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슈가의 믹스테이프 ‘D-2’가 ‘빌보드 200’ 차트 11위를 기록했다고 빌보드 차트 공식 트위터 계정이 1일(현지시간) 밝혔다. 한국 솔로 가수 음반이 세운 최고 기록이다. 앞서 최고 기록 역시 방탄소년단 멤버인 RM이 2018년 10월 발표한 믹스테이프 ‘모노(mono.)’가 26위에 올랐다.
‘빌보드 200 순위’는 음반 판매량, 스트리밍 횟수를 음반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Streaming equivalent albums), 디지털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음반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Track equivalent albums)를 합산해 집계한다.
슈가가 지난달 22일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활동명으로 발표한 ‘D-2’는 80개 국가 및 지역 아이튠스 ‘톱 앨범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또 타이틀곡 ‘대취타’에 조선시대 음악 대취타(大吹打)를 샘플링하고 뮤직비디오도 사극 세트에서 촬영하는 등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재해석한 것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D-2’의 수록곡 ‘어떻게 생각해?’에 미국 사이비 종교 교주 짐 존스의 연설이 사용돼 도마에 오른 것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짐 존스는 1950년대 인민사원이란 종교를 창시해 900여명의 신도를 음독자살하게 한 인물이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해?’ 도입부에 “당신은 죽더라도 살 것이다. 살아서 믿는 자는 절대 죽지 않을 것”이라는 짐 존스의 과거 연설 일부가 삽입되면서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31일 “확인 절차를 거쳤으나 부적절한 샘플임을 알지 못했다”며 “해당 부분을 즉시 삭제하여 재발매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대해 음악 산업 관계자들은 K팝이 무대를 세계로 확장하면서 ‘I (Internationalizationㆍ국제화)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위원은 “한국에서는 짐 존스라는 인물은 거의 모르기 때문에 샘플링 당시 제대로 내용 파악이 안 된 것 같다”며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세계인이 듣는 상황이다 보니 각 나라의 사건 사고와 연관돼 의도치 않았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2018년에도 유튜브 다큐멘터리 ‘번 더 스테이지’(Burn the Stage)에서 입고 나온 티셔츠에 원자폭탄 투하 사진이 인쇄된 것이 확인돼 논란을 빚었다. 일본군의 침략과 일본 민간인이 다수 희생된 원폭 피해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고, 일본 방송 출연이 취소되기도 했다. 빅히트 측은 “원폭 피해자들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줄 수 있었던 점을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 유대인 인권단체 시몬비젠탈센터가 “방탄소년단이 나치 문양이 박힌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었다”며 문제를 제기해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이것은 비단 방탄소년단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5년엔 B1A4(비원에이포)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미니 콘서트 도중 이벤트에 당첨된 히잡을 쓴 여성팬들과 포옹했다가 현지에서 논란에 휘말렸다. 이슬람교는 결혼을 하기 전에는 이성간의 신체접촉을 금지하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의 일부 이슬람 교도들이 반발한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의 문화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팬들의 요구도 커지고, 다른 문화에 대한 감수성과 책임감도 커졌다”며 “기획사에서도 로컬 시장만 겨냥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슈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멤버가 다국적화 되면서 수반되는 리스크도 커졌다.
트와이스는 2016년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멤버 쯔위가 태극기와 대만국기(청천백일기)를 흔드는 장면이 포착돼 홍역을 치렀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에서 반발하며 일각에선 트와이스 관련 불매 운동에 나섰고, 중국과 대만간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결국 JYP엔터테인먼트가 중국의 트위터인 웨이보에 공식 사과문을 올린데 이어 쯔위도 유튜브를 통해 사과했다.
지난해 한일 갈등이 고조됐을 때는 트와이스 일본인 멤버들이 온라인상에서 악플 등 공격을 받았고, 일본인 멤버 미나가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세계 시장을 겨냥해 다양한 국적의 멤버들로 팀을 구성하다보니 양안 문제(중국-대만), 한일 갈등 등 국제정치 이슈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멤버들에게도 충분한 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일부 기획사는 역사 강사를 초빙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