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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신입' 가세한 구직 시장…"올해 안에 취업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서울에 사는 이모씨(28)는 지난 4월 직장을 잃었다. 1분기 매출 급감을 이유로 무기한 무급휴가를 권유했던 회사는 결국 해고 통보를 했다. 그는 “‘중고 신입’으로 취업 준비를 다시 하려고 하는데 원하는 기업의 채용 계획이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이 일자리정보 게시판 앞을 지나치고 있다. 뉴스1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이 일자리정보 게시판 앞을 지나치고 있다. 뉴스1

취업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상반기 채용은 이미 물 건너갔고, 하반기 채용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게다가 기존 취업자까지 직장에서 밀려나면서 구직 경쟁은 격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4월 휴·폐업, 정리해고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실업자가 된 사람만 104만명이 넘는다. 이 바람에 취업 준비생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중고 신입이나 경력직 지원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기업 채용은 여전히 게걸음이다. LG그룹처럼 올해 상반기 채용 일정을 아직 정하지 못한 곳도 있고, 금호타이어처럼 면접을 앞둔 지원자의 채용을 취소한 곳도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3월 기업 인사담당자 4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74.6%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채용을 취소하거나 미뤘다’고 답했다.

구직 걱정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구직자 35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 취업준비생 76.9%는 "연내 취업하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고 답했다. 하반기 취업 시장이 상반기보다 좋을 것으로 기대하는 응답자는 10명 중 2명(20.2%)에 불과했다.

9일 대구 북구 엑스코(EXCO) 실내 전시장에서 열린 경북대학교병원 정규직 공개채용 필기전형 응시자들이 3m 간격으로 배치된 책상에 앉아 시험을 치르고 있다. 뉴스1

9일 대구 북구 엑스코(EXCO) 실내 전시장에서 열린 경북대학교병원 정규직 공개채용 필기전형 응시자들이 3m 간격으로 배치된 책상에 앉아 시험을 치르고 있다. 뉴스1

아쉬운 대로 '정부 일자리'에 기대를 거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14일 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156만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가기록물 정리사업·데이터 입력·의료기관 환자 안내 등의 일이다.
그러나 실제 일자리가 만들어지기까지는 한 달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일자리 사업에 필요한 돈을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에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21대 국회의 원 구성이 순탄하게 진행됐을 경우의 얘기다. 여야 합의 과정이 길어지면 추경안 심사는 더 늦어진다.

게다가 정부 주도 일자리는 징검다리 이상의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디지털 일자리는 최장 6개월, 취약계층 대상 공공일자리는 5개월짜리다. 정부의 고용 여력도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올해 정부는 이미 77만8000명분의 직접 일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44만5000명(47.1%)은 코로나 19 등으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일자리는 징검다리일 뿐

전문가들은 결국은 민간 기업의 일자리가 늘려야만 취업난이 해소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일자리로 당장 취업자 수는 늘릴 수 있지만 결국 새로운 시대의 아르바이트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기업은 이미 비대면 산업 등 신산업에 빠르게 진입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신산업 활로를 모색하는 기업에 인력과 재정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성장 여력을 키워준다면 장기적인 고용 창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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