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배후? 내가 치매냐”…윤미향 오늘 기자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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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27일 대구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예고 없이 참석해 소녀상 옆에 앉아 있다. 할머니는 5분이 채 안 돼 현장을 떠났다. [연합뉴스]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27일 대구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예고 없이 참석해 소녀상 옆에 앉아 있다. 할머니는 5분이 채 안 돼 현장을 떠났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 배후설에 대해 “이건 내가 혼자 해야 할 내 일”이라며 “나는 치매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 김어준 음모론 반박 #“회견문 쓰며 참 죽고 싶은 심정 #이건 내 일인데 누구한테 묻겠나” #윤, 회계부정 등 의혹 소명할 듯

앞서 지난 25일 2차 회견이 끝난 뒤 방송인 김어준 등 친여 인사들은 이 할머니 뒤에 배후가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 할머니는 28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2차 기자회견문은 내가 꼬불꼬불한 글씨로 쓴 초안을 수양딸이 옮겨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치매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그거를 혼자 쓰면서 참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누구와 의논하지 않았다. 이건 내 일인데 누구한테 물을 필요도 없는 것이고 또 거들어달라고 할 것도 없다. 전부 내가 했다”고 말했다.

2차 회견 당시 ‘정대협에서 정신대 이야기만 하지 왜 위안부를 끌어들였느냐’고 한 발언에 대해선 “정신대 할머니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위안부 할머니까지 넣어서 30년이나 했는데 저는 그래야 되는가 보다 하고 따른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저 그들 말만 들은 것뿐이다. 재주는 우리가 부리고 돈은 사람이 받는 것, 이게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에 대해서는 “정대협 대표로 30년이나 같이 해놓고 위안부 문제는 해결을 안 하고 자기 욕심대로 국회의원 하고 싶다며 하루아침에 배신했다”며 “최근 불거진 회계 논란에 대해선 1차 기자회견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이 할머니의 과거 국회의원 출마를 막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주변에서 강력하게 국회의원 출마를 권유해 출마 선언을 했는데 나중에 윤 당선인이 이를 막았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왜 막았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나이도 많으니 안된다고 그러지 않았겠냐”고 했다. 이 할머니는 “지금 이렇게 당하는 것에 대해 먼저 간 할머니들에게 할 말이 없다. 그 분들께 ‘할머니 제가 이렇게라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왔습니다’라고 말하기 위해 끝까지 전심전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윤 당선인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30년간 왜 위안부 문제를 팔아먹었는지 몰랐는데 이제 보니 (비리 의혹이) 엄청나다, 검찰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전날 열린 대구 수요집회에 깜짝 등장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대구시민촛불연대는 27일 오후 대구 중구 2·28민주화운동기념공원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수요집회를 열었다. 집회가 끝날 무렵 등장한 이 할머니는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앉아 동참했다. 집회가 끝난 뒤 시민들이 소감을 묻자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할 말 다 했어요. 그 말만 믿으세요. 믿으시고 같이 우리 투쟁합시다”라는 말을 남기고 5분이 채 안 돼 현장을 떠났다.

한편 윤 당선인은 21대 국회 임기 개시일(30일) 전날인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계 부정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다만 시간과 장소는 숙고해서 정한 뒤 당에 알려오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안성 쉼터 고가매각 논란, 정의연 후원금 유용 의혹, 아파트 매매 자금 등 그동안 제기된 논란에 대한 소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수민 기자, 대구=김정석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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