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 "9월 신학년제 논의, 코로나 종식 후 국회서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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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굳게 닫힌 서울 강동구 강동초등학교 교문. 재학생의 가족인 상일미디어고등학교 학생이 지난 27일 확진돼 등교를 중지했다. 연합뉴스

28일 굳게 닫힌 서울 강동구 강동초등학교 교문. 재학생의 가족인 상일미디어고등학교 학생이 지난 27일 확진돼 등교를 중지했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종식 이후 국회에 '9월 신학년제'를 논의할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정치권과 교육감 등 일각에서 제기된 9월 신학년제 도입 여부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당장 오는 9월에 도입하자는 주장에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28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9월 신학년제 논의 기구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제21대 국회에 대한 제언'을 발표했다.

하 회장은 “9월 신학년제는 교육과정·학사·입시·채용 일정 등 사회적 시계가 달라지는 거대한 사안”이라며 “코로나19가 안정된 후 국회와 정부, 교원단체 등이 참여하는 범국가적 협의기구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9월 신학년제는 현재 3월인 새 학년 개학을 9월에 하는 학기제를 말한다. 대개 '9월 학기제'라고 부르지만, 교육계에선 9월에 새 학년이 시작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9월 신학년제'로 부른다.

정치인·교육감 발 '9월 학기제' 제안 봇물

초등학교 1~2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의 등교 개학일인 27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의 교실 수업을 방문, 학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교 1~2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의 등교 개학일인 27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의 교실 수업을 방문, 학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교총은 논의 기구를 제안한 이유로 중구난방으로 나오는 정치권 발언을 꼽았다. 하 회장은 "9월 신학년제에 대한 청와대, 교육부, 교육감들의 엇갈린 입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조급한 논의는 학교 현장과 국민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 관계자는 "사회적인 요구가 제기됨에 따라 논의 자체는 찬성하지만, 당장 9월에 도입하자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며 "당장 오는 9월부터 시작하는 건 물리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그는 "임시방편적으로 도입할 게 아니라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종식된 뒤에 큰 틀에서 진지하게 논의하자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월 21일 김경수 경남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9월 신학년제 개편을 검토하자”는 글을 올려 학기제 변경 논의에 불을 댕겼다. 당시 '9월 학기제'가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개학 시기 논의와 연계해 ‘9월 학기제’를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때 잠잠해졌던 학기제 변경 주장은 최근 이태원 클럽 발 감염 확산을 계기로 다시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18일 서울시교육청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다른 방안의) 가능성이 소진됐을 때 9월 신학년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등교 학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강동구 상일미디어고등학교 교문. 연합뉴스

지난 27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등교 학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강동구 상일미디어고등학교 교문. 연합뉴스

이태원 클럽 발 확산에 이어 부천 물류센터 발 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9월 신학년제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학부모 배모(41)씨는 "하루가 멀다고 등교 일정이 바뀌니까 혼란스럽고 불안하다"며 "차라리 상반기는 쉬고 장기적 계획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 학기 시작해 불가능" 반론…교육부는 '신중'

월 신학년제 장·단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월 신학년제 장·단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교육계 내부에선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원격수업의 만족도도 낮고 중간·기말고사도 어렵기 때문에 1학기를 '생존 학기'로 보내고 다시 하반기에 1학기를 시작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교총 관계자는 "지금처럼 '이왕 이렇게 된 거 9월 신학년제 하자'는 식의 주장은 옳지 않다"며 "가을에 대유행 가능성이 높다는데 그때는 또 3월로 옮기자고 할 거냐"고 되물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스승의 날인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원단체 대표들과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스승의 날인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원단체 대표들과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일차적인 목표는 등교 수업과 원격 수업을 병행해 정상적인 학사 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것”이라며 9월 신학년제 논의와 선을 그었다. 그는 "물론 신학기, 신학년제의 장점이 있는 만큼 전체적인 틀에서 신중하게 논의하는 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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