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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연합, 한진칼 주총 취소소송 제기…코로나19에 경영권 분쟁 왜 또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27일 오전 한진 칼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중구 한진빌딩. 이날 주총에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힘 싸움을 이어가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 등 3자 연합간 1차전 승부가 갈렸다. 뉴스1

지난 3월 27일 오전 한진 칼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중구 한진빌딩. 이날 주총에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힘 싸움을 이어가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 등 3자 연합간 1차전 승부가 갈렸다. 뉴스1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이 지난 3월 열린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 취소 소송을 냈다. 당시 주총을 앞두고 논란이 됐던 의결권 지분 논란에 대해 다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28일 재계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3자 연합은 지난 3월 27일 있었던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결의 취소를 내용으로 하는 본안소송을 지난 26일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대한항공의 자가보험(직원들이 의료비 상호부조 목적으로 출자) 및 대한항공사우회가 보유한 지분 3.79%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돼야 하고,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8.2%) 중 3.2%에 대한 의결권 행사 제한이 잘못됐다는 것이 골자다.

 사진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연합뉴스

앞서 조 회장과 3자 연합은 주총을 앞두고 상대방의 일부 지분에 문제가 있다면서 의결권 제한 소송전을 벌였었다. 당시 3자 연합은 대한항공의 자가보험과 사우회가 보유한 지분 3.7%가 조 회장과 특수관계에 있는 지분인데 조 회장 측이 이를 공시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반대로 조 회장 측은 반도건설이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했음에도 단순 투자로 공시한 것을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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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3월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3자 연합이 낸 2건의 가처분 소송(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등 지분 3.79%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 +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양측의 싸움은 조 회장 측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3자 연합이 이 소송을 또다시 제기한 건 주총을 앞두고 급박하게 가처분 소송을 준비하면서 제대로 된 입증과 심리를 하지 못했다며 다시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조원태 한진그룹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오른쪽). 사진 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오른쪽). 사진 한진그룹

3자 연합 "주총 2개월 내 기한 만료 고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존폐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에서 소를 제기한 것에 대해 3자 연합 측은 “주총 후 2개월 안에 소를 제기해야 하므로 기한 만료를 앞두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대한항공의 경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소를 제기하는 것을 놓고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3자 연합이 주총 취소 소송을 내자 한진칼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진칼 관계자는 “법원으로부터 아직 소장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소장 확인 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항공업계 위기 타개를 위해 3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한진칼 입장에선 이번 3자 연합의 소송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한진칼은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하면서도 추가 자금 확보 방안에 대해선 유상증자 대신 보유 자산 매각과 담보부 차입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었다.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택하지 않은 이유는 3자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란 변수 때문이란 분석이 많았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지난 3월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린 ‘한진칼 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지난 3월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린 ‘한진칼 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자 연합, 한진칼 지분 44.85%로 늘려 

재계 관계자는 “위기에 놓여있는 항공업계 상황을 알면서도 3자 연합이 경영권 분쟁 2라운드에 대한 선전 포고를 한 것은 경영 위기 상황을 파고들겠다는 것 아니겠냐”며 “정부가 항공업계 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이 와중에 또다시 경영권을 흔들면 정부에 맞서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3자 연합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3월 주총 이후 자금력을 앞세운 KCGI와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현재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44.85%다. 조 회장 측(41.40%)을 3% 포인트 이상 앞선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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