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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수원여객 탈취' 전말···'공범 도피' 1억 전세기 띄웠다

중앙일보

입력

1조6000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4월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1조6000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4월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46) 스타모빌리티 회장 일당이 수원여객을 탈취하기 위해 각종 허위 서류를 만들어 수원여객의 자금 241억원을 횡령하고 사용한 사실이 공소장을 통해 밝혀졌다.

고소 당할 위기에 처하자 김 회장은 자금 횡령의 공범인 수원여객 전 재무이사 김모(42)씨를 지난해 1월 해외로 도피시켰다. 김 회장은 당시 잠적한 상태였지만 김씨에게 거액의 도피자금을 보내주고, 김씨를 다른 나라로 이동시키기 위해 전세기까지 빌렸다. 김 회장은 변호를 위해 법무법인 2곳에서 8명의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29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수사부(엄희준 부장)의 김 회장 공소장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수원지검은 19일 특경법상 횡령, 범인도피,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혐의 등으로 김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수원여객 탈취사건’은 김 회장과 라임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 이종필(42)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둘은 이 사건을 공모하면서 밀접한 관계로 발전했고, 라임 펀드에 모인 투자자들의 돈을 기업사냥에 활용했다. 라임 사태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1조6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사진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사진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틀 안에 317억 갚아라” 못 갚으면 수원여객은 김봉현 손으로

사모펀드(PEF) 운용사 S사는 2018년 4월 라임으로부터 270억원을 대출받아 수원여객 주식 53.5%를 매입해 최대주주가 된다. S사는 수원여객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라임은 대출을 해주면서 김 회장 일당인 김씨를 수원여객 재무이사로 추천해 자리에 앉힌다. 해외로 도피해 있다 23일 입국해 경찰에 체포된 인물이 바로 김씨다.

김 회장은 김씨와 라임의 이 전 부사장과 함께 S사를 배제하고, 수원여객을 인수하기로 결의한다. 돈을 빌려준 라임의 이 전 부사장이 S사에 대출원리금 317억원을 2일 안에 상환하라는 통지를 보낸 다음, S사가 이를 상환하지 못하면 라임이 지분을 확보하는 계획이었다. 라임이 지분을 인수하면 김 회장의 페이퍼컴퍼니가 그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김 회장에게 넘겨줄 계획도 짰다. 이 전 부사장은 수원여객 지분을 확보하기도 전에 이에 대한 계약금 30억원을 김 회장으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S사가 이들의 예상과 달리 대출원리금 전부를 상환하면서 계획은 무산됐다.

‘라임사태’주요 인물 관계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라임사태’주요 인물 관계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담한 플랜B “수원여객 자금을 빼내 수원여객을 인수하자”

김 회장 일당은 플랜B로 수원여객 자금을 김 회장의 페이퍼컴퍼니에 무단으로 송금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인수할 회사의 자금을 빼내 회사를 인수하는 전형적인 무자본 인수·합병(M&A) 수법이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수원여객 대표이사 결재나 이사회 결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허위 내용의 전환사채(CB) 인수계약서, 금전소비대차계약서 등의 증빙서류 13개를 임의로 만들어 총 26차례 자금을 빼돌렸다. 횡령액만 241억원에 달한다.

김봉현, 잠적 중에도 전세기 빌려 해외 도피 도와  

수원여객 대표가 김 회장을 고소하려고 하자 김 회장은 김씨를 해외로 도피시켰다. 잠적 중이던 김 회장은 지난해 1월 19일 서울 삼성동 커피숍에서 김씨를 만나 “사건을 해결할 때까지 해외에 나가 있으라”고 지시했다. 김씨는 이틀 뒤 괌으로 출국했다. 김 회장 역시 지난해 1월 23일 비행기를 타려 했지만 출국 금지 조치로 나가지 못했다.

이후 김 회장은 모바일 메신저 ‘위챗’ 등으로 김씨와 연락하며 해외도피 자금을 보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운전기사 등을 통해 김씨에게 총 7억원을 송금했다.

김씨가 다른 나라로 강제 출국돼 체포될 상황에 이르자 전세기를 보내 김씨를 마카오에서 캄보디아로 출국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김 회장은 중국계 항공사에 1억원을 주고 전세기를 빌렸다.

김 회장은 국내에서의 도피 생활을 위해 주민등록증도 위조했다. 경찰이 4월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게스트하우스 인근에서 김 회장을 검거할 때도 이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며 “자신은 김봉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4월 23일 성북구 한 주택가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이 1조6천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벌이고 잠적했던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검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23일 성북구 한 주택가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이 1조6천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벌이고 잠적했던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검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관계 로비 의혹 등 핵심 사건은 남부지검이 수사 중

서울남부지검은 이 사건과 별도로 김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난 ‘수원여객 탈취사건’을 통해 김 회장의 신병을 우선 확보하고 라임 사태의 핵심 사건에 대해서도 그 진상을 파헤치고 있다.

강광우·이후연·정용환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라임사태는 무엇인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라임사태는 무엇인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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