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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 제설제 등 착한기업 200곳에 최태원 106억 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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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최태원 SK회장이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에서 화상으로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다. SK는 행사를 29일까지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사진 SK]

최태원 SK회장이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에서 화상으로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다. SK는 행사를 29일까지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사진 SK]

겨울철 눈이 내리면 길 위에 뿌리는 하얀 가루. 제설제다. 주성분은 염화나트륨(소금)이나 염화칼슘. 눈에 섞인 물에 제설제가 녹고, 그렇게 해서 어는 점(0℃)을 낮추는 원리로 빙판길이 되는 것을 막아준다.

사회성과인센티브 시행 5년째 #‘착한 일’ 하는 기업 보상해 선순환 #총 339억 지급, 1682억 가치창출 #최태원 “이제 해외로 확산시킬 것”

문제는 눈만 녹이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제설제가 녹은 물이 길 위에 남아 이 위를 지나가는 자동차에 튀면, 차의 금속 부위가 부식된다.

길 옆 가드레일도 마찬가지다. 콘크리트도 부식되고, 땅에 스며들면 가로수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

국내 스타트업 스타스테크(STAR’s tech)는 불가사리 추출물을 섞은 제설제를 만들어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하는 회사다. 경기과학영재고 재학 때부터 불가사리 공부에 푹 빠진 양승찬(26·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14학번) 대표가 2017년 창업했다. 이 회사 제품은 불가사리 추출물이 제설제의 염화 이온을 중화시키는 원리를 활용했다. 이를 통해 철 부식률을 0.8%로 낮췄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콘크리트 파손율은 염화나트륨의 24% 수준이면서 눈 녹이는 효율은 66% 더 높다고 한다.

양식장에서 전복·소라를 잡아먹는 불가사리가 자연스럽게 퇴치된다는 것도 부수 효과다. 정부는 해마다 70억원 가까운 돈을 불가사리 퇴치·소각에 쓰고 있는데, 제설제가 만들어지는 만큼 그 부담을 덜 수 있다. 이처럼 도로 파손, 차량 부식, 식물 피해, 불가사리 퇴치 등의 효과를 모두 고려하면 제설제 한 포대(25㎏·2만원)로 7만1000원의 사회적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이 가치를 인정받아 SK로부터 지원금을 받게 됐다.

SK는 스타스테크를 포함한 200개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고 보고 모두 106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다고 24일 밝혔다.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금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SK는 기업들의 ‘착한 일’을 금액으로 측정해 이에 따른 지원금을 주는 ‘사회 성과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착한 일을 하는 기업에 보상을 부여하면 해당 기업은 재무 안정성을 꾀할 수 있고, 더 많은 사회성과를 창출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최태원 회장의 뜻에 따라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SK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 시행 뒤 5년 동안 참여 기업들은 1682억원어치의 ‘착한 일’(사회 성과)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SK가 지급한 인센티브는 총 339억원이다. 이 프로그램 참여 기업의 연평균 매출액도 증가세다(2015년 16억1000만원→2019년 17억원).

‘불가사리 제설제’를 만드는 스타스테크 외에 우수기업으로 뽑힌 곳은 3곳이 더 있다. 이 중 업드림코리아는 ‘산들산들’ 브랜드의 생리대를 기획·판매하면서 소비자가 제품을 사면 같은 수량이 취약 계층에 전달되도록 했다. 지난해 제품 출시 후 약 100만장이 3만9000명에 기부됐다.

오마이컴퍼니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서는 기업을 크라우드펀딩(온라인 모금) 형태로 돕는 금융 분야 사회적 기업이다. 안성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사회 취약계층에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최 회장은 “지난 5년은 측정 체계를 만들고 보상 시스템 작동 여부를 살핀 기간이었다”며 “앞으로 5년은 이에 대한 정책화 방안을 연구하고 해외로 확산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사회성과인센티브 프로그램 성과에 대한 최 회장의 의견은 25일 영상 메시지로 공개된다.

참여 기업들의 성과 측정에 참여한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포용과 사회 기여라는 가치를 경제성장률이나 국내총생산(GDP)처럼 숫자로 환산하고 측정할 수 있게 되면 앞으로 투자와 소비 판단의 기준을 바꿀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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