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진료거부…`의료계폐업´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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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ㆍ종합 병원 교수들이 14일 예고한 대로 외래환자를 받지않는 등 진료공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병원 응급실은 ´야전병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환자들이 넘쳤다.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를 재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의료계 내부에서 단일안 마련에 진통을 겪고 있어 여전히 사태해결이 불투명, 일선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의 불편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의사집단폐업 장기화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닫았던 문을 열어 환자진료에 나서는 동네의원들이 점차 늘어 최악의 진료공백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

◇ 대학.종합 병원 외래진료 중단 = 이날부터 진료거부에 나선 서울대 의대를 비롯, 대다수 대학.종합병원들은 중환자 등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진료를 했으나 초진환자 진료거부로 응급실은 환자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암환자 등 긴급처방을 요하는 중환자들을 위해 긴급외래처방 안내센터를 열었는데 문을 열자마자 환자 30여명이 몰리는 등 북새통을 이뤘다.

또 외래진료에 차질이 빚어지자 응급실은 규정 침상 58개를 초과하는 89개 침상에 환자들이 누워있는 등 초만원을 이뤘다.

일부 과는 예약연기를 통보받지 못한 채 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된 환자들을 돌려보내 마찰을 빚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고려대병원, 한양대병원도 외래진료를 전면 중단, 일부 예약환자 등에 대해서만 진료를 했다.

전면 폐업중인 삼성서울병원은 전임의가 여전히 복귀하지 않은 가운데 응급실은 평소보다 30% 이상 많은 환자들이 몰렸고, 서울중앙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야전병원을 방불케 했다.

◇ 환자들 분노 확산 = 이번주 의사들이 진료현장에 복귀한다는 소식에 기대를 걸었던 환자들은 폐업이 지속되자 "양식없는 행동"이라며 분노했다.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박미경(22.여) 씨는 "어머니 약 처방전을 받으러 왔는데 이렇게 외래진료까지 받지않는 줄 몰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고교 2학년 딸의 피부병때문에 고대안암병원을 찾은 김수민(45.여.주부.서울 성북구 종암동) 씨는 "의사와 정부의 끝없는 줄다리기가 이제는 지겹다"고 말했다.

상계백병원을 찾은 김영란(39.주부.노원구 상계5동) 씨는 "일곱살난 아들이 알레르기성 눈병이 생겨 응급실에 왔는데 진료도 제대로 못받았고, 처방전도 받지 못했다"며 다른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국.공립병원 공중보건의 투입= 환자들이 급증한 국립의료원은 이날 오후부터 공중보건의 9명을 지원받아 응급실등 진료현장에 투입하는 한편 사태가 악화될 경우 군의관 지원요청도 검토중이다.

특히 초진환자들이 평소보다 2배 가량 많아 접수하는데만 30∼40분이 걸렸다. 황정연 응급의학과장은 "평소보다 많은 환자들을 진료, 의사들의 피로가 가중된 데다 환자도 급증,외부 인력을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국군 창동병원 내과.외과 등에도 외래환자들이 몰렸고, 하루 평균 20여통 가량의 문의전화가 오고 있다.

◇ 동네 병.의원 및 보건소 = 오후들어 문을 여는 의원들이 속속 늘어 서울 지역별 폐업률은 50∼70%로 떨어졌고, 80∼2백여 병상을 가진 동네병원 상당수도 정상진료를 재개, 최악의 ´진료공백´을 피했다.

관악구 의협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한의협 차원에서 파업유보 등에 대한 별다른 지시나 전달사항이 없었다"면서 "현재로서는 8.15 이산가족 상봉기간에도 예정대로 파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작보건소 관계자는 "지난 주말 휴.폐업률이 60%를 넘었으나 오늘 동작구내 167개 의원중 89개(54.3%) 가 폐업중"이라며 "의료대란이 장기화되는데 대한 비판이 커지고 정부와 의료계 대화가 재개되면서 문여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내 각 보건소에도 환자들이 계속 늘고있어 오랜 시간 진료를 기다리는 등 불편을 겪었다.(서울=연합뉴스) 성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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