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없이 전화통화로 약 처방한 의사…대법 “진찰로 볼 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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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의사가 대면해 진찰한 적이 한 번도 없는 환자에게 전화통화만으로 전문의약품을 처방해준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11년 2월 8일 지인의 부탁을 받고 환자 B씨를 직접 만나지 않은 채 전화 통화만으로 비만 치료제인 플루틴캡슐 등 전문의약품을 처방해줬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의료법은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환자에게 교부해서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은 이 조항의 위반 여부를 대면 진료 여부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병원비 결제 내역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대면 진료가 이뤄지지 않은 채 전화 처방이 이뤄졌다고 보고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의사가 환자와 대면하지 않았다고 해도 전화로 충분한 진찰이 있었다면 전화 처방이 가능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화통화만으로 이뤄지는 진찰은 최소한 그 이전에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해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 등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봤다.

따라서 A씨가 전화 처방 전 B씨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전화 통화 때도 B씨의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진찰’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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