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측 "법정진술 모두 거부"에 한명숙 언급한 재판장…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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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10년 4월 법정에서 검찰 신문을 거부한 가운데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던 모습. 강금실 전 법무장관 ( 오른쪽 ) 등이 동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10년 4월 법정에서 검찰 신문을 거부한 가운데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던 모습. 강금실 전 법무장관 ( 오른쪽 ) 등이 동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경심(58) 동양대 교수의 28일 재판에서 한명숙(76) 전 국무총리가 언급됐다. 정 교수의 남편인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정 교수 측에서 "조 전 장관은 증언을 모두 거부할 것이라 법정에 나올 필요가 없다"고 하자 재판장이 한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다.

재판장은 왜 한명숙 총리를 언급했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의 임정엽 재판장은 "한 전 총리 때도"라며 검찰과 변호인에게 조 전 장관의 증언 거부시 신문 계획을 물었다. 2009년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무죄 확정, 한 전 총리는 고(故) 한만호씨에게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유죄 확정)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한 전 총리는 조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검찰 수사에서 진술을 거부했다. 한 전 총리는 이후 법정에서도 검사들의 신문을 거부하며 검찰의 반발을 샀다. 당시와 같은 논란을 우려한 듯한 질문이었다.

임 재판장은 "조 전 장관이 (한 전 총리 때처럼) 검찰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면 변호인의 질문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고 정 교수의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을 신문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검찰은 "조 전 장관이 검찰 조사 때 진술을 거부하며 법정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며 반발했고 변호인은 "그 법정은 25부(정 교수의 재판부)가 아닌 21부(조 전 장관의 재판부)"라 재반박했다.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檢 "정경심 모른다는 혐의, 조국 책임 따져봐야"

검찰은 이날 재판부에 조 전 장관에게 진술 거부권이 있더라도 법정에 나올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조민씨의) 서울대 법대와 부산 호텔 인턴 의혹 등은 조 전 장관의 역할이 확인된다"며 "정 교수가 '자기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선 조 전 장관 출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혐의에 대해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중 누구의 책임이 큰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한 "조 전 장관은 수사 과정에서 법정에서 모두 밝힐 것이라 말했다"며 그때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법정에서 진술을 거부할 때도 "검찰은 증인에게 신문할 권리가 있다"며 "(한 전 총리가) 진실을 말한다면 무엇이 두려워 검사 신문을 피하느냐"고 주장했었다.

변호인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게 하려는 것" 

하지만 정 교수의 변호인은 "검찰의 요구는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기 보다 조 전 장관을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게 하려는 취지가 더 강하다"고 각을 세웠다.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이 실질적 증언을 할 가능성은 없다"며 "조 전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하면 법원 주변에 큰 소요가 발생하고 정치적 호불호에 따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증인 채택을 둘러싼 공방에 "조국씨의 진술거부권 대상이 아닌 검사의 질문이 있으면 합리적 이유로 증인 채택을 할 수 있다"며 검찰에 조 전 장관에 대한 신문사항을 6월 19일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검찰의 신문 사항을 본 뒤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의 잠정적인 증인 출석 날짜를 8월 20일로 지정했다.

이날 재판에선 조 전 장관뿐 아니라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PB)이었던 김경록씨, 대검 포렌식 관계자, 동양대 직원 등도 추가 증인으로 확정됐다. 대검 관계자와 동양대 직원들은 검찰이 정 교수의 표창장 관련 자료를 발견한 동양대 PC를 확보하는 과정의 위법성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 부르는 것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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