에 따라 굴이나 새우젓 등을 마음껏 넣을 수 있도록 배려도 해준다니 금상첨화.

또 땅굴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자신이 원하는 날짜에 세번에 걸쳐 나눠 배달해준다니 김치냉장고가 없는 그녀에게 더욱 호감이 갔다.

김씨는 "김치 대신 무청과 회사에서 준비한 선물도 준다고 하더라" 며 "오랜만에 시골 공기도 쐴겸 몇몇 친구들과 함께 떠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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