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1차전 완승…조현아 3자 연합, 가을의 반격 나선다

중앙일보

입력 2020.03.27 18:24

업데이트 2020.03.27 18:34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자 연합에게 완승을 거뒀다.   사진은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자 연합에게 완승을 거뒀다. 사진은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완승했다. 27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연임되고, 한진그룹 측이 내세운 사내ㆍ외 이사 후보가 모두 선임되면서다. 반면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이 내세웠던 사내이사 후보와 사외이사 후보는 모두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였던 국민연금이 전날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준 데다 3자 연합의 한 축인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8.2%) 중 3.2%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못하게 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뉴스분석]

이번 주총은 조원태 회장 측 완승으로 마무리됐지만,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3자 연합이 이미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 의결권 지분은 조원태 측이 앞섰지만,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해 12월26일 이후에도 계속 3자 연합이 지분을 사들여 현재 기준으론 3자 연합 측이 42.13%로 조 회장 측(41.4%)을 앞서고 있다. KCGI와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율을 각각 18.57%, 14.95%까지 끌어올린 결과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본관에서 제7기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이날 주총에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힘 싸움을 이어가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 3자 연합간 1차전 승부가 갈렸다. 뉴스1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본관에서 제7기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이날 주총에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힘 싸움을 이어가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 3자 연합간 1차전 승부가 갈렸다. 뉴스1

재계에선 3자 연합이 올가을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또다시 경영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임시 주총을 위해 법원의 허가를 받는데 3개월, 이후 주주명부 폐쇄 후 임시 주총을 소집하는 절차에 3개월쯤이 걸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3자 연합이 낸 2건의 가처분 소송(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등 지분 3.79%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 +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3자 연합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나 이번 주총에서의 결과가 한진그룹 정상화 여부의 끝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주주연합은 긴 호흡으로 한진그룹을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정상화의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음을 예고했다.

게다가 자금력을 앞세운 KCGI와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계속 매입할 수 있다는 것도 변수다. 재계 등에 따르면 KCGI는 (주)한진 지분까지 처분하면서 한진칼 지분율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연합뉴스

이 때문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2차전 무대는 다음번 임시 주총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임시 주총에선 추가 매입한 지분율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조 회장 입장에선 숨 돌릴 틈도 없이 2차 방어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3년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3자 연합이 전열을 가다듬을 것”이라며 “조 회장도 델타항공 외에 새로운 지원군을 찾지 못한다면 어려운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대한항공의 주주총회가 열린 27일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 항공기가 서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의 주주총회가 열린 27일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 항공기가 서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19 확산…조 회장 경영능력 시험대

조 회장은 향후 3자 연합의 경영권 위협에 맞서 자신의 경영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항공 업계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 19 여파로 올해 전 세계 항공업계 피해 규모가 2520억 달러(약 309조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적 항공사의 상반기 매출 손실도 6조 3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코로나 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의 일일 이용객은 2001년 개항 이후 처음으로 1만명 미만을 기록했다.

조 회장 입장에선 유례없는 위기에 빠진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을 위기에서 구하는 게 급선무다. 당장 대한항공은 다음 달부터 모든 임원이 월 급여의 30~50%를 반납하기로 했다. 위기 타개를 위해 수요가 부족한 여객기를 화물기로 운항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오른쪽). 사진 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오른쪽). 사진 한진그룹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에게 지지를 보낸 한진그룹 내부 결속력 다지기에도 나서야 한다. 대한항공 노조는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주주에게 조 회장에 대한 지지와 의결권 위임장 확보에 나서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한진그룹 측은 조 회장에 대해 여객과 화물 등 핵심 부서에서 16년 이상 근무한 항공과 물류 전문가임을 강조했고, 3자 연합 측은 조 회장의 경영 능력을 비판해왔다. 조 회장은 경영 능력 증명과 내부 리더십 강화라는 시험대에 올라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3자 연합이 5년 계약으로 묶여 있다는 점에서 장기전에 돌입하더라도 지분율 분산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조 회장이 코로나 발 위기에 어떤 경영 성과를 내는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대한항공은 지난달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재무·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놨다. (사진은 다중노출) 뉴스1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대한항공은 지난달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재무·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놨다. (사진은 다중노출) 뉴스1

재무ㆍ지배구조 개선 작업 얼마나 속도 낼까

한진그룹 지배구조 및 재무구조 개선도 주요 과제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와 건물, 해양레저시설인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칼호텔네트워크 소유인 제주 서귀포시 파라다이스 호텔 토지와 건물 등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미국 LA 윌셔 그랜드센터와 인천 그랜드 하얏트 인천도 매각 대상으로 검토하는 등 유동성 확보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자 연합이 한진그룹 재무 구조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만큼 향후 공세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조 회장은 이날 한진칼 주총 시작 전 주주들에게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회사의 중장기적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지상 과제로 삼아 더 낮은 자세로 주주 여러분의 의견을 경청하고,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개선하고, 핵심 사업의 역량을 한층 강화해 변화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앞서 한진칼 이사회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하고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 사외이사 독립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사회 의장은 조만간 선출할 계획이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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