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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두 달 연속 20%대 감소, 자동차는 반토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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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수출을 앞둔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5월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1% 감소했다. [뉴스1]

1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수출을 앞둔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5월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1% 감소했다. [뉴스1]

한국의 수출 전선이 좀처럼 어두운 터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5월 수출액은 348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5월보다 23.7% 감소했다. 4월(-25.1%)에 이어 두 달 연속 20%대 감소율을 보였다. 기저효과와 조업일수 영향으로 지난 2월 3.6% 증가했던 것을 제외하면, 수출은 2018년 12월 이후 18개월 중 17개월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EU 코로나 몸살에 수요 급감 #바이오헬스·반도체 그나마 희망 #대중 수출은 코로나 이전 복귀 #‘무역 1조 달러’ 3연속 기록 멈출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세계적으로 생산·소비 부진이 지속하면서 자동차·철강·섬유 등 경기 활동에 민감한 품목의 수출이 크게 내려앉았다. 산업부는 “최근 수출 부진은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문제보다는 코로나19 영향 지속에 따른 글로벌 수요 급감으로 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품목별 수출액 증감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품목별 수출액 증감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지난해 기준 수출액 전체 3위인 자동차는 5월 18억1000만 달러를 수출해 전년 동월(39억4000만 달러)보다 54.1% 감소했다.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주요국의 판매 매장이 서서히 영업을 재개하고 있지만, 4월 수요 급감에 현지에도 재고가 쌓여있는 상태여서 수출 여력이 많지 않았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자 차 부품 수출도 66.7% 줄었다. 주요 원자재인 철강 수출도 34.8% 감소했다. ‘공장가동 부진→원유 수요 감소→원유 단가 하락’이라는 연쇄 반응으로 석유화학 제품 수출도 34.3% 줄었다. 섬유 수출도 43.5% 감소했다. 외출자제로 의류 수요가 줄어들자 해외 섬유·의류 바이어의 주문이 급감한 영향이다.

코로나19 충격이 길어지면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달성한 연간 무역액 1조 달러 기록은 올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올해 무역 규모를 지난해보다 9.1% 감소한 9500억 달러(통관기준)로 전망했다.

월별 수출 증감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월별 수출 증감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러나 희망도 엿보였다. 서버·PC 사용이 늘자 컴퓨터 수출액이 82.7% 증가했고,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액도 4월 감소세에서 지난달 7.1% 증가로 전환했다. 재택근무·온라인 교육 등 이른바 ‘홈코노미’ 수요가 늘면서다. ‘K방역’이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의료용 방진복·고글·진단키트 등 바이오헬스 분야 수출도 59.4% 늘었다.

국가별로는 대중(對中) 수출 규모가 코로나19 이전의 수준으로 복귀한 것이 긍정적이다. 지난달 중국 수출액 107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는데, 전달(-17.9%)에 비해 감소세가 15.1%포인트 줄었다. 중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찍 산업활동을 재개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99개월 만에 기록했던 무역수지 적자(-13억9000만 달러)도 한 달 만에 4억40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아직 전체적인 수출 개선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전 세계 경기가 언제 정상화할지 여전히 불투명한 데다, 미·중 갈등이 다시 고조되면서 교역 시장의 추가 위축이 우려되서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올해 2분기가 수출 저점이 될 것으로 본다”며 “중국을 중심으로 주요국 경기가 회복하며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 부진은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최근 불거진 중국의 ‘홍콩보안법’ 이슈와 관련 “중국 등 주요국의 중계무역 기지로 활용하던 홍콩의 물류·금융 허브 기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 직수출 전환을 위한 거래처 조정 등 비용이 발생하며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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