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24조치 실효성 상실…남북 교류 장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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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정부가 20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발동했던 대북 제재 조치인 5·24 조치를 놓고 “실효성이 사실상 상당 부분 상실됐다”고 밝혔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5·24 조치 10주년을 앞둔 이 날 브리핑 도중 “5·24 조치는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유연화와 예외 조치를 거쳐왔다”며 “정부는 5·24 조치가 남북 간 교류 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 대변인은 “앞으로 정부는 남북 관계의 공간을 확대하고 한반도의 실질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자 제재 10주년 앞두고 브리핑 #대북 정책 드라이브 포석 관측 #북 사과 없이 조치 철회해 논란

5·24 조치는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에서 벌어졌던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진 뒤 이명박 정부가 시행했던 대북 독자 제재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금지, 북한 선박의 한국 해역 운항 금지,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제외한 방북 금지,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금지,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지원 사업 보류 등에 돌입했다. 이후 2011년 9월 7대 종단 대표들의 방북을 계기로 투자자산 점검 차원의 방북 허용, 선불 지급 잔여 물자 및 기계약 임가공품 반입 허용 등이 담긴 ‘유연화 조치’가 발표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2013년 11월 남·북·러 물류협력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등 5·24 조치의 예외 적용 사례가 있었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여 대변인의 언급은 현재 상황을 그대로 설명했을 뿐 5·24 조치 해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2018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으로 교류 협력 분위기가 고조됐을 때도 5·24 조치를 해제한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이때문에 이번에 여 대변인이 ‘실효성 상실’을 거론한 것을 놓곤 정부가 사실상 5·24 조치의 실효적 해제를 알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대북 정책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2018년 10월 국정감사 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24 조치’ 해제를 관계 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해 논란이 일자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수습한 적이 있다. 당시 조 장관은 “정부가 5·24 조치 해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사실이 없다.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5·24 조치의 원인이 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명균 전 장관의 당시 설명대로 천안함과 관련해 북한의 사과나 해명, 재발 방지 약속 등 아무런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 스스로 5·24 조치의 실효성을 부정하는 듯한 언급을 한 건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남북 접촉을 거부하고 있는 북한이 정부의 이같은 유화 제스처에 반응할지 불투명한데다, 한국 내부에서 남남 갈등부터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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