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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익 우선과 실사구시가 미·중 갈등 헤쳐나갈 정답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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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중 갈등 격화와 함께 신냉전의 먹구름이 날로 짙어지고 있다. 신냉전이 현실화하면 한반도가 그 최전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며칠 동안에도 미·중 갈등과 무관치 않은 일들이 일어났다.

G7 확대회의, 눈치 보지 말고 참여해야 #미국 반대에도 AIIB 참여한 전례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9월 개최를 추진 중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과 러시아, 인도, 호주를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세계 최선진국들로만 이뤄진 회의에 초청받는 건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국격을 높이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에 걸맞은 발언권을 행사하면서 국익을 관철해 나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걸리는 점은 중국의 반발이다. 중국을 쏙 빼고 회의를 하겠다는 데서 중국의 부상에 맞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가 읽힌다. 중국은 이를 ‘대중국 포위망’으로 규정할 게 뻔하다. 한국의 참여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이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굴러온 기회를 차버릴 필요는 없다. 이번 회의는 G7 체제를 개편해 향후 G11 체제로 가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경제력에 걸맞은 역할과 공헌을 하겠다는 원칙을 명분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주권국으로서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입장을 표명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하면 중국의 반대 명분도 사라진다. 한국은 2015년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한 전례가 있다. 그때도 최우선 고려 사항은 한국의 국익이었다.

지난달 29일 경북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기지 장비 교체를 둘러싼 중국의 반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원칙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미 한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내렸을 때부터 사드는 북한 핵 위협에 대비하는 방어 수단이며 중국의 안보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해왔다. 이런 원칙에 입각하면 중국의 반발 때문에 안보적으로 필요한 장비 교체 등을 주저할 수 없다. 더구나 2016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북한의 핵 위협은 더욱 고도화된 상황이다.

홍콩보안법 통과에 대한 미국의 후속 조치가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미·중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격화할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의 입지와 선택의 여지가 좁아질 수 있지만 우리의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전략적 판단과 행동으로 그 파고를 헤쳐갈 수밖에 없다. 필요할 경우에는 전략적 모호성을 구사할 필요도 있지만 그것이 원칙 없는 눈치 보기여서는 곤란하다. 우리 안보의 근간인 한·미 동맹에 바탕을 두면서 중국과는 협력하며 신뢰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현안별로 우리 국익에 무엇이 최선인지를 찾아 나가되, 한국의 원칙과 상황적 특수성을 미국이든 중국이든 상대방에 맞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실사구시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