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출 혼선 인정…하지만 상인들 절절한 손편지에 힘 얻어”

중앙일보

입력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인터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원센터에서 소상공인이 긴급경영안정자금 신청을 하고 있다. 지난 6일 마감된 경영안정자금 신청에는 7만 3500명의 소상공인이 몰렸고, 총 7700억원이 지원됐다. 사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원센터에서 소상공인이 긴급경영안정자금 신청을 하고 있다. 지난 6일 마감된 경영안정자금 신청에는 7만 3500명의 소상공인이 몰렸고, 총 7700억원이 지원됐다. 사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연장 근무도 했지만, 워낙 여러분이 몰리다 보니 불만이 터져 나왔죠. 하지만, 상인들이 보내주신 격려 손편지가 큰 힘이 됐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 조봉환 이사장은 이렇게 털어놨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진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된 중ㆍ저신용 영세 소상공인을 위해 지난 2월부터 연 1.5%의 초저금리로 최대 1000만원(특별재난지역 1500만원)의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했다. 지난 6일 마감된 소진공의 경영안정자금은 7만 3500여명의 소상공인에게 총 7700억원이 지원됐다.

중앙일보는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신사업 창업사관학교에서 조 이사장을 만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그들을 위한 대책 등에 대해 들었다.

조 이사장은 “전국 62개 소진공 지원센터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이 몰리면서 새벽부터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며 “한시가 급한 소상공인을 위해 모든 센터가 연장 근무까지 했지만, 모든 소상공인을 만족하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시간 대기나 관련 서류를 준비하지 못해 발걸음을 돌리는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면서도 “하지만 절박한 상황에서 지원을 받은 소상공인의 감사 편지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대출을 요청하는 소상공인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에 보내온 절절한 손편지. 사진 소진공

대출을 요청하는 소상공인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에 보내온 절절한 손편지. 사진 소진공

아래는 조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봉환 이사장이 소상공인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봉환 이사장이 소상공인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코로나19로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이 위기다.
“매주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90% 이상의 소상공인이 피해를 보았고, 3월 이후엔 매출의 3분의 2가 줄었다는 답이 나온다. 당장 폐업 위기에 몰린 소상공인에게 긴급경영안정자금은 단비가 됐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지원일 수도 있지만, 곧 코로나19가 잠잠해진다는 가정하에 2~3개월을 버틸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했으니까. 우리가 창구를 맡은 1차 긴급 대출은 소진됐지만, 10조원 규모의 2차 소상공인 긴급대출 프로그램 사전 신청접수를 시중 은행에서 오는 18일부터 받는다. 소상공인의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통해 앞으로 또다시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을 맞았을 때 조금 더 빠르고 간편하게 자금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조봉환 소진공 이사장이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소진공

조봉환 소진공 이사장이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소진공

소상공인·자영업자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전통시장은 정말 썰렁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소비자의 발길이 끊어진 전통시장에선 상인의 한숨 소리만 가득했다. 다만 날이 풀리면서 지난달 말부터 조금씩 집 밖으로 나오는 소비자가 늘면서 현장의 기대감도 높아졌다가, 이태원 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분위기가 다시 한풀 꺾였다. 안타깝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지원센터에 한 소상공인이 붙여 놓은 글. 사진 소진공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지원센터에 한 소상공인이 붙여 놓은 글. 사진 소진공

소진공은 전국 630만명의 소상공인과 1450개의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창업 및 재도전 교육과 컨설팅,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홍보 마케팅 등을 지원한다.

코로나19가 온라인 중심의 유통환경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앞으로가 더 큰 위기이지 않을까.
“그렇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온라인 전자상거래 매출은 113조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 중심의 오프라인 매장은 더 큰 타격을 입었지만, 온라인 업체는 매출이 늘었다.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 지원사업을 강화해 온라인 진출 역량을 키우고 온라인 채널별 입점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의 ‘동네 시장 장보기’ 같은 온라인 플랫폼 진출로 전통시장 단위의 먹거리 판매와 배송을 늘리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 대상의 소셜미디어(SNS) 활용 교육을 통한 온라인 시장 진출도 지원한다.” 
전통시장을 찾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봉환 이사장. 사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통시장을 찾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봉환 이사장. 사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하지만 변화의 속도는 더딘 것 같다.
“맞다. 전통시장 상인은 연령대가 높다. 온라인 교육을 하고 판로를 확대해야 한다고 하면 "내가 왜", "인제 와서 뭘"이란 대답을 듣는다. 상인이 변해야 살 수 있다고, 스스로 먼저 변하라고 얘기한다. 전통시장은 훌륭한 콘텐트로 무장하고 있다. 다만 상인의 인식과 관행이 변화하지 않으면 이 콘텐트를 살릴 수 없다. 전통시장은 신선한 제품을 30% 정도 저렴하게 사면서 사람 사는 모습까지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위생 문제 해결, 가격 표시제, 홍보 및 마케팅 등은 공단이 지원한다. 이후 제품과 가격으로 소비자와 신뢰를 쌓는 것은 상인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전통 시장에 온라인 접목이 가능한가.
“서울 강동구의 암사시장 장보기를 네이버에서 해봐라. 시장 상인이 올려놓은 물품을 보고, 이곳에서 주문하면 같은 권역의 경우 당일 배송도 가능하다. 전통 시장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개별 점포가 아닌 전국 1450개 전통시장을 온라인에 연결해 스마트하게 만드는 일이다. 대형 유통 업체가 부럽지 않은 지역 거점이 될 수 있다.” 
조봉환 이사장이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 소상공인시장진흥재단

조봉환 이사장이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 소상공인시장진흥재단

조 이사장은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을 거친 공무원 출신이다. 지난해 4월 소진공의 3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취임 1년이 넘었다. 앞으로 어떤 정책을 더 강조하나.
“30년 넘게 정부의 지원 정책을 만들다가 지난 1년 동안은 직접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을 만나 현장의 얘기를 들었다. 정부의 지원 정책과 현장에서 원하는 지원책은 간극이 크더라. 소상공인과 전통 시장은 한국의 풀뿌리 경제인이다. 이들이 활발히 경영 활동을 해야 지역 경제 활성화가 이뤄진다. 스마트 소상공인 확대, 온라인 시장 진출 강화, 청년 상인 육성이 목표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