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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미래통합당의 변신을 주목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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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어제 첫 회의를 시작으로 공식 출범했다. 총선 참패 후 40여 일 넘게 당의 진로를 놓고 옥신각신하다 내년 4월 재·보선까지를 임기로 하는 ‘김종인호(號)’가 항해를 시작했다. 경위야 어떻든 제1 야당이 우여곡절 끝에 체제를 정비하게 된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김 위원장의 일성은 “진취적인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정책 측면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념과 노선, 정책과 인사에서 이전의 보수정당과는 확실히 다른 획기적 변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주 조직위원장 회의에서도 “시대가 바뀌었고 세대가 바뀌었으니 보수니, 우파니 하는 말도 꺼내지 말라. 더 이상 이념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처럼 새로운 것을 내놓더라도 너무 놀라지 말라”며 고강도의 쇄신과 변화를 예고했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비대위 산하에 경제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비대위는 청년·여성 지원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수구 보수’로 낙인찍힌 통합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나온 것이지만, 혁신의 첫발을 경제난 극복과 민생 해결로 잡은 것은 바람직하며 환영할 만하다.

당직 인선도 눈에 띈다. 청년·여성을 비대위원에 발탁한 데 이어 사무총장(김선동 전 의원, 서울 도봉을)·대변인(김은혜 의원, 성남분당갑)을 수도권 출신으로 기용했다. 또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경제통 송언석(김천) 의원을 비서실장에 발탁했다. 과거 영남 출신, 다선 의원 위주로 당직 진용을 짰던 관행을 탈피한 균형잡힌 인선이란 평가가 나왔다.

통합당이 4월 총선에서 참패한 것은 산업화 시대의 성공 신화와 반공 이념에 집착해 시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 데 근본적 원인이 있다. 반대만 하고 대안은 없는 수구세력,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꼰대 야당에 민심은 등을 돌렸고, 그 결과 103석의 ‘영남당’으로 쪼그라들었다.

김종인 비대위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수구·퇴행적 관성과 결별하고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재정립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렸다. 이런 점에서 김종인 비대위가 포용적 경제, 분배, 여성, 청년 등의 키워드를 전면에 앞세우며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건 바람직한 방향이다.

문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에 달렸다. 앞서 세 차례의 비대위가 말만 무성했을 뿐 실패로 끝난 건 디테일 없이 구호뿐인 혁신과 당내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부닥쳐 근본 체질을 바꾸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말대로 “진보보다 더 진취적인 정당”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인지 전 국민이 지켜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