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의문의 보트' 조력자 있었나···인적없는 길 사전 파악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0.05.26 10:45

업데이트 2020.05.26 11:16

지난 23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의 바닷가에서 발견된 ‘의문의 소형보트’와 관련해 군·경이 나흘째 추적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경, 수사팀 74명으로 확대하고 전방위 수사
보트 발견된 곳 평소 인적 뜸해 "사전에 조사"
배 크기 고려하면 중국서 출발은 사실상 불가

26일 태안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해경은 군과 충남경찰청 등의 협조를 얻어 방범용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 보트에서 내린 것으로 추정되는 6명의 남성의 뒤를 쫓고 있다. 소형보트가 마을주민에게 발견된 시간은 지난 23일 오전 10시 55분쯤이지만 6명의 이동 모습이 CCTV 영상에 포착된 것은 이보다 이틀 앞선 21일이다.

해경은 해안에 도착한 이들이 백사장에서 도로로 연결되는 샛길(폭 30~50㎝)을 따라 200m가량을 따라 올라간 뒤 왕복 2차선 도로를 이용해 내륙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남성들이 읍내로 가는 버스를 타는 모습을 봤다”는 진술도 나왔다.

지난 25일 오후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 태안해경 전용부두에서 해경 수사팀이 23일 발견된 소형보트를 조사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5일 오후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 태안해경 전용부두에서 해경 수사팀이 23일 발견된 소형보트를 조사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하지만 신고 나흘째인 26일 오전까지도 이들에 대한 동선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도보로 태안 읍내까지 이동해 대중교통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갔는지, 미리 준비해둔 자동차를 타고 도주했는지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보트가 발견된 지는 나흘, 방범용 CCTV 영상에 이들의 모습이 담긴 지는 엿새가 지나 잠적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해경은 수사팀을 74명으로 확대해 전방위적 조사를 진행 중이다. 6명에 대한 추적 범위를 넓히기 위해 충남지역 치안을 맡고 있는 충남지방경찰청에 협조를 요청했다. 충남경찰청은 경비교통·보안·수사·형사 부서에서 수사를 지원하고 있다.

군·해경 내부에서는 이들이 도착해 내륙으로 이동하는 데까지 조력자가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보트가 발견된 곳은 전복·해삼 양식장이 조성된 곳이라 마을 주민들도 동의나 허가를 받지 않고서는 출입하지 않고 있다. 평소 인적이 뜸한 곳으로 누군가 사전에 도착지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파악했다는 얘기다.

지난 25일 오후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 태안해경 전용부두에서 해경 수사팀이 23일 발견된 소형보트를 조사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5일 오후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 태안해경 전용부두에서 해경 수사팀이 23일 발견된 소형보트를 조사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5일 현지에서 만난 주민은 “50년 넘게 이 마을에서 살았지만 낯선 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보트가 도착한 곳은 밀물 썰물의 시간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접안이 불편한 데다 도로까지 올라가는 길은 샛길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대공 혐의점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중국 밀입국을 가장한 침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전직 군 고위간부는 “해안 경계망이 뚫린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검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형보트가 어떤 경로를 통해 해안까지 이동했는지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발견된 보트는 길이 4~5m, 폭 1.5~2m 크기로 여섯 개의 의자가 설치돼 있다. 일본산(야마하) 60마력 선외기(엔진)가 장착돼 있다. 통상 20노트(시속 37㎞)의 속도로 운항하지만 엔진 특성상 장시간 이동은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 23일 중국에서 밀입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보트가 발견된 충남 태안군 소원면 바닷가 입구에 출입을 통제한다는 경고문이 설치돼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3일 중국에서 밀입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보트가 발견된 충남 태안군 소원면 바닷가 입구에 출입을 통제한다는 경고문이 설치돼 있다. 신진호 기자

이 때문에 보트가 중국이나 북한에서 직접 출항하지 않고 모선에 실려 공해 상까지 이동한 뒤 해안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트가 발견된 태안에서 중국과 가장 가까운 산둥(山東)성까지는직선거리로 350㎞가량이다. 20노트로 달려도 10간이 필요한 거리다. 배의 크기를 고려하더라도 6명이 승선하고 다량의 연료, 물·식량을 싣고서는 서해를 가로지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경 관계자는 “이론상으로 소형보트로도 중국에서 우리나라까지 이동할 수 있지만, 배의 크기를 보면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마약운반 등 범죄 혐의점도 있기 때문에 가용수단을 동원해 6명의 동선을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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