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기본소득도 거론" 닻올린 김종인호 '보수 삭제'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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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4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외당협위원장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마친 뒤 차에 오르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4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외당협위원장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마친 뒤 차에 오르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닻을 올린다. 1일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오전 10시 국회서 첫 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당무에 돌입한다. 김 위원장이 그간 “파괴적 혁신”이나 “깜짝 놀랄 만한 정책”을 강조했던만큼 당의 정체성을 뒤엎을 수준의 고강도 변화가 예상된다.

김종인 비대위의 출발은 통합당의 ‘보수’ 깃발을 내리는 것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성장주의·자유시장경제 등 당의 간판을 떼고 분배·복지 이슈에서 진보 진영보다 한발 앞선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의미다. 통합당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통합당의 지향점이 이념 선명성을 앞세운 ‘좌우’ 구도에서 계층 불평등 해결과 같은 ‘상하’ 구도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보수 자처한다고 보수가 아니다”

현장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특강 요청을 수락한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외당협위원장들을 대상으로 총선참패의 원인 진단과 함께 당 쇄신 계획을 밝혔다. 김 내정자가 주 원내대표 등 참석자와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현장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특강 요청을 수락한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외당협위원장들을 대상으로 총선참패의 원인 진단과 함께 당 쇄신 계획을 밝혔다. 김 내정자가 주 원내대표 등 참석자와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 위원장은 지난 2012년 새누리당(통합당의 전신)에 영입됐을 때도 당의 강령에서 ‘보수’를 삭제하자는 주장을 펴 파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는 27일 당 비공개 특강에서 “진보,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고 중도라고도 하지 말라”며 “국민이 민감해하는 불평등이나 비민주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걸 보여주면 된다”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도 “보수라는 말 자체가 아무 소용 없는 허명”이라고 지적했다. “보수를 자처해도 보수답지 않으면 거짓 보수이고, 보수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보수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면 그게 진짜 보수”라고 했다.

이념을 내려놓은 김종인 비대위가 맞닥뜨릴 첫 관문은 코로나19 사태다. 김 위원장 스스로 비대위의 성격을 ‘경제 비대위’로 정한 것으로 알려진만큼 다양한 경제 활성화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인사는 “코로나19 사태 충격을 최소화할 단기 대책과, 실업 등 국가 경제위기에 대응할 장기 처방전이 함께 비대위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기본소득, 탄핵…통합당의 ‘전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정의당 심상정 대표(왼쪽부터)가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정의당 심상정 대표(왼쪽부터)가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기본소득이나 전국민 고용보험 같은 사회안전망 정책에 대해 당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 일부에선 ‘청년 기본소득’ 도입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 비대위원은 “새 지출을 덧대기만 하는 방식은 아닐 것”이라며 “기본소득 등을 논의에 포함시키되, 국가 지출을 고려한 복지의 새 틀을 짜는 게 비대위의 목표”라고 전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는 ‘과거 결별’도 속도를 낸다. 선거 때마다 당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탄핵, 세월호, 5·18 민주화 운동 등에 대해서 과감한 제스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선 의원인 성일종 비대위원은 “탄핵이나 세월호 같은 과거 문제부터 확실히 반성하고 넘어가야 당 시스템과 체질을 바꾸기 위한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대선 보는 김종인 “수도권, 청년 잡자”

김 위원장은 비대위 가동을 앞두고 일부 청년 위원들에게 당부를 전했다. 서울 광진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병민 위원에게는 “서울 선거를 직접 경험했으니 잘 알 것이다. 등 돌린 수도권 민심을 찾아올 방법을 고민해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섭 위원에겐 “당에서 멀어진 청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총선 참패의 상징인 수도권과 청년 민심부터 회복해 대선 토양을 만들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비대위 인선은 마무리 단계다.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은 ‘경제통’ 의원들 중에서 선정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비대위 대변인에는 김은혜 의원이 유력하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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